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문뜩 떠올랐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에서 단 한 번도 못 해 본 것이 있다는 사실이요.
살면서 못 해 본 일이 어디 한두가지겠습니까마는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그 날 바로 할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사는 지역에 따라 불가능한 일이 있답니다.
뭘까~~~요?
네, 바로 등.산. 입니다.
미국에 와서 등산을 단 한 번도! 못했답니다.
어찌 저 뿐이겠습니까.
이민 26년 차인 저희 조부모님과 이모는 물론이고 이민 35년 차인 삼촌도 해 본 적이 없답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황이 저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예요.
왜냐구요?
캘리포니아에 어떤 산들이 있는지 한 번 보시죠.
Mt. Whitney 4421미터 Mt. Williamson 4438미터
Mt. Shasta 4322미터 Mt. Russell 4296미터
Mt. Darwin 4216미터 Mt. Kaweah 4208미터
대략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왠만한 체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등산이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경치 좋은 코스를 따라 하이킹은 할 수 있죠.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서 무슨 무슨 봉을 찍고 내려오는 진짜 등산은, 글쎄요... 일생의 목표로 삼아 볼까요??
한국인들은 성향적으로(?) 체질적으로(?) 등산을 즐기는 민족이죠.
제가 2003년 쯤에 유럽 여행을 앞두고 론리 플래닛이라는 가이드북을 사면서 심심해서 서점에 꽂혀있던 KOREA 편을 펼쳐 봤더니 제일 첫 장에 뭐라고 써 있었는지 아세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국토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산들을 쉴 새 없이 오르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벌써 10년이나 지났으니 아직도 론리 플래닛 한국편이 그렇게 시작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써 있기에 집에 와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엄마도 웃으시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 하시더라구요.
강원도 출신인 저는 산과 아주 친숙하답니다.
아침 먹고 바로 오를 수 있는 집 근방의 야트막한 앞산 뒷산부터 시작해서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등의 명산의 고장에서 나고 자랐으니까요.
아니, 굳이 강원도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에는 오르기 딱 좋은 아담한 산과 구릉이 아름다운 곳이 많잖아요.
직접 오르지 않고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맑아지는 그런 풍경이요.
뭐... 일단 등산을 싫어하는 귀차니즘을 이렇게 구차하게 승화시켜 봅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너무 탁 트인 지평선에 생경함을 느꼈었습니다.
워낙 땅이 넓어 고층 건물이 거의 없는데다가 근처에 산도 없으니 땅 바로 위에 하늘이 뻥~ 뚫려 있는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해서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근처에 만만한 산 한 두개 쯤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싶더라구요.
산은 풍경 속에 넣어놓고 보기만 해야 좋다고 생각하는 저는 등산은 안 해도 되서 편하지만 경치 감상도 못 하는 건 참 서운하네요.
저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은 저 위에 세번째로 등장하는 마운틴 샤스타인데 7시간 정도 운전해야 닿을 수 있답니다.
따뜻한 캘리포니아에 있지만 겨울에는 눈이 쌓이는 산이라 눈구경하러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워낙 높아 올라갈 생각 같은 건 백.해.무.익.
땀 흘리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저도 4년에 한 번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때를 같이 해 등산을 해 보고도 싶은데 말입니다.
간밤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난 미국에 온 후로 한 번도 등산을 해 본 적이 없어!' 하고 번쩍 생각이 났기에 이야기 해 봤습니다.
몸을 안 움직이는 건 호사로나 눈도 호강을 못 하고 있네요.
한국에 계신 여러분, 최근에 산에 오르신 적이 있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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