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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 Everything

[근본 없는 요리] 추수감사절 맞이 오븐 요리 세 가지!

by 이방인 씨 2014. 12. 1.

11월 30일 일요일, 방인 씨는 추수감사절 연휴의 마지막 날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난 3일 간의 연휴를 짧게 정리하자면,


나는 배터져 죽을 범인이 아니로다~


칠면조, 매쉬드 포테이토, 킹크랩, 굴 보쌈, 생선전, 펌프킨 치즈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차례로 흡입해도 저의 견고한 위벽은 위풍당당하게 버틴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과식했을 때 흔히들 "아~ 나 배터질 것 같아~"라고들 하는데 저와는 관계 없는 걸로!

매년 추수감사절에 많은 친척들이 모이기 때문에 집집마다 음식을 준비해 오는데 저 역시 요리를 조금 해 보았습니다. (누굴 잡으려고) 연례행사처럼 블로그에 공개해 온 '이방인 씨의 추수감사절 맞이 근본 없는 요리' 올해도 시작해 볼까요~?


 첫번째 요리 - 칠면조 

추수감사절의 핵심인 칠면조 구이가 빠질 수 없죠. 올해도 하루 전에 미리 칠면조를 사다 놓았습니다.

 

 영계...가 아니라 영 터키죠.

 

 14.32 파운드니까 약 6.5킬로입니다.
크~죠~?!

$22.77의 가격이 붙어 있지만 마켓에서 $25 어치 장을 보는 고객에게 $8불에 팔고 있었어요.
다른 식재료를 잔뜩 산 저도 단 돈 $8불에 구매했답니다.

 

 아이고~ 여기 뜨거운 물만 받아 놨으면 온천 즐기시는 터키님이셨을 텐데 말입니다.


깨끗이 씻고 물기를 뺀 터키
이제 오븐 찜질방에 들어가실 차례죠.

터키를 구울 때 취향에 맞게 각종 소스나 향신료 등을 바르는데
저는 따로 만들기 귀찮아서 아.무.거.나. 집.에. 있.는. 것.을 재활용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거죠.
피자 시킬 때마다 따라오는 갈릭버터!

 

안까지 스며들 수 있도록 구멍을 여기 저기 낸 후
고루 펴바릅니다.

 

 그리고 터키용 오븐 트레이에 넣은 후

 

 쿠킹 포일로 잘 덮어 줍니다.
작년에는 오븐 백을 이용했는데 올해는 한층 심해진 귀차니즘으로 인하여
그냥 포일로 대신합니다.

 

 자, 이제 정해진 운명대로, 325도로 예열된 오븐에 안착했습니다.



3시간 15분 후

 

 이제 포일을 벗기고 터키 표면이 golden brown이 될 때까지 약 30분간 더 굽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제법 잘 익은 듯한 칠면조 구이 완성입니다~


지난 십 수년간 매년 칠면조 구이를 먹어 왔지만...

맛은 없어요.

치킨이 100배 낫죠.


추수감사절 다음날 어머니께서 한국식으로 끓여주시는 칠면조 죽이 제일 맛있답니다. 올해도 어김 없이 크~은~ 냄비에 가득 끓인 죽을 맛있게도 냠냠~ 김치와 함께 먹었지요.


 두번째 요리 - 오븐 구이 치킨 랩 

아니, 칠면조를 먹으면서 무슨 치킨이냐구요?!

바로 위에서 말씀 드렸잖아요. 저는 칠면조 싫어해요. 하여


치느님 영접~


하지만 똑같은 요리법으로 해 먹을 순 없으니 평소 제가 좋아하는 치킨 랩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재료는 초! 간단합니다.

 

 삼색 신호등 채소들입니다.
피망, 로마 토마토, 그리고 스쿼시
셋 다 열을 가하면 더~ 맛있어져요!

 

 그리고 Tortilla

 

 체다 치~~즈~~

 

 냉장고에 있던 Ranch 소스 약간

 

 푹 삶아서 익힌 닭가슴살입니다.

 

 Totilla에 랜치 소스를 살짝 바른 후

 

 닭가슴살을 올립니다.

 

 그 후 차례로 채소 신호등을 완성시킨 뒤

 

 잘 말아서 오븐용 그릇에 넣습니다.

그리~고

 

 오븐 한 귀퉁이, 칠면조 옆에 살포시 얹어 놓습니다.

안에 들은 채소가 말랑말랑하게 익을 때까지 한 15분 정도 기다렸다가
치즈를 솔솔 뿌립니다.

 

 그리고 다시 오븐에 넣어 치즈가 녹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그러면~

 

짜잔~

치즈를 좋아하는 방인 씨에게는 먹음직한 모양새!


이 후에는 뜨거운 온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신 없이 먹느라 사진이 없네요. 말로 설명해 드릴게요.


오븐에 구웠기 때문에 Tortilla가 바삭-바삭-하게 익어서
칼로 반을 자르면 맛있는 소리가 난답니다.
피망, 토마토, 호박도 부드럽게 입에서 살살 녹아요!
다 먹은 후에야

앗! 나 혀를 데었잖아!!!
아픔을 잊기 위해 재빨리 하나 더 먹는 수 밖에...

 


 세번째 요리 - 메이플 월넛 초코칩 파이 

뭐시라고라?


Maple Walnut Chocolate chip Pie 라구요!


그러니까 알기 쉽게 요약하자면, 파이 속에 제가 먹고 싶은 걸 다 쓸어넣은 그런... 그런... 막장 파이인 것입죠 네네.

 

 일단 달걀 3개를 잘 풀어줍니다.

 

 메이플 시럽을 넣.고. 싶.은. 만.큼. 넣구요.

계량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근본 없는 요리사의 단호박입니다.

 바닐라 extract도 조금 넣습니다.

 

 파이용 팬에 밀가루를 살짝 뿌린 뒤

 

 파이 크러스트를 펴 넣습니다.

 

 달걀 + 메이플 시럽 + 바닐라를 붓고

 

 호두를 가득~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초콜렛 칩을 투척!

 

 삐죽삐죽 튀어나온 크러스트를 대~충 여밉니다.
혹자들은 예쁜 모양을 넣어 접는다고 하지만

풋~
빨리 구워 입에 넣을 생각 밖에 없는 이 요리사를
단 1초도 지체하게 하지 말라~

 

 크러스트의 엣지 부분을 포일로 잘 덮습니다.
파이 안쪽과 밑부분이 익을 동안 노출된 엣지가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죠.

 

 자, 이제 이 녀석도 오븐으로 들어갑니다.
약 30분간 구운 뒤

구워지는 동안 부엌에 퍼지는 달콤한 향기가 기~가 막힙니다. 기가 막혀요!

 

 포일을 벗기고 다시 15분을 굽습니다.

그리고 꺼내면~~?!

 

 분명 원형 팬에 넣어 구웠는데 왜 찌그러졌을까...

따위에 신경쓰지 말고
손에 닿아도 될 정도로 식자마자 바로 자릅니다.

 

 호오~ 제법!

 

계란과 호두와 초콜렛 칩이 그득그득한 단면

지체말고 와구와구 먹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 드리기 송구하옵니다만,

 거~업~나~ 맛있어요! 


'근본은 없을지라도 맛은 있잖아~' 하며 자신에 차서 또 하나의 파이를 굽기로 결정한 것이 바로... 실패로 가는 첫걸음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방인 씨였습니다.


 네번째 요리 - 사과 파이  

파이의 여왕을 꼽자면 역시 Apple Pie죠! 새콤 달콤한 사과향이 일품인 사과 파이말입니다. 메이플 월넛 초콜렛 칩 파이의 성공으로 기고만장한 방인 씨는 내친김에 사과 파이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아 참, 그런데 추수감사절하면 펌프킨 파이인데 왜 다른 파이만 굽는지 궁금하시다구요? 거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제가 펌프킨 파이 싫어해요.
잘 안 먹어요.

추수감사절에 펌프킨 파이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펌프킨 파이를 구울 수도 있지만


풉~!
내 노동력은 내 배를 채우는데에만 쓴다!


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과파이 실패뎐~의 현장으로 가 보실까요?

 

 오븐용 유리팬에 크러스트를 척~ 하고 얹습니다.

사과파이를 만드려면 속을 채워야 하는데
이 때 밀가루, 소금, 설탕, 등등 들어가는 게 많더라구요.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기 까지의 중간 과정이 길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근본 없는 요리사
는 오늘도 편법을 생각해냈습니다.

 

 바로 이것!
스트로베리 맛을 내는 애플 소스를 넣기로 결정한 것이죠.

 

토마토 소스 같기도 한 애플 소스를 고루 펴 발라줍니다.

원치 않을 정도로 묽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원하는 것만 얻는 인생이 어디 있겠나이까~

So So Cool하게 느낌을 무시하고 계속 진행합니다. 

 

 잘게 자른 사과를 듬~뿍 넣습니다.

보통 사과 파이에는 사과를 예쁘게 저며서 넣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모양을 내면 근본 있어 보이잖아요.

외양이 번지르르해 지는 것은 경계하여 마땅한 일입니다.

초라하게 썰은 사과를 넣은 뒤 오븐에 넣습니다.

돌아라~ 오븐아~
쉬지 말고 돌아라~



내 위장이 충만하기 전까지 네게 휴식이란 없다.

 

 오븐에 넣고 30분간 구우니
새콤달콤한 사과향이 솔솔 풍겨옵니다.

오븐을 살짝 열어 보니
파이 구워지는 소리가~

응?!

파이 구울 때 소리가 나던가???

살포시 귀를 대고 들어 보니

보글보글
보글보글

 

꺄아~~ 끓고 있다!
뭔가 끓고 있어!!!

 

 그렇습니다!
스트로베리 맛이 나는 애플소스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입니다!

...

소스가 너무 묽다는 저의 느낌은 틀리지 아니 하였던 것입니다.

더 구우면 증발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담아 30분을 더 구워서...

훌륭하게도 애플 죽!을 개발해냈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

아이~ 참, 나란 녀석은 원...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에 위협이 될 정도로 긍정적 인간형이란 말이지~


이것은 파이인데 자를 수가 없는 파이야!

흘러내리니까.

이것은 파이인데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하는 파이야!

손에 잡히지 않으니까.

 

 훗~ 원래 소중한 것은 쉬이 잡을 수 없는 법이지... 

 

올해도 무사히 넘어가진 못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리며 방인 씨의 추수감사절 맞이 근본 없는 요리 이쯤에서 황급히 마칩니다.
점심 먹을 시간이거든요.

여러분, 맛있는 하루 유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