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당해도 기분 좋은 일

by 이방인 씨 2014. 6. 18.

즘 방인 씨는 할 일이 많아 몸과 마음이 조금 피곤하답니다. 바쁠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데 여러분이 익히 아시다시피 허당~ 이방인 씨는 종종 영혼을 출장보내버리곤 하죠... 어제도 그런 날 중 하루였답니다.

정기 Parking pass를 깜빡 잊고 간 방인 씨, 하는 수 없이 1일 주차권을 사야 했습니다. 주차권 자판기에서 티켓을 뽑아다 차 앞 유리에 붙여놔야 하기 때문에 일단 차를 세우고 자판기로 걸어갔죠. 5불 짜리 지폐를 손에 쥐고 자판기 앞에 섰으나,

아뿔사...! 주차권 자판기는 오직 1불 짜리만 받아주는군요.


이런 순간에는, 마치 필연처럼 지갑에 1불 짜리가 단. 한. 장.도. 없어야 재수 옴 붙은 날이 완성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 날 제 지갑에는 현금이라고는 오직 5불 짜리 2장과 20불 짜리 1장 뿐이었답니다. 1일 주차권은 단 돈 1불인데 그 1불이 없어 망연자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차를 마치고 지나가던 웬 미쿡인 여성이 저를 쳐다보며 묻더군요.

"무슨 일이예요? 혹시 1불 짜리가 없나요?"

딱! 걸린 제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죠.

"맞아요. 이 자판기를 써 본 적이 없어서 1불 짜리만 들어가는 줄 몰랐지 뭐예요."

여기까지 대답하고 일단 어디 지폐를 바꿀 곳이 있나 찾아보려는데 그 여자 분이 "잠깐만 기다려요!" 하더니 자기 차로 마.구. 뛰.어.가.는. 게. 아닙니까?!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잠시 멍~ 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다시 마.구. 뛰.어.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1불 짜리 지폐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서...서...설마!!!


설마가 사람 살린다고! 그녀는 환~한 미소와 함께 1불을 제게 내밀며 "여기, 이걸 써요." 하는 게 아니겠어요?!


이...이거슨???  RAK!


여러분, 제가 오래전에 소개해 드린 Random Acts of Kindness라는 미국 문화를 기억하십니까?

2013/03/19 - [Stranger Meets America] - 친절한 미국인이 많은 또 하나의 이유


낯모르는 사람에게 대가 없는 친절을 베푸는 행위를 Random Acts of Kindness라고 하는데 제게 1불 짜리를 건넨 그 여성이 한 행동이 바로 RAK죠. 귀찮아 죽겠는데 지폐를 어디서 바꿔와야 할까 난감해하고 있던 저는 더없이 고마운 마음에 제 손에 있던 5불을 주며

"대신 이거 가지세요!!"

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No~ No~ 됐어요. 겨우 1불인 걸요. 걱정 말고 그냥 써요~"

하며 웃었습니다.

오~ 주차권 자판기 앞에서 펼쳐진
뷰티풀 판타스틱 What a wonderful world 폭풍감동 드롸마~


재차 말해도 5불 짜리를 받지 않길래 제 지갑을 탈탈~ 털어 동전으로 1불을 만들어 (penny까지 동원해서 말이죠.) 다시 내밀었더니 그녀는 파하하하하하하~ 웃으며 "Oh, Thank you." 하며 받아주더군요.

Thank you 라니요... 그건 제가 할 말입지요.


정말로 고마운 일이죠? 천 원 남짓한 1불 짜리 한 장이지만, 난생 처음 보는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맹렬히 뛰어갔다 뛰어돌아온 그녀의 마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Priceless 친절함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RAK 도움을 받았다는 뜻으로 You've been RAK'd (당신은 방금 RAK를 당하셨습니다~!) 라고 재치있는 표현을 쓰는데 어제 제가 제대로 당했네요.


태어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당했는데 어찌 이리 행복할 수가...!

 

 


RAK를 받은 것에 멈추지 말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넘겨주라는 의미로 Pass It On 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저도 오늘 눈 부릅뜨고 RAK를 넘겨줄 사람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고 신나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