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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근본 없는 요리] 블로그 독자들 덕분에 성공한 <미국에서 한국 호떡 만들기>

인 씨의 애독자시라면 그간 제가 고퀄리티 호떡을 가내수조리 (家內手調理) 하기 위해 두세 번 시도했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시중에 팔고 있는 한국산 호떡 믹스를 사서 고생했던 적도 있고, 와플 머신으로 호떡을 구워 보려다 이도 저도 아닌 요상한 바호플 (바삭한 호떡 같은 와플)을 만들어낸 이야기도 들려 드렸죠?

처절하고도 철저한 실패담을 읽고 저를 가엽게 여긴 많은 독자들께서 비.법.을 전수해 주셨답니다. 미국 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각종 '도우'를 이용하면 간단히 호떡을 만들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디너롤 도우, 피자 도우, 식빵 도우, 비스켓 도우 등 여러가지 재료를 추천해 주셨지요. 먹을 것 앞에 행동력 좋은 이방인 씨, 다음 날 바로 마켓으로 달려 갔습니다. 수 많은 도우 중 무엇이 좋을까 기웃거리던 그 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딱 좋은 사이즈로 간결하게 포장되어 있는 피자 도우!
가격도 겨우 $ 1.99 !!!


당장 하나 사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저녁, 고퀄리티 호떡 만들기 제 3차 도전이 시작되었죠.


두둥~

 

 호떡 믹스를 사용했을 때는
손에 기름을 발라도 사정 없이 달라붙는 반죽 때문에 고생했는데
피자 도우는 척~ 척~ 잘 떨어지더라구요.

피자 만드는 분들이 어떻게 하늘로 도우를 띄우는 묘기를 부릴 수 있는 건지 알게 됐습니다.

 

 내용물은 전과 마찬가지로 땅콩과 흑설탕입니다.

야심차게 수북~이 담았지만 반죽을 오무리는 과정에서 반은 떨어지고...

 

본.의. 아.니.게. 칼로리가 줄어든 상태로 오무려진 호떡
드디어 프라이팬 불지옥으로 낙하~

 

 한 치 앞도 모르는 <호떡 만들기>의 세계,
불의 세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 지 모르겠기에 우선은 딱 1개만 올려 봅니다.

모름지기 호떡의 생명은 얇고 평평하게 잘~ 눌린 떡!
저도 뒤집개를 이용해 꾸~욱~ 눌렀... 눌렀...

안 눌려요!!

피자 도우란 게 굉장한 고.탄.력.을 자랑하더군요.
누르는 순간 범상치 않은 저항력을 확인하고, 있는 힘껏 압박했는데,

 

고작 요만큼 밖에 안 펴졌어요.
한 번 더 으~음~ 하며 오래 누르고 있었죠.

 

간신히 지금 7cm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꺄악~~~~~~~~

오래 누르고 있는 사이,
호떡의 한 면은 불지옥에서 타버렸습니다.

우리집 가스레인지 불 세기 7에서는
호떡이 생각보다 빨리 익는다는 사실을 배웠네요.
6으로 불을 줄이고 뒤집어 반대 쪽을 구웠습니다.

 

 이 쪽은 그런대로 봐 줄 만하게 익었네요.

손가락의 1도 화상 쯤은 So So Cool~하게 개의치 않고
바로 집어들어 반을 잘라 보니,

 

오~ 이건 뭔가... 뭔가...?!

기대를 품고 한 입 먹자 마자

이 느낌은~~~???

When I say "호"
You say "떡"

호~ 떡!
호~ 떡!


맛과 식감이 한국에서 먹던 호떡과 정~말 흡사했어요!!

감격에 휩싸여 호떡을 우물우물 씹으며 다시 굽기 시작합니다.

 

역시 뒤집개로 꾹~! 꾹~! 눌러준 후에야
이 정도로 펴졌습니다.

이번엔 태우지 않고 노릇노릇하게 구운 뒤 뒤집었을 때
제 눈 앞에는 기적과 같은 광경이...!

 

 으~아~니~ 이거슨?!!

터졌지만 맛있어 보이는 호떡의 상징,

새어나온 설탕 시럽!

아마 너무 세게 누르다 보니 반죽이 터진 것 같습니다만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꾹꾹 누르며 그 순간을 즐겼지요.

그리하여 완성된 호떡 제 2호와 3호입니다.

 

우흠하하하하하
달달한 호떡 냄새에 나비와 벌이 날아들었군요.


두 번의 실패 끝에 나.름. 성공한 <미국에서 한국 호떡 만들기>, 모두 제게 가르침을 주신 독자들 덕분입니다. 그저 반죽을 떼어서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설탕 속만 넣어 구우면 되니까 호떡 믹스보다 몇 배는 편하더라구요. 정보 공유해 주신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 이만 물러갑니다.

여러분 달달한 하루 유후~

  • 들꽃처럼 2014.08.08 08:27

    아뉘 저것은!
    진짜 호떡이잖아요!
    장사해도 되겠어요!

    호떡만들기 성공하심을 축하해요

    우리 방인님은...
    절.대. 게으르지도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도 않음
    요리에 소질도 많고~~~~
    짝짝짝짝짝짝~~~~~~~

    • 이방인 씨 2014.08.08 10:36 신고

      그렇죠? 그렇죠?! 진짜 호떡 비.스.무.리. 하잖아요. ㅎㅎㅎㅎ 맛도 비.스.무.리. 해요. 오~ 사실은 진짜 한국의 호떡을 먹어본 지가 하도 오래 돼서 맛이 잘 기억나지 않네요. ㅠ_ㅠ 그래도 이번에 만든 건 정말 맛있었어요. 텔레포트로 여러분께 보내 드렸다면 맛을 검증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

      참, 저는 먹는 일에는 절.대. 게으르지 않습니다. +_+

  • tarofan 2014.08.08 09:50

    ㅋㅋ 굉장한 집념이네요! 어딜 가도 굶어죽진 않으실 듯! ㅎㅎ

    • 이방인 씨 2014.08.08 10:37 신고

      어머, 이렇게 먹을 게 많은 나라에서 굶어 죽다니... 그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아, 물론 아직도 지구상에는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건 몹시 가슴 아픈 일입니다만....

  • 빠숑♡ 2014.08.08 11:34 신고

    달달한 호떡에 나비와 벌이 날아들었다는 말이 너무 귀엽네요 ㅎㅎ
    비주얼은 정말 한국에서 파는 호떡과 일치하는데요? 맛있게 드세요 ^^

  • Hyewon 2014.08.08 15:14

    아, 저 나비와 벌은.... 레녹스 버터플라이 메도우..? 아.. 난 남자인데 왜 이런 걸 잘 알지..

  • vision2real 2014.08.08 15:36 신고

    음, 제가 요즘 한창 운동하는 기간인데다
    식단에 따른 식사 외엔 일체 군것질을 안 하는 상황이라
    이런 글을 보는 마음이 좀 괴롭지 말입니다.

    부산에 가면 씨앗호떡이란 게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남포동 극장 광장 앞에 두 군데만 있는 걸로 압니다만.
    일단 호떡을 튀긴 다음,
    호떡을 갈라 그 안에 잘게 부순 해바라기씨, 땅콩 등 견과류를 정말 듬뿍 넣은 다음 종이컵에 담아 줍니다.
    호떡의 설탕 시럽과 견과류가 어찌 그리 잘 어울리는지, 최고죠.
    1박2일 당시 이승기가 잠깐 들렀다고 이승기 호떡이라며 팔고 있어요.

    방인님도 호떡은 호떡대로, 견과류는 견과류 대로 준비해 뒀다가
    완성된 호떡 배를 갈라 견과류를 듬뿍 넣고 드셔 보세요~~

  • 하늘비 2014.08.08 16:19

    오~~~+_+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저도 호떡이 땡기는데...날이 더워서....해먹는 것도 귀찮고...
    파는 곳은...아무래도 주변에는 없는 것 같고....
    아~~정말 침은 넘어가는데 이 상황을 어찌 탈출해야 할지...
    아이스크림을 물고 꾹 참거나....
    유자에드를 해서 그냥....배를 불려야 할것 같아요..ㅠㅠ

  • 콩양 2014.08.08 18:00

    축하드려요~ 드디어 호떡을 만들어 드셨군요~ ^^

  • 열매맺는나무 2014.08.08 18:11 신고

    호떡 맞군요! 축하합니다. ^^
    저도 주말에 믹스로라도 호떡 잔치 한번 해야겠네요. ^^

  • 이재흥 2014.08.08 18:30

    기름 처리만 쉬우면 부산칙으로 기름에 푹 담군 호떡 갠찮습니다~~단지 하고난후 기름 처리가.....ㅜㅜ

  • 여강여호 2014.08.08 19:31 신고

    피자 도우로 호떡을?
    이것도 발상의 전환인데요...ㅎㅎ..
    맛은 호떡과 별반 다를 게 없다니....신개념 호떡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 포로리 2014.08.09 22:29

    경축! 맛있겠어요. 나도 도전해볼까?
    고백할 것이 있는데 얼마 전 체질량검사에서 비만! 그것도 복부비만 판정 받았어요. 고로 눈물을 머금고 호떡 도전을 다음기호로...

  • 존사모님 2014.08.10 11:10

    축하합니다~~~~~
    호떡 2호,3호는 완전 성공작인데요
    먹고 싶네요
    저는 청개구리인가 여름에는 호떡이 겨울에는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먹고 싶어요 ^^;;;;

  • 히티틀러 2014.08.10 22:47 신고

    성공하신 거 축하드려요!!!!

  • UTA 2014.08.11 10:41

    역시 호떡은 맛있죠~! 도우로 만든 호떡이라...뭔가 식감이 더 쫀득거릴거 같네요 ㅎㅎ
    맛있겠다 ㅠㅠ

  • 2014.08.11 15:40

    시중 호떡믹스 중에 백설이 가장 길거리 호떡 맛에 흡사하던데.. 미국엔 안 팔려나요?
    암튼 이방인님 고국 호떡맛을 재현하느라 수고 많이 하셨어요ㅋㅋ

  • 어린 아이 2014.08.13 01:45

    축하드려요.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 이온 2014.08.22 11:17

    우왓 이런 경사스런일이.. 호떡 먹고 싶다-----

  • 칼국수 2014.11.24 00:34

    드디어 미국에서 음식장사로 끝발날리며 성공할 수 있는 물꼬를 트신 것 같습니다.
    얼른 선점하세요. 이것이 기회~
    그 호떡 참 맛나게 생겼군요.
    여긴 그런 훌륭한 반죽을 1.99달러에 파는 일 같은 건 절대 없겠지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