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방인 씨는 호떡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3일 째 40도에 육박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여름, 왜 갑자기 호떡이 먹고 싶어졌는지는... 오직 '식욕의 신'만이 아실 일이지요. 아무리 먹고 싶어도 호떡을 구할 길이 없는 곳에 살고 있는 방인 씨, 못 먹는다 생각하니 더 안달이 납니다. 이대로 참다간 영혼이 시들 것만 같은 두려움에 궁여지책으로 집에 있는 와플 머신을 떠올렸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돌아온 '근본 없는 요리사 이방인 씨'의 <와플 머신으로 호떡 만들려다 실패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먼저 와플 믹스를 준비합니다.
흑설탕과 땅콩, 호두도 섞어 놓구요.
문제는 재료가 아니라 도구죠. 아시다시피 와플 메이커는 요철이 깊기 때문에 설탕이 녹아 시럽이 되면 빵 가운데 고이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 눌릴 게 뻔하니까요. 그래도 일.단.은.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얇게 반죽을 올린 뒤,
설탕 속을 첨가하고
다시 그 위를 반죽으로 덮었습니다.
그리고
.
.
.
그린 라잇입니까?!!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길래 열어 보니
짜.증.나.
F로 시작하는 네 글자 영어 단어를 쓰고 싶어지네요.
이~런~ FOOD!
그래도 내 손으로 만든 FOOD니까 내 입으로 처리할 수 밖에...
잘 떼어낸 후에 뒤집어 놓으니...
오~ 뭔가... 이건 뭔가...
벨기에의 들개가 몇 번 씹다 뱉은 와플 같아!!
어쨌든 초라한 기분으로 혼자 와그작 와그작 씹어 먹었는데,
마... 마시따
와플도 아니고 호떡도 아니고 풀빵도 아니지만
괜~찮~다~
신나서 더 만듭니다.
과감해진 설탕 투척
들이부어라~ 니나노~
또 한 번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뚜껑을 열어 보니
윗 판과 아랫 판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고 있는 어장관리 와플
그대로 접시에 담으니 인디언 텐트 완성
와하하하핫
근본 없는 설치미술가 탄생
텐트란 안에 들어가기 위해 설치하는 것!
텐트 속에 바닐라 캐러멜 아이스크림을 넣어 주었죠.
1인용이었는데 아이스크림은 두 스쿱
한 개 취식으로 1일 권장 칼로리 섭취 성공!
여세를 몰아 연이어 찍어냅니다.
모양이 어그러지는 것은 요리사의 잘못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연장 탓이므로
한 칸 옆으로 옮겨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
.
.
이번엔 한 덩어리로 완성
역시, 잘못은 늘 연장이 하는 거구나...!
조금 남은 반죽으로 카페 와플 분위기도 한 번 내 주시고!
오늘의 요리는 나름 성공했다고 뿌듯해하고 있을 무렵 집에 들어오신 어머니께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다 들으신 어머니께서는
"그래서 호떡처럼 만들어졌어?"
"아니, 설탕이 골고루 퍼져서 바싹 구워져서 시럽이 되질 않았어요."
"그럼 소용 없었다는 거네?"
"아... 아니 그래도 그냥 와플보다는 훨씬 맛있어요. 흑설탕이랑 땅콩이랑 또 호두도 들어갔으니까요."
"그럼 애초에 와플 믹스에 설탕이랑 땅콩, 호두 같이 넣고 구웠으면 되는 거네."
어...엄만 내 맘 몰라~!!!!!!
여러분 달콤한 하루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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