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취미/여가활동에서 빼놓으면 허전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스포츠입니다. 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적어도 한두 가지의 스포츠를 경험하며 자랍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취미 생활로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직접 하지 않아도 관전/시청에 목을 메는 스포츠광들이 많죠. TV 시청 인구가 워낙 많아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규모가 어마어마한 미국에서 매년 전미 시청률 1위의 기록경신을 하는 Show가 바로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Super Bowl이라고 하니 말 다 했죠.
No.1 스포츠인 미식축구(NFL)를 위시하여 야구 (MLB), 농구 (NBA), 아이스 하키 (NHL)를 미국 4대 대중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인들이 아니 어쩌면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순위와 사뭇 다르죠? 일단 1위인 미식축구는 미쿡 오리지널 스포츠이니 그 점을 감안하여 수긍한다고 해도 야구, 농구 다음으로 축구가 아니라 아이스 하키가 나오다니요...
단체 구기종목 3종은 쪼르르~ 같이 나와야 구색이 맞는 거 아닙니까?!
많이 알려진 대로, 미국인들은 축구경기를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각국의 월드컵 대표팀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요즘도 미쿡인들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습니다. 심지어 브라질에서 곧 월드컵이 열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고, 미국팀이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고 (진.짜.로.요.), 거기까지는 알아도 자국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도 흔하구요. 물론 이 나라에도 축구팬들이 없는 건 아니라서 경기일정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축구에 무심한 사람들은 월드컵이니 16강이니 다 필요 없고 오늘 점심 메뉴에 더 많은 신경을 쓴답니다.
이들의 무심함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들어보세요.
아무리 축구가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라고 해도 훌륭한 선수 한둘은 나오기 마련이죠? 미국에도 Landon Donovan이라는 좋은 선수가 있습니다.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의 박지성 선수 같은 존재랄까요? 물론 박지성 선수 같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미국 축구계에서는 걸출한 선수죠. 그런데 올해 만으로 32살인 이 선수가 미국 대표팀에서 탈락했습니다. 현재 미국 대표팀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 선수였던 클린스만이 이끌고 있는데 그는 트레이닝 캠프에서 활약이 저조했다는 이유로 Landon Donovan을 최종엔트리에서 제외시켰죠. 선수 본인은 물론이고 미국 축구계 일각에서도 상징적인 선수인 도노반의 탈락에 당혹스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그랬지만!!
미국인들은 대체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워낙 관심이 적어서 도노반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요즘에야 도노반의 탈락 소식이 스포츠 뉴스에 자주 나왔기 때문에 아마 그 이름은 알고 있겠지만, 그저 경력이 많은 축구선수라는 것만 간신히 아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도노반보다 인지도가 낮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죠.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미국인들,
왜 유독 축구에만 이렇게 시들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요?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 보니 "글쎄, 난 축구는 재미가 없어서..." "축구? 난 잘 몰라~" "그냥 미국에는 미식축구가 있으니까" 등의 퍽 단순한 이유들을 말하더군요. 이런 대답만으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았던 방인 씨, 인터넷을 뒤져 리서치를 해 보았습니다. 미국인들도 자신들의 축구 무관심에 대한 세계인들의 의아함을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왜 우리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가?'에 대해 분석한 기사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장이 세 가지 있길래 여러분께도 들려 드립니다.
첫번째 - 수고에 비해 소득이 너~~~무 적다
구기종목 중 점수가 가장 적게 나는 운동이 바로 축구죠? 승부를 내는데 단 한 골이면 충분한 경기도 있고, 심지어 전후반 90분 동안 양팀에서 단 한 골도 못 넣는 0:0의 스코어도 낯선 점수가 아니잖습니까. 미국인들은 그걸 견딜 수가 없대요! 그들은 점수가 나는 순간의 그 흥분, 환희를 즐기기 때문에 90분 내내 뛰고 또 뛰어도 가뭄에 콩 나듯 골이 터지는 축구에 재미를 붙이기 어렵답니다.
또한 축구는 미쿡인들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스포츠라는 분석도 있는데 그 이유가 자못 진지합니다. 누구든, 어디에서든 일한 만큼 얻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땀을 뻘~뻘~ 흘리고 뛰고 또 뛰어도 '골'이라는 소득을 얻기 힘든 축구는 들이는 노력에 비해 결과가 아쉬운 스포츠인 거죠. 음... 사실은 그렇게 힘들기 때문에 단 한 골에 열광하는 축구팬들이 많은 것인데, 미국인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두번째 - 미국인들에게 국가대항전은 큰 의미가 없다
이건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군요. 축구는 유독 대규모 국가대항전이 큰 인기를 크는 스포츠죠? 'K-리그는 망해도 월드컵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도 유독 월드컵 시즌에만 축구팬이 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잖아요. 자국 리그가 탄탄한 유럽 나라 축구팬들도 국가대항전에 갖는 관심과 기대가 하늘을 찌를 정도라고도 하구요. 스포츠이되 스포츠 이상인 것이 바로 축구 국가대항전이 아닐까요? 이 팀이 저 팀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나라가 너희 나라 이긴다!'는 마음이 생기는 묘~한 게임인 거죠. 이 때문에 역사적 수난이 많은 나라 혹은 국제적 파워가 약한 나라일수록 국가대항전 경기에 큰 관심을 가진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무엇으로든 내 나라의 강함을 보이고 싶은 보상심리, 한국식으로 말하면 '한풀이'쯤 될까요?
미국인들은 국가적 한(恨)과 결핍이 없어서 어떤 스포츠든 국가대항전에 특별히 열광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제법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MLB의 나라지만 WBC같은 국가대항전 시리즈보다 자기가 응원하는 팀 경기가 훨~씬 중요하다는 야구팬이 많고, NBA가 최고로 재미있는 리그인데 올림픽 농구를 왜 보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고 말이죠.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굳이 다른 나라와 경기를 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우리는 우리의 게임을 한다 (We play our own games.)"는 표현을 썼네요.
국가대항전이 되면 더이상 스포츠를 스포츠로만 볼 수 없는 나라들이 많은 실정이라 미국인들의 이런 무심함(?)은 조금 부럽기도 하네요.
세번째 - 못하니까!
아까 말했듯이 세계최고 야구리그는 MLB, 세계최고 농구리그는 NBA죠? 물론 용병들도 많습니다만 MLB와 NBA에 길들여진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국 스포츠 리그에 대한 당당함이 있습니다. 또한 올림픽 때마다 종합성적 1위를 자연스레 예상하는 스포츠 강대국이다 보니 자국 축구팀의 국제대회 성적을 몹시 초라하게 생각하고 있죠. 미국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8강,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2014년 현재 FIFA 랭킹 13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지만 미국인들의 인정을 받기엔 모자란 것 같습니다. 뭐든 잘해야 즐거운 법인데 미국 대표팀이나 국내리그인 MLS의 경기력이 미국인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니 경기를 봐도 별 재미가 없다는군요.
하지만 미국의 프로축구 리그인 MLS (Major League Soccer)를 경험해 본 외국 선수들은, '전국민적 관심은 적어도 리그의 시스템이나 시설 수준이 매우 높고, 연고지의 충성스런 팬들도 많다'며 미국 축구의 발전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월드컵이 코 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미국에서 축구가 괄시당하는(?) 이유를 알아 봤습니다.
여러분 신나는 하루 유후~
※ 이 포스트는 Huffington Post, Bleacher Report, Crack.com의 기사들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제가 본문에 분.명.히. 명시한 대로 이 글은 미국 언론과 인터넷 미디어의 기사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들을 추린 겁니다. 즉! 제가 언급한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하는 글이 아니라 (애초에 사람들의 스포츠 호불호에 절대적 이유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구요.) 다만 특히 많이 언급된 이유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한 이유와 다르다고 막말하는 방문객들이 있는데, 그런 댓글은 삭제하겠습니다.
'Welcome to Califor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당해도 기분 좋은 일 (42) | 2014.06.18 |
---|---|
"높은 콧대"라는 말을 이해 못한 미국인 아저씨 (30) | 2014.06.16 |
[수퍼마켓]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미국 마켓의 치즈 코너! (29) | 2014.06.08 |
정치무식자를 위한 미국 정치상식 기초 중의 기초 (30) | 2014.06.06 |
미국인들에게도 외국어 판타지가 분명 있다 (71) | 2014.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