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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에 고부갈등이 있다면 미국에는 이것이 있다

by 이방인 씨 2020. 12. 8.

여러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십니까?
근 한 달만에 돌아온 이방인 씨입니다. 많은 분들이 안부를 걱정해주시는 덕분에 저도 이 혼란한 미국에서 무사히 지내고 있답니다. 

오늘은 제가 며칠 전 들었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나눌까 합니다. 
저희 팀 직원 중에 올해로 36살이 된 D가 있습니다. White state (백인들만 사는)로 유명한 Missouri (미주리)의 시골 마을에서 2년 전에 캘리포니아로 이주를 하여 저희 사무실에 들어온 지는 이제 갓 9개월 정도 되었죠. 그의 고향은 미주리 주 내에서도 굉장히 작은, 인구가 250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었다고 해요. 250여 명 중에 백인이 아닌 사람을 셀 때 두 손만으로 충분했다는군요. 평생을 그곳에서 나고 자란 D와 D의 아내가 어린 두 아이까지 데리고 어쩌다 다른 곳도 아니고 다문화의 끝을 달리는 캘리포니아로 이주를 결정한 것인지 궁금했는데 딱히 개인사를 캐묻고 싶지 않아 입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D가 스스로 이야기해주더라구요.

내가 이 먼 곳까지 온 건 Donna 때문이죠.

Donna가 누군데요?

내 아내의 어머니요.

아내의 어머니... 장모님이요? 아니, 장모님이 왜요?

Donna는 나를 정말 미~추어버리게 만들었어요. 내 말 좀 들어봐요.

내 아내는 Donna의 두 딸들 중 막내예요. Donna는 딸들과 사이가 무척 좋죠. 그건 좋아요. 다 좋다구요. 그런데 Donna는 아직도 딸들이 자기 소유물인 것처럼 행동해요. 딸은 이미 10년전에 나와 결혼해서 7살, 5살 두 아이를 키우는 한 가정의 엄마인데도요! 우리가 결혼해서부터 Donna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집에 드나들었어요. 그것 뿐이면 말도 안해요. 집에 와서는 사사건건 참견을 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더라구요. 내! 집에 와서 나! 한테 말이죠. 우리가 첫 딸이 낳은 뒤로는 더 심해졌죠. 아예 내 집 키를 가지고 자기 맘대로 왔다갔다하더라니까요!

아니, 집 열쇠는 어떻게 구했대요??

아내가 줬대요.

헉, 아내가 D와 상의도 없이요?

네, 아내는 자기 엄마가 매일 맘대로 드나들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준 거죠.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Donna한테 키를 돌려달라고 말했죠. 집에 자주 찾아오는 것도 문제지만, 그냥 열쇠로 열고 들어오면 난감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구요. 난 일 마치고 돌아오면 내 집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맥주 마실 수 있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는데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Donna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거든요.

키를 돌려달라니까 돌려주던가요?

절대 순순히는 안주죠. "내가 내 손주들 보러, 내 딸집에 가는 게 뭐가 문제냐"며 되려 화를 냈으니까요. 아무튼 그 후로 전쟁같은 싸움을 계속 하다가 마지막에는 계속 이런 식이면 내 아이들을 못 보게 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키를 돌려받았어요. 그런데 그 후로는 더 짜증나게 하더군요. 아무 연락도 없이 그냥 차를 타고 내 집 앞까지 와서 집에 있는 거 다 보이니까 문을 열으라는 거예요. 쿠키를 구워왔다, 집에서 빌려갈 것이 있다, 등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잠깐만 들렀다 가겠다며 무작정 집 앞에와서 문열라고 전화를 하는 거죠.

아내한테 어머니 좀 말려보라고 말해보았나요?

말해 뭐해요. 아내는 자기 엄마가 들나들거나 말거나 불편할 게 없다니까요. 나만 힘든 거지.

아... 그래서 하다하다 캘리포니아로 온 건가요?

딱 그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건 것 맞죠.

그래서 이주한 다음에 장모님과의 사이는 나아졌나요?

사이가 나아지진 않았죠. 아직도 전화로 보통 간섭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도 집에 들이닥친다거나 서로 얼굴 보고 싸울 일이 없으니까 스트레스가 확실히 많이 줄어서 살 만 하죠.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으니, 어쩐지 어디서 많이 들어볼 법한 한국의 고부갈등 사연과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미국에도 고부갈등이 있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장서갈등의 비율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랍니다. 한국은 "사위는 백년손님"이라 하여 사위를 위하는 문화가 있는데 미국은 뭐 딱히 며느리, 사위를 구분하지는 않는 것 같더라구요. 그냥 성격/성향이 맞지 않는다면 사위, 며느리 가리지 않고 갈등이 일어난답니다.

저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 아직 배우자가 없기 때문에 고부 및 장서갈등을 겪어보지도, 목격하지도 못했습니다만, 배우자 어머니와의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모양입니다. 그 때문인지 "거리두기"가 중요한 요즘은 이런 웃지못할 농담도 있네요.

COVID-19 적정 거리: 6 피트 (약 1.8미터)
시어머니/장모님과의 적정 거리: 100 마일 (약 161 킬로미터)


여러분, 항상 적정거리 유지하면서 오늘도 안전하고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