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오똑한 코를 우리가 흔히 "조각 같은 코"라고 하죠? 여기서 말하는 조각이란 물론 이런 서양 조각일 겁니다.
미간부터 콧대가 솟아 있는 '높은 코'는 동양인에게는 드물게 나타나죠.
미국에 와 보니, 모든 서양인이 조각 같은 외모를 지닌 것은 절.대. 아니지만 코가 높긴 높더라구요. 물론 콧대가 높다고 해서 다 보기 좋은 모양인 것도 아니지만요.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들은 '높은 콧대'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는 거예요. 오래전에 쌍꺼풀이 뭔지 몰랐던 미국인의 이야기도 들려드린 적이 있죠?
2012/01/14 - [Stranger Meets America] - 쌍꺼풀이 뭔지도 몰랐던 미국인 친구
서양인들에게 쌍꺼풀이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명칭이 있는 줄도 몰랐던 그 아주머니의 이야기처럼, 대부분 높고 큰 코를 가지고 있는 미쿡인들인지라 '코가 높고 오똑하다'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구요.
미국에도 다양한 코의 모양을 묘사하는 단어들이 물론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big nose, small nose부터 crooked nose (비뚤어진 코), hooked/aquiline nose (매부리코), pointy nose (뾰족한 코), upturned nose (들창코), snub nose (짧고 뭉툭한 코) 등등이 있죠. 나열한 형용사들을 보면 알겠지만 코의 모양을 설명하는 말은 많아도 콧대의 높낮이에 대한 표현은 딱히 없습니다. 이들에게는 콧대가 높은 게 일반적이라 굳이 코의 높고 낮음을 구분할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 같더라구요. (오히려 콧대가 지나치게 높아서 깎는 수술을 많이 합니다.)
동양에서 말하는 '높은 코'는 high nose라고 번역하기도 하는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가장 잘 알아듣는 미쿡 사람들은 성형외과 의사들이랍니다. 그들은 아시안이 말하는 높은 콧대를 영어로 high nose, tall nose, 혹은 prominent nose (엄밀히 말하자면 nose가 아니라 nose bridge) 라고 부르는데 보통 미국인들에게는 낯선 표현들이죠.
제가 지금껏 살면서 목격한 중 최고로 높은 콧대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 아저씨 친구 한 분이 계신데 어느 날 제가 문뜩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아저씨 코, 진~짜 높아요." 라고 말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더라구요.
높은 코? 그게 뭐야? 내 코가 이마에 붙어있기라도 하나???
하며 손으로 이마를 가리키는 걸 보니 무슨 말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저를 구원해 준 다른 미쿡인 친구가 있었으니, "높은 코란, 코 뼈가 얼굴로부터 높이 솟아 있다는 말이야."라며 그 아저씨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었죠. 그러면 그 친구는 도대체 어떻게 "높은 코"라는 표현을 알고 있었는가 하니...?
그 친구의 아내가 중국인이었거든요. 아내로부터 아시아에서 말하는 '낮은 코 (flat nose)'와 '높은 코 (high nose)'의 차이에 대해 익히 들어왔다고 합니다.
흐음... flat과 high라...
코가 구두도 아닌데 말이죠.
high nose라는 말을 못 알아들은 미국인 아저씨와 flat nose와 high nose를 설명해 주었다는 동양인 아내 이야기를 들으니 코가 낮든 높든 다~ 자기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똑하고 높은 코가 좋다 하지만...
높아도 높은 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여기 널리고 널렸는 걸요.
낮은 사람도 낮은 줄 모르고 살면 그만인 거죠. 뭐.
여러분 신나는 월요일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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