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여간 미국인들 변죽 좋은 건 우리 은하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거예요.
오늘 아침에 있었던 따끈따끈한 일화랍니다.
먼저 이것 좀 보세요.
오늘 새벽에 제 셀폰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랍니다.
일요일 아침 6시 58분에 전화를 거는 야만인이 누구야?!!
하며 잠결에도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방인 씨: Hello
전화남: Hey~
이방인 씨: Hey~ (일단 장단 맞춰 줍니다.)
전화남: Good morning~ 좋은 아침~
이방인 씨: Morning, who is this? 좋은 아침, 누구시죠?
전화남: 오?! 오~ 오... 헐~ 우리 엄마한테 전화했는데요.
이방인 씨: 푸하하하하하하하 (빵 터져서 침대에 누워 마구 웃음) 뉘집 아들내미인지 전화 잘못 걸었어요.
전화남: 우하하하하하하 (같이 빵 터짐) 정말 미안해요. 아무렇지 않게 같이 Hey~ 하길래...
이방인 씨: 괜찮아요.
전화남: 아..하하하 다시 한 번, 좋은 아침이네요. How are you doing? (응? 이건 무슨 패턴?!)
이방인 씨: 아, 네네. 안녕합니다. 고마워요.
전화남: 이른 아침부터 미안해요. 친절하게 받아줘서 고맙구요.
이방인 씨: 별 말씀을요.
전화남: 즐거운 일요일 보내요~
이방인 씨: 그쪽도요. 그리고 엄마 번호 까먹지 말아요!
전화남: 노력할게요.
일요일 새벽 6시 58분에 걸려온 전화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어떻습니까?
미국인들 정말 넉살 한 번 좋죠?
전화를 잘못 걸어놓고 주절주절 수다를 떠는 사람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랍니다.
저도 간혹 실수로 엉뚱한 곳에 전화를 걸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얼굴은 안 보여도 민망해서 황급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끊곤 하는데 아마 이게 보통 한국 사람들의 행동양식 아닐까요?
물론 미국인들 중에도 전화기 너머로도 당황한 기색을 알 수 있을 만큼 빛의 속도로 사과를 하고 끊어버리는 사람들이 더 많기는 합니다만 가끔씩 이렇게 과도한 친화력을 뽐내는 사람들도 있지요.
민망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상황을 솔직하게 상대방과 공유하는 느낌이랄까요.
(아니 가만 생각해 보면 전화남의 말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Hey~"하고 맞받아친 제가 과했던 걸까요? )
새벽에 단잠을 깨운 벨소리에 짜증이 나긴 했지만 이 전화남의 유쾌한 반응 덕분에 즐거운 일요일 아침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나 참~ 이러니 저러니 흉볼 때도 있지만 미국인들에게는 미워할 수 없는 천진함이 있다니까요.
여러분도 즐거운 월요일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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