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는 항공사 승무원에게 심한 무례를 범한 대기업 임원의 뉴스가 화제가 되어 많은 분들의 공분을 샀었죠?
승무권도 서비스직이니 그 사건 외에도 말 못할 고충들이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생각에 한국의 승무원들은 굉장히 친절한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 비행기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한국과 미국의 항공사는 여러번 이용해 봤는데요.
서비스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제가 겪어 본 미국 항공사 승무원들의 패기, 한번 들어 보세요.
첫번째 - So So Cool한 승무원님
한 10년 전에 미국 항공사인 United Airlines를 타고 한국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기내식을 먹고 체하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비행기 멀미를 한 건지 갑자기 두통이 너무 심하게 오더라구요.
가방에 비상약이라도 챙겼으면 좋으련만... 제가 가진 것이 없어서 승무원에게 물었습니다.
저 혹시 두통약이 있으면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머리를 말끔하게 빗어넘긴, 우리가 익히 떠올릴 수 있는 깔끔한 모습의 남성 승무원이 이렇게 말하고 지나가 버렸어요.
No, we don't. 없습니다.
아, 네...
물론 제가 비행기에 어떤 물품들이 갖춰져 있는지 잘 모르긴 하지만 10시간 이상의 비행을 하는 비행기에는 적어도 상비약 상자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안에 일반 진통제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그리고 설령 없더라도 저렇게 차갑게 "없습니다." 하고 갈 줄은 몰랐어요. ^^;;
여러분은 지금 제가 저 승무원에게 뭔가 잘못한 게 있어서 승무원이 저런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닐까 의심하실지도 모르겠는데요.
그 날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을 한 게 그것이었답니다.
가마니처럼 조용히 앉아서 얌전히 주는 밥 먹고 있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서, 그것도 제가 버튼 눌러 부르는 것도 못하고 우연히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가 물어본 거였죠.
두번째 - 보채지 좀 말아요!
이건 제가 당한 건 아니고 목격한 일인데요.
2007년 말에 한국에 나갔다가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American Airlines를 이용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일본을 경유했는데 일본에서 단체 승객들이 탔습니다.
젊은 남성들이었는데 다 같은 양복을 갖춰 입은 30명 정도의 무리더라구요.
이륙하고 2시간쯤 지나자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본인 단체 승객들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을 경유하긴 했지만 서울발 샌프란시스코행이어서 그랬는지 한국어를 하는 승무원이 딱 하나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는 전부 영어만 하는 승무원들이라 꽤 답답했겠죠.
그래도 음식 고르는 거야 뭐 Beef냐 Chicken이냐 이런 정도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식사를 서비스하던 승무원은 버벅거리는 승객이 30명 정도 반복되니까 짜증이 났나 봅니다.
거의 마지막 줄에 누군가에게 식사를 안 주고 그냥 지나친 모양이예요.
그런데 여기서 정작 밥을 못 받은 일본인 승객은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난감해 하고 있는데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모르겠는 다른 아시안 승객이 그 일본인을 대신해서 승무원에게 말을 해줬습니다.
Excuse me. 여기 한명 식사를 못 받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저 분 참 친절하시네.' 했는데 승무원의 생각은 조금 달랐나 봐요....
지금 정신 없는 거 안 보여요? 날 보채지 말아요.
그 친절한 분 민망하셨겠네...
세번째 - 경찰한테 끌려가고 싶어?
이건 바로 오늘 아침에 제가 본 뉴스인데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소식입니다.
Virgin American Flight이라는 미국 항공사를 이용한 한 남성 승객이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앉아 있다가 음료수가 먹고 싶어진 이 승객은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고 이윽고 다가온 남성 승무원에게 소다를 한잔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그 남성 승무원이 요구사항이 있으면 좌석 앞에 달린 터치 스크린으로 주문을 하라고 말했답니다.
승객이 스크린을 켜고 싶지 않다며 그냥 가져다 줄 수 없냐고 했더니 승무원이 이런 말을...
I don't have time for your attitude. 당신의 삐딱한 태도에 맞춰 줄 시간이 없는데요.
삐딱한 태도라고 할 것 까지야....??
그렇게 남자 승무원이 가버리고 잠시 후 여성 승무원이 다시 오더니 터치 스크린 사용법을 알려주며 그걸 사용하라고 했답니다.
아마 그 때는 승객도 마음이 상할대로 상한 모양인지 자신은 터치 스크린을 쓰지 않겠다고 거절했다네요.
승객은 그 때부터 승무원들에게 그 어떤 요구도 하지 않고 도착지까지 본인의 컴퓨터로 일을 했구요.
그런데 비행기가 착륙을 하고 짐을 챙겨 내리려는 찰나, 어디서 경찰관들이 나타나 그 승객에게 함께 가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다른 승객들이 모두 보고 있는 와중에 경찰 서너명에게 둘러싸여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조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승무원에게 왜 소리를 질렀습니까? - 소리 지른 적 없습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왜 물을 내리지 않았습니까? - 물 내렸습니다.
승무원들이 경찰에게 그 승객이 소다를 가져다 주지 않았다고 소리를 지르고 화장실을 쓰고 물을 내리지 않았다고 고발을 했답니다.
그러나 승객의 주장에 따르면 소리를 지른 적도 없고 화장실 물을 안 내린 적도 없다고 하는데요...
결국 끌려간지 30분만에 이 승객은 그냥 풀려났고 그 길로 바로 Virgin American Flight 고객 상담실에 문의를 했습니다.
굳이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아도 버튼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이 승객은 항공사를 상대로 $500,000 (한화 5억 5천만원)의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정신적인 피해 보상은 물론이고, 없는 사실까지 지어내며 승객을 무고한 승무원들의 공식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쓰라고 있는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 승객에게도 잘못은 있지만 그렇다고 경찰까지 부를 일은 아니지 않나요??
승객이 너무 억울하다고 소송까지 건 걸 보면 정말 소리를 지르거나 난동을 피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소송 전에 Virgin American 항공 측에 항의했을 때 그 쪽에서 보상금 $5000을 제시했다고도 하구요.
과연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는 지켜봐야겠죠.
미국의 항공사 승무원들의 패기가 이렇습니다. ^^;;
물론 친절한 승무원들도 많아서 모든 미국 승무원들을 일반화할 수 없지만 그 '친절함'이라는 것이 한국 항공사 승무원들의 친절함에 비하면 기본적인 승무원의 의무를 지키는 수준에 지나지 않죠.
이 기사 밑에 달린 미국인들의 댓글 중에도 항공사의 형편 없는 서비스를 비난하는 내용이 많았구요.
저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도 타 보았는데 대체적으로 미국에 비해 승무원 서비스의 질이 훨씬 높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속상한 일도 참아 가며 프로 정신을 발휘해 웃는 얼굴로 승객을 맞이하는 승무원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자신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다고 승무원들에게 진상 부리는 승객들은 미국 항공사 승무원 체험 캠프라도 보내 드리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경찰에 한번 끌려가 보면 정신 차리시겠죠?
여러분, 피로가 확~ 풀리는 일요일 보내시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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