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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같은 동양인의 낮은 자존감이 실망스럽네요

by 이방인 씨 2014. 4. 2.

마 전에 미국의 흑백 인종차별 및 구분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그간 아무 이유 없이 미국인들 폄하하고 욕하는 댓글들을 적잖이 목격했는지라 그 날도 혹시나 무분별하게 타인종을 모욕하는 방문객이 있을까 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댓글이 달렸는데 고민 끝에 여러분께도 공개합니다.

 


가감없이 털어놓건데, 저는 이 댓글을 읽고 몹시 당황하여 도대체 이런한 사상을 가진 이는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 받았는지 궁금할 정도였답니다. 자기 자신이 동양인 (그것도 한국인)임이 분명한데 "똥양인"이라는 단어로 동족을 지칭하다니 저로서는 믿을 수가 없는 언행이었거든요. "근본적으로 자존감이 낮다"는 주장과 더불어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며 "인종개량"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다니... 이 댓글을 쓴 분이야말로 극단적인 자존감 결여 상태에 빠지신 것 같습니다.

이 댓글은 제 글에 대한 반론도 아니고, 저에 대한 악플도 아니고 그저 인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은 것 뿐이니 제가 개인적으로 불쾌해할 일은 아닙니다만, 저 역시 동양인으로서 우리 스스로를 이토록 폄하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실망을 금할 수 없더군요.

이 분 만큼은 아니더라도 혹.시.라.도. 이 분의 말에 속으로 수긍하는 분들이 계실까 봐 바로 오늘 미국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뉴욕발 AP통신의 기사인데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아이들, 인종간 격차 크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의 아동 복지를 위해 힘써온 Annie E. Casey 재단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생부터 성년이 될 때까지 미국 아이들의 인생 과정을 보면 인종간 격차가 매우 뚜렷하다고 합니다. 이 조사에는 학교 성적, 고등학교 졸업률, 십대 임신률, 직업 전망, 가정 소득과 교육 수준, 이웃의 경제 수준까지 다양한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각 항목을 수치로 변환하여 총점 1,000점 만점의 표준 점수를 지정했습니다. 2012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최근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인종

 점수 (1,000점 만점)

 1

Asian (동양계)

776

 2

White (백인계)

704

 3

Latino (라틴계)

404

 4

American-Indian (인디언계)

387

 5

African-American (흑인계)

345


겨우 12시간 전에 게재된 기사임에도 벌써 6,000여개의 댓글이 달려 있는데, 동양계가 1위를 차지한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미국내에서 동양인들의 "명석하고 근면하다"는 장점이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이미 오래전에 그것을 주제로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2012/06/01 - [Stranger Meets America/Hello! America] - 동양인들을 무시하면서도 열등감 느끼는 미국인들

"동양계는 공부에 목숨 건다"는 다소 질투 섞인 오명이 있을지는 몰라도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잘 키우자는 (child well-being) 취지로 설립된 재단의 조사에서 동양계가 2위인 백인계와 꽤 격차를 보이며 1등을 차지한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가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네요.

동양계가 얻은 776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은 흑인계들의 댓글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흑인은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는 자존감 낮은 발언을 하는 사람은 찾지 못했습니다. 대다수가 흑인계의 현실을 바로 보고 있었죠.


"우리가 "흑인이기 때문에" 못하는 게 아니야.
이건 어디까지나 양육의 문제니까. 
이제 흑인 부모들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아이를 제대로 키워야 해!"


인종을 불문하고 이것이 정답이겠지요. 한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학교, 사회로부터 받는 양질의 교육이 아닐까 합니다. 개개인의 인생 성취도 및 만족도 뿐만 아니라 국민적·민족적 자존감 역시 어릴 적부터 보고 듣고 배우며 형성되는 것이죠. 타인종과 비교하여 우리를 평가하는 것보다 그들과 아~무 상관 없이 스스로를 긍정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에.. 음.. 그러니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도 미국에서 온갖 인종, 민족들과 어
우러져 살다 보니
자연스레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저 방문객의 댓글을 보고 정신 번~쩍 차렸지 뭐예요.


스스로를 "똥양인"으로 부를 수 밖에 없는 누군가의 현실을 제가 미처 알 수는 없으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몇 자 적어 봅니다.

여러분 시~인~나는 하루, 유후~!

모든 동양인이 이 방문객처럼 인종서열을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부터도 그렇지 않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