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서양인들의 공포증 시리즈로 찾아왔습니다.
서구인들이 '13일의 금요일'을 불길하게 여긴다는 사실, 많이들 알고 계시죠?
동명의 공포영화까지 있었으니까요.
13일의 금요일을 두려워하는 증세 역시 정식 명칭이 있는데 이 단어를 말하기 전에는 항상 숨을 크게 들이쉬어야 한답니다.
Friggatriskaidekaphobia (프리가트리스키데카포비아)
저 장난하는 거 아닙니다.
정말로 Friggatriskaidekaphobia가 13일의 금요일 공포증을 이르는 말이랍니다.
Frigga는 북유럽 신화 속 여신 이름으로, 금요일을 뜻하는 Friday의 어원이 된 단어이고 triskaidekaphobia는 숫자 13 공포증을 뜻하죠.
그 둘을 합쳐서 Friggatriskaidekaphobia (자꾸 말하지 마!)가 된 거랍니다.
이 말이 조금 어려우십니까?
그럼 그냥 그리스어에 기반을 둔 Paraskevidekatriaphobia (패러스케비데카트라이아포비아)라고 말하세요!
아..하..하하하하 목숨만 살려 주세요.
한국은 마침 오늘이 9월 13일의 금요일이죠?
여러분 두려우신가요~?
우리에게 13일의 금요일은 '제이슨'을 떠올리는 날이지만 애초에 이 영화가 나온 이유는 서구인들이 옛날하고 아주 먼 옛날부터 13일의 금요일을 싫어했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13일의 금요일을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금요일'을 싫어하는 전통과 숫자 '13'을 싫어하는 전통이 만나 13일의 금요일은 아~주 그냥 최악의 날이 된 것이랍니다.
민간 속설이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런 연유로' 그랬을 것이라는 설명은 있습니다.
서양인들이 전통적으로 금요일을 싫어하는 이유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루살렘 Golgotha 언덕에서 Pontius Pilatus에게 처형을 당한 날이 바로 금요일이었다고 하거든요.
기원 후 서구문명의 유일신의 아들이 지상에서 죽음을 맞이한 날이 금요일이라니 싫어할 만하죠?
하지만 숫자 13을 싫어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13에게는 억울한 이야기입니다.
서양인들은 고대부터 숫자 12를 '완전한 수'라고 생각했대요.
그리스 신화에는 올림푸스 12 주신이 있고, 예수님의 제자가 12명,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에게도 12명의 제자가 있었습니다.
또한 Zodiac이라고 불리는 서양의 12 별자리가 있고, 1년은 12달이며, 시간도 밤낮 12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죠.
그래서 이들은 완전한 수 12를 넘어서는 숫자 13이 되면 불길한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입니다.
최후의 만찬에는 예수님과 12명의 제자가 모두 동석하여 전체 인원이 13명이 됐죠?
그리고 '최후'라는 이름대로 예수님은 곧 처형당하셨죠.
이 때문에 서양에는 '13명의 사람이 한 자리에 동석하면 그 중 1명은 죽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미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이야 이런 이야기를 믿는 사람이 별로 없겠지만 (없겠죠...?) 아직도 숫자 13을 꺼리는 풍습은 남아서 미국의 엘리베이터에 13층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4'가 불길하다고 쓰지 않는 것과 똑같죠?
(www2.isye.gatech.edu)
12층 다음에 바로 14층이죠?
(blog.hostelbookers.com)
마찬가지로 13층만 쏙 빠져 있습니다.
"13층 눌러 주세요."
"그딴 건 없어요."
예의 바른 유니콘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세상에도 13층은 없다는 유머죠.
13층...
넌 대체 왜 없는 거임?
오늘은 13일의 금요일을 두려워하는 증세인 Friggatriskaidekaphobia (한 번만 더 말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에 대해 써 봤는데요.
어제부터 자꾸 서양 전설따라 삼천리~네요.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Happy Friday the 13th~
'Welcome to Califor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에서 전화 잘못 걸었다간 정분 나겠네~ (65) | 2013.09.16 |
---|---|
미국와서 처음 사귄 친구, 알고 보니 나도 모르던 친척! (50) | 2013.09.15 |
똑같은 걸 봤는데 한국인은 좋아하고 미국인은 무서워해! (40) | 2013.09.12 |
미국에서 먹히는(?) 영어 이름 짓는 요령 (116) | 2013.09.11 |
시리아에서 10살 소년이 만들고 있는 것, 비극은 이렇게... (27) | 2013.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