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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이민 14년차, 미국에서 단 한 번도 못 해 본 것

by 이방인 씨 2013. 8. 23.

오늘 아침 문뜩 떠올랐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에서 단 한 번도 못 해 본 것이 있다는 사실이요.
살면서 못 해 본 일이 어디 한두가지겠습니까마는 한국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그 날 바로 할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사는 지역에 따라 불가능한 일이 있답니다.

뭘까~~~요?

 

네, 바로 등.산. 입니다.

미국에 와서 등산을 단 한 번도! 못했답니다.

 

어찌 저 뿐이겠습니까.
이민 26년 차인 저희 조부모님과 이모는 물론이고 이민 35년 차인 삼촌도 해 본 적이 없답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황이 저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예요.
왜냐구요?

캘리포니아에 어떤 산들이 있는지 한 번 보시죠.

          

                       Mt. Whitney 4421미터                       Mt. Williamson 4438미터           

   

                                        Mt. Shasta 4322미터           Mt. Russell 4296미터  

           

                                 Mt. Darwin 4216미터          Mt. Kaweah 4208미터


대략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왠만한 체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등산이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경치 좋은 코스를 따라 하이킹은 할 수 있죠.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서 무슨 무슨 봉을 찍고 내려오는 진짜 등산은, 글쎄요... 일생의 목표로 삼아 볼까요??

한국인들은 성향적으로(?) 체질적으로(?) 등산을 즐기는 민족이죠.
제가 2003년 쯤에 유럽 여행을 앞두고 론리 플래닛이라는 가이드북을 사면서 심심해서 서점에 꽂혀있던 KOREA 편을 펼쳐 봤더니 제일 첫 장에 뭐라고 써 있었는지 아세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국토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산들을 쉴 새 없이 오르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벌써 10년이나 지났으니 아직도 론리 플래닛 한국편이 그렇게 시작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써 있기에 집에 와서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엄마도 웃으시며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 하시더라구요.

강원도 출신인 저는 산과 아주 친숙하답니다.
아침 먹고 바로 오를 수 있는 집 근방의 야트막한 앞산 뒷산부터 시작해서 설악산, 오대산, 치악산 등의 명산의 고장에서 나고 자랐으니까요.
아니, 굳이 강원도까지 가지 않아도 한국에는 오르기 딱 좋은 아담한 산과 구릉이 아름다운 곳이 많잖아요.
직접 오르지 않고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맑아지는 그런 풍경이요.
뭐... 일단 등산을 싫어하는 귀차니즘을 이렇게 구차하게 승화시켜 봅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너무 탁 트인 지평선에 생경함을 느꼈었습니다.
워낙 땅이 넓어 고층 건물이 거의 없는데다가 근처에 산도 없으니 땅 바로 위에 하늘이 뻥~ 뚫려 있는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는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해서 좋았는데 한편으로는 근처에 만만한 산 한 두개 쯤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걸 싶더라구요.

산은 풍경 속에 넣어놓고 보기만 해야 좋다고 생각하는 저는 등산은 안 해도 되서 편하지만 경치 감상도 못 하는 건 참 서운하네요.
저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은 저 위에 세번째로 등장하는 마운틴 샤스타인데 7시간 정도 운전해야 닿을 수 있답니다.
따뜻한 캘리포니아에 있지만 겨울에는 눈이 쌓이는 산이라 눈구경하러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워낙 높아 올라갈 생각 같은 건 백.해.무.익.
땀 흘리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저도 4년에 한 번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때를 같이 해 등산을 해 보고도 싶은데 말입니다.

간밤에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난 미국에 온 후로 한 번도 등산을 해 본 적이 없어!' 하고 번쩍 생각이 났기에 이야기 해 봤습니다.

몸을 안 움직이는 건 호사로나 눈도 호강을 못 하고 있네요.

한국에 계신 여러분, 최근에 산에 오르신 적이 있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댓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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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3 08:57

    하아 창피하지만 저도 엎어지면 코닿을곳에 관악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등산해본적도 산책나가본적도 없어요ㅋㅋㅋ '악'이 붙은산은 괜히 악이 붙은게 아니다라는 신문을 본적이 있은후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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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iderGabriel 2013.08.23 09:09

    그러고보니 저도 의무교육 이후로는 등산을 한번도 안해봤네요. 그 전에는 아버지 때문에 주말이면 지리산울 비롯한 경남 내 산은 다 올라본 것 같은데 그 뒤로는 아버지 취미가 농사로 바뀐 덕분에 꿀맛같은 주말 늦잠을 자고 있지요ㅋㅋㅋㅋ 가끔 따라가서 괭이질, 낫질, 톱질하는 건 안반갑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취미가 농사가 아니라 동네 노는땅 밭으로 탈바꿈시키기 이신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가장 가까운 산이 운전 7시간이라니.. 이게 진짜 어메리칸 스케일이군요...캘리포니아 스케일인가...? 산이 흰머리가 있는게 확실히 일반 동네 뒷산이 아니긴 한데...거참 강원도면 좋은 산이 많기로 유명한 동넨데 이방인님은 정말 서운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에 꼭 어머니랑 한국 오셔서 여기저기 구경도 다니시고 오랫만에 등산도 한번 하고 가세요! 그럼 그 후 당분간은 산 안 보고싶으실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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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꽃처럼 2013.08.23 09:16

    전 등산 싫오요~~
    비탈길도 싫오요~~

    숲은 참 좋은데...

    우리나라 등산객들은 미국산에 가면 좋겠어요
    복장이...
    넘 전문적이신지라....
    동네 뒷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ㅎㅎㅎㅎ

    창밖을 내다 보면 바로 보이는 저 산들이 없다는 거죠??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가 산 중턱에 구름이 걸려 있는것도 보이네요

    이런 곳에 산다는것도 감사해야겠네요~
    답글

  • 2013.08.23 10:3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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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차 2013.08.23 10:48

    맞습니다. 한국 사람들 정말 산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희 부모님 옷 장 속에도 사시사철 다기능 등산복이 아주 쫙~~ 걸려있습니다.
    지난 4월에 아이랑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다녀왔는데
    4천미터가 넘는 그곳에도 한국 사람이 제일 많았어요.
    그러고보니 그분들 중 한명이 저와 제 아이였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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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파리 2013.08.23 11:51

    저는 중부와 동부에 살았는데 여긴 정말 산...은 물론이고 언덕도 없네요 ㅋㅋㅋ...얼마전에 시애틀에 갔더니 산이 많은게 한국 경치하고 비슷해서 넘~넘~ 좋았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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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틸홈리스 2013.08.23 11:58 신고

    이방인님이 강원도 출신이란 건 처음 알았네요ㅎ 저도 강원도 출신입니다ㅋ. 서울로 대학오기전까지는 강원도 좋은 산을 놔두고 등산은 거의 안 했는데, 막상 서울오니까 등산 가끔 합니다ㅋ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등 인구 1000만 수도 바로 근처에 좋은 산이 많다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자연의 광활함을 느낄 수 있는 산도 꼭 보고 싶습니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봤던 풍광이 아직까지도 가끔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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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2013.08.23 12:01

    제가 사는 동네와 친구 동네가 몇분 거리여서
    5월달에 친구 동네 공원 뒤에 산이 있어 걸으면서
    얘기 한거니까 나름 등산 이겠죠.
    저희 동네도 산이 있긴 한데 큰편은 아니죠.
    캘리포니아 산을 보고나니 등산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 엄두가 안날거예요.
    동네에 작은 산에게 고마워 해야 겠어요.ㅋㅋ
    리뷰 잘보고 갑니다.

    답글

  • 쭈쥬 2013.08.23 18:00

    음, 걸어서 십분거리에 산이 있어도 등산하는걸 싫어해서 안가요ㅎㅎ 아직 등산을 좋아할 나이는 안됐나봐요. 나이가 들면 등산이 재밌어진다는 말도 있잖아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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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리스텔라 2013.08.23 18:20

    등산...완전 동감입니다.
    저도 작년에 등산할 곳 없어서...이 동넨 주구장창 조깅만 하는구나...좌절했어요. 어찌나 다들 달리기만 하는지..한국이 그리웠어요..ㅋㅋ
    답글

  • 2013.08.23 20:0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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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llyruless 2013.08.23 22:36

    방인님, 등산할 산이 없는건 아닌데요. San Francisco 근처 사시면 이런데도 괜찮은것 같네요. http://www.everytrail.com/guide/stinson-beach-to-mt-tamalpais

    Mount Tamalpais입니다. 정상은 해발 785M. 미국 사람들도 hiking 즐기는 이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들 처럼 정상에 오르는걸 목표에 두진 않는것 같아요. 저도 미국생활 26년차지만 미국엔 우리나라처럼 약수터 있는 동네 뒷산은 찾아보기 힘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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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2013.08.23 23:45

    저도 자 위에 뿅님처럼 관악산 근처에 6년이나 살면서도 관악산 한 번을 못 가봤네요.
    사실 평발이라 오래 걷는 건 제 발 건강에 안 좋다는 정형외과 의사의 충고도 있긴 했지만, 움직이는 거 워낙 별로이기도 하구요. ㅎㅎ

    답글

  • 하이트 2013.08.24 00:00

    멀리 가지 않아도 당장 오를 산이 있고, 험해도 높이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산들이 고마워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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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베리 2013.08.24 00:45

    산에 가면 좋은 점이 산 특유의 냄새!
    상쾌하고 사람 기분좋게 하는 숲속 냄새가 참 좋은것 같아요.
    진짜 우리나라는 아담한 산들이 정말 많아서
    어떻게 보면 축복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
    어렸을땐 우리나라는 왜 평야가 거의 없을까하고 좀 안타까웠는데
    지금은 아담한 산들이 많아서 산이 친숙하고 주말에 가족끼리 후딱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도 좋기도 해서 이젠 기냥 산 많은게 좋아용.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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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엿보기 2013.08.24 03:25

    그러고보니 한국인이라면 거의 1년에 한번쯤은 꼭 등산을 하게 되는것 같아요.
    자의든 타의든 어찌됐건 그런 상황에 놓이게 여건이 되있는 듯 해요.방인씨의
    설명을 듣다보니 미국에 비만인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조건이구나싶었어요.먹거리도
    그렇고 땅이 너무 넓어도,산이 너무 높아도,도전할 의지가 생기기 쉽지 않겠구나
    싶네요.가장 가까운 산이 7시간 거리에 있다니 산을 가까이서 보기만 할려해도
    1박2일을 휴가내야 할테니까요.저라도 쉬이 엄두가 나지 않을 듯..
    답글

  • 푸른별... 2013.08.24 06:31

    하하하....^^*
    저는 플로리다 살고 있는데여....저도 미국와서 한번도 산에 오르지 못했네여...
    한국에 있을때도 워낙 꼼지락을 싫어해서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지만서도...
    플로리다는 산이 없어여...가도 가도 걍...평지....그래두 캘리포니아는 멀리 우람한 산구경이라도 하셔서 좋으시겠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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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ki09 2013.08.24 09:13

    등산을 매주 다녀었는데
    흑..
    그 쪽은 기본이 4천미터인가봐요..
    오호 갑자기 다리 근육이 들썩 거립니다 ㅋㅋ
    답글

  • 훈의초 2013.08.24 22:39

    우와. 님글 읽으면서 부럽기만 했는데 우리나라가 좋을때도 있군요. 정말 님글 읽으니 우리나라는 동네도 산들이 많이 있어요. 낮은 산은 아이들과 올라가기도 하고 때만 잘 만나면 절에서 음식도 얻어먹을수 있구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구 그럼 미국사람은 계곡물놀이 잘 모르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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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7 16:01

    동부 뉴 잉글랜드 쪽에 살고 있는데 (정확히는 매사추세츠) 여기는 간단하게 오를 수 있는 산 많아요. 겨울에 눈 오면 크로스컨츄리 스킹도 하고요. 특히 뉴햄프셔 주에는 White Mountain이라고 아주 유명한 산이 있죠. 산속에 절은 없다만 우리나라처럼 계곡도 있고 폭포도 있고 있을 건 다 있어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많죠. 산 속에 캠핑장하고 오두막집도 잘 되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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