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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느낀 조지 플로이드 시위가 폭력적이 된 까닭

by 이방인 씨 2020. 6. 9.

국에서 근 20년을 살았는데, 요즘 같은 난리는 또 처음 겪네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시작된 시위가 미전역으로 퍼졌잖아요. 제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소도시에도 지난 주에는 시 당국에서 통금령까지 내렸답니다. 물론 지금은 해제되었지만, 지난 주 며칠간 저녁 8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통금이 있었어요. 아무리 예방차원이라지만 세상에, 2020년의 미국에 통금이라니. 주변 미국인들마다 다들 crazy times에 살고 있다고 하네요.


미국의 시위 모습, 뉴스를 통해 보신 분들이라면 방화와 약탈마저 벌어지는 난폭한 상황에 놀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평화로운 한국의 시위에 비해 엄청나게 과격하죠? 그런데 미국의 시위라고 다 이런 건 아니랍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 썼듯이, 미국인들은 "무조건 까기"의 달인들이라 평소 시위를 굉장히 자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한데, 대부분은 그냥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 시위에 그칩니다. 그런데 이번 시위가 과격한 시위로 번진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답니다.




첫번째 - 경찰에 대한 흑인사회의 불만 폭발


사실,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진압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이 사안은 미국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하기 꺼리는 몹~시 불편한 진실이라고 할 수 있죠. 미국 사정에 밝은 분들이라면 종종 듣기도 할테구요. 젊은 흑인남성이 차를 운전하고 가기만 해도 경찰이 불러세워 검문을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놀랍지 않습니다. 저 역시 서너번 목격한 적이 있구요. 경찰들의 항변을 들어보면, 젊은 흑인남성의 범죄율이 높다 보니, 범죄예방이라는 경찰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렇다고 합니다. 반대로 흑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단지 흑인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으니 억울할 수 밖에요. 


마구잡이 검문도 검문이지만, 흑인 범죄자를 진압하는데 있어 경찰이 과하다는 여론도 흑인사회에서는 거센데, 이 역시 양쪽의 입장이 매우 다릅니다. 미국 경찰들이 드나들어야 하는 지역 중에는 할렘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동네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흑인 밀집지역인데, 이런 동네들은 정말 영화에서나 볼 법한 무법지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살 미만의 아동들이 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12-3살만 되도 벌써 총들고 강도짓을 하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할렘뿐 아니라 평범한 동네에도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구요. 언젠가 포스팅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평화롭고 조용해서 따분하기까지 한 저희 동네 주유소에서 휘발유 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일곱발을 발사해 주유소 주인이 죽고, 손님들 중에서 부상자가 나온 사건이 있었어요. 이 사건을 뉴스에서 보고 저도 '아니, 이런 지루한 동네도 미국은 미국이었구나' 하며 오싹했던 적이 있지요.


이런 나라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벌어야 하는 경찰들이 과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범죄자의 인권을 우선시하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건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답니다. 제 글에 종종 등장하는 미국인 친구의 형제가 현직 경찰인데 이런 말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사람들은 경찰이라고 하면 세상에 겁날 게 하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항상 총을 든 범죄자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거라고. 

정의감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로든 경찰이 되기로 선택한 건 스스로의 결정이었지만 

이것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직업이잖아.
매일 일을 하기 위해 총을 들고 다니고, 또 총을 든 범죄자, 전과자, 살인자들과 대치해야한다고 생각해 봐. 

그 쪽에서 먼저 발사하면 내가, 내 동료가 죽는 거라고.
우리라고 안 무서운 줄 알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목숨을 생각해야해서 방어적이 되는 거야. 


미국인들도 이러한 경찰들이 입장을 이해합니다. 다만, 총을 들고 있지 않은 범죄자도 과잉진압을 습관처럼 하는 경찰들이 있기에 비난을 하는 거죠.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범죄자나 저항을 하지 않는 범죄자들에게는 그럴 이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듣기로는 일부 미국 경찰들은 의도적으로 과잉진압을 하다고도 하더라구요. 출동을 나가면 그런 식으로 진압하며 자기들 내부의 소속감을 다지기도 하고, 특히 선배가 신입을 데리고 나가면 보여주기식으로 하기도 하구요. 물론 어디까지나 일부 경찰의 이야기입니다만 어느 특정집단에게서든 찾을 수 있는 옳지 않은 관행같은 것이겠지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경찰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들이 마치 시민들 위에 군림하는 권리를 가진 것 마냥 행동하는 일부 경찰들도 반성하고 진정한 경찰로 거듭나야겠지요.


흑인사회는 경찰이 유독 흑인에게만 가혹하다고 비난을 하는데, 사실... 경찰도 흑인도 아닌 제가 볼 때는, 이건 경찰들의 흑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도 하지만, 흑인들에게도 원인이 있긴 있어요. 미국내 통계로 보면 살인을 비롯한 강력범죄 중 50%이상이 흑인범죄자에 의해 일어납니다. 범죄자 비율이 높다보니 경찰들에게 진압당하는 비율도 높은 거죠. 그러니 흑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경찰들이 많아지는 거구요.


이런 악순환이 오랜 세월 이어지다 보니 흑인사회와 경찰집단의 갈등이 끝을 모르고 계속 되던 와중에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터지고, 흑인사회가 말 그대로 폭발해버린거죠.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질 수 있습니다.


아니, 자기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가혹하게 대하는 게 불만이라면서 이렇게 과격한 시위를하는 게 말이 돼?
이건 그야말로 "그렇소, 우린 이런 사람들이오~!"라고 광고하는 꼴 밖에 더 되냐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시위가 폭동으로 번진 두번째 이유랍니다.


두번째 - 흑인사회의 한계


사실, 미국의 극빈층 흑인사회는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교육 정도가 낮답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이란 단순히 학교 공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지식과 소양, 시민의식을 다 아우릅니다. 역사적으로 노예계급으로 시작한 흑인사회는 교육 기반을 쌓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죠. 모든 흑인사회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다른 인종에 비해 교육 및 경제수준이 낮습니다. 이건 오랜 세월 소외계층이었다는 약점도 있지만, 모든 걸 인종차별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는 흑인들의 고질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백인 뿐만 아니라,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히스패닉, 아시안계에게도 확연히 밀리고, 이에 대해 또 사회를 탓하고 타인종을 증오하는 마음이 더 커지고, 가슴은 울분으로 가득차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분노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요. 전술했듯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올바르게 권리를 주장하는 법, 타인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법 같은 건 배우지 못했거든요. 그냥 화가 나면 소리지르고, 때리고 부수는 것이 가장 쉬운 해소 방법이거든요. 흑인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일수록, 흑인에 대한 타인종의 선입견을 증명하는 꼴이 되고, 이 악순환 역시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세번째 - 상황을 악용하는 숨어있던 잠재적 범죄자들


어디에나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는 잠재적 범죄자들이 있잖아요. 흑인사회와 경찰의 갈등으로 촉발된 시위이지만 이것과 아무 상관없이 그저 이 혼란한 상황을 틈타 범죄자 본능을 내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시위대의 일원도 아니면서 행렬에 끼어서 눈치 보다가 상점이 눈에 보이면 시위대인척 깨부수고 물건 훔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말이죠. 일단 시작은 그런 잠재적 범죄자들이 하는 건데, 군중심리라는 게 생각보다 강하잖아요? 안 그래도 격앙된 무리가 모여서 시위를 하고 있는데 몇몇이 그런 행동을 하면 순식간에 폭력이 번지는 거죠. 뭐랄까 그럴 마음이 없다가도 옆에서 누군가 먼저 앞장서고 멍석깔면 분위기에 휩쓸리고, 알지 못하는 사이 흥분과 광기로 폭도가 되는 거죠. 단지 흑인이 주가 된 시위이기 때문에 방화가 약탈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어딜 가나 상황을 악용하는 자들이 있어서 그래요. 씁쓸한 일이죠.



제가 사는 곳에서는 상황이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어서 사람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요즘처럼 나쁜 의미로 다이내믹한 시절이 또 없었네요. 역시 아무일 없이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큰 복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평화로운 하루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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