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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음식] 처음 보고 깜짝 놀란 미국인들의 소세지 먹는 법

by 이방인 씨 2013. 11. 4.

전에 살짝 언급한 기억이 나는데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에서는 아침에 일찍 학교에 가면 학교식당에서 무료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메뉴는 물론 미국식이어서 씨리얼, 빵, 우유, 쥬스, 스크램블드 에그, 해쉬 브라운, 소세지, 팬케잌 등이 주를 이루었는제 제가 맛들여서 자주 먹었던 건 소세지였어요.
그 때 당시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세지인데 보통 소세지보다 아주 작고 가늘지만 안에 고기가 생생히 느껴져서 맛있더라구요.

 

이렇게 생긴 Breakfast Sausage였는데 처음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답니다.

이 빈약한 소세지는 뭐람?  안습

 

지금이야 한국에도 없는 게 없겠지만 14년 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세지라고 하면 한 입 크기로 줄줄이 엮인 비엔나 소세지나 바베큐용 큰 소세지 혹은 달걀을 풀어 부쳐먹는 햄 소세지가 일반적이었거든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아침을 준다기에 봤더니 제 새끼 손가락만하고 통통하지도 않은, 44사이즈 강박에 시달리는 듯한 소세지 서너개와 팬케잌, 에그를 한 접시에 담아주었는데...!

 

(power959.com)

팬케잌 위에 홍수라도 난 듯 흘러넘치고 있던 메이플 시럽이 소세지까지 흠~뻑 젹셨더라구요.

아놔~ 완전 시럽 범벅을 한 소세지를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흥4

그래, 아무래도 공립학교의 무료 식사니까 고퀄리티 서빙을 바랄 순 없지.
고맙게 생각하며 그냥 먹자.

 

했는데???
옆의 아이들은 얼씨구나 좋구나 하며 소세지를 시럽에 잘도 찍어 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헉4 아이구~ 요 녀석들, 역시 영혼까지 육식인들답게 식성도 좋구나야~ 그래 그래, 많이들 먹고 세계최고 비만국의 명성들 천세만세 드높이거라~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소세지는 원.래. 그.렇.게. 먹는 것이었습니다.

Maple Sausage니까요!

미국에는 메이플 소세지라는 게 있더군요.
소세지는 케첩이나 바베큐 소스 등의 짭잘한 소스와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거늘 메이플 소세지는 만들 때 아예 메이플 시럽을 첨가해서 만들거나 혹은 먹을 때 시럽에 찍어 먹기도 하더라구요.

 어느 마켓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메이플 소세지들입니다.
이것들은 전부 제조과정에 이미 메이플 시럽을 넣은 제품들이지만
flavor가 없는 소세지에 시럽을 뿌려서 먹기도 합니다.

 

한국에도 있을지 모르겠고 또 이미 드셔본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처음 본 분들을 위해 맛을 설명하자면...

맛있어요.
입에 들어가는 건 대부분 맛있는 저의 미각에 얼마만큼의 공신력을 부여하느냐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만.


짭짤한 소세지가 달기로 유명한 메이플 시럽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의외로 조합이 괜찮아요.
IKEA에서 미트볼을 사 먹으면 반드시 잼을 함께 담아주는데 그것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맛있는 것처럼요.

 

(ikea.com)

서양인들은 짭짤한 고기와 달달한 소스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도요...

 

미국인들은 아침에 메이플 소세지를 즐겨서 흔한 미국의 팬케잌 아침 식사라고 한다면 이런 모습이죠.

 

 (flickr.com)

결국엔 계란도 시럽 범벅이 되어 메이플 에그를 먹는 일도 있구요.

 

최근에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체인인 칼스 주니어에서 이런 아침 메뉴가 나왔더라구요.

 

maple sausage egg & cheese 비스켓입니다.
어찌나 맛있게 보이던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당장 사 먹었습니다.
음식 앞에 행동력 좋은 여자, 이방인 씨니까요.

 

광고에는 매우 정갈하게 보이지만 전쟁 같은 아침 시간에 10분을 기다려 받은 비스켓은 뭐, 서둘러 먹는 전투식량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요즘 프로모션 중인 제품이라 저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주문하더라구요.

 

 손님이 미어터지는 아침 시간이라 소세지들이 가지런히 줄 맞춰 담겨있길 바라는 건 무리죠.

 

가장 궁금해하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있습니다.

묻지를 마오~  묻지를 마~
이 놈의 입은 사약도 한 사발 더 부어달라고 조를 테요...

엉엉


일단 포장을 벗기는 순간부터 달~콤한 메이플향이 제 영혼을 감싸고 돌며 유체이탈을 시켜 줍니다.

 


그래! 내 영혼은 지금 메이플의 땅 캐나다에 있는 거야!!
아~ 이걸 먹으니 저절로 Z를 제드라고 발음하고 싶은 기분이야~
(캐나다인들은 알파벳 Z를 Zed라고 읽기도 한다죠.)

 

텔레포트나 점프의 초능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먹기만 하는 되는 것을...!
오늘 아침에도 저는 어머니가 오랜만에 해 주신 갈치조림을 먹고 어딘지 모를 바닷가를 끼룩끼룩 날아다녔답니다.
여러분은 월요일 아침 무얼 드셨나요?

활기찬 월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