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로 '연인'(戀人) 이라 하면 평범하게 남자친구/여자친구라고 부르는 것보다 왠지 더 낭만적이고 아련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연인을 영어로 번역하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자연히 Lover를 떠올리실 듯 합니다.
하지만 사실 미국에서 Lover라는 단어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연인'과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미국인 친구가 자신의 남자친구/여자친구를 Lover라고 소개하는 걸 들어본 분이 흔치 않을 것 같은데요.
저도 주변에서 Lover라는 말로 애인을 소개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영어권 나라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Lover라는 단어의 사용을 꺼리기 때문이죠.
얼마전에 그 이유를 잘 설명하는 칼럼을 하나 읽었기에 여러분께도 전해 드립니다.
첫번째 - 너무 적나라한 느낌이야!
어떤 적나라한 느낌이냐구요?
뭐 이런 거나... 혹은 이런 거죠...
그러니까 한마디로 Lover는 성(性)적인 의미를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Lover 라는 단어를 들으면 성적 관계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네요.
'사귀는 사이' '사랑하는 사이' 라는 보다 '~~하는 사이' 라는 느낌이 먼저 든다는 거죠.
물론 사랑해서 사귀는 사이에도 벌어지는 일이겠지만 굳이 그걸 강조하는 단어로 남자친구/여자친구를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드물겠죠.
두번째 - 주홍글씨
이건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인데요.
그 시절 미국에서는 한창 동성애와 에이즈가 사회적 공포로 대두되고 있었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이 생소하던 시절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에이즈가 동성애자들이 걸리는 악마의 병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리고 당시 동성연인 관계를 묘사하던 단어가 바로 Lover 였죠.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단어였기 때문에 Lover라는 단어에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에이즈에 대해 그런 오해를 하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차별적 발언을 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Lover가 그런 뜻으로 쓰이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 시절을 살아오신 분들에게 Lover는 부정적 단어로 기억되고 있죠.
세번째 - 90년대에도 그다지....
80년대보다는 나았지만 90년대에도 Lover의 수난은 계속됩니다.
이 시기에 Lover는 남들 앞에서 주책 맞게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육체적 관계 이야기를 떠벌리는 중년 부부를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군요.
미국 SNL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패러디해서 Lov-ahs (Lovers를 느끼하게 발음한 것) 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이 부부가 시도 때도 없이 주책을 떱니다... -.-
칼럼에 따르면 부부나 커플이 Lover라는 말로 서로를 지칭하는 것은 마치 공개적으로 "우린 열심히 ~~ 하는 사이랍니다." 하고 말하는 느낌이래요.
아~ 시르다.... 그런 말 듣기 시르다...
여러분도 그 어떤 커플에게서든 이런 말은 듣기 싫으시죠?? ^^;;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남친/여친 대신 조금 더 낭만적으로 표현하고 싶을 때 어떤 단어를 쓸까요?
정답은 초! 간단합니다.
Lover가 아니라 그냥 Love 라고 부르면 됩니다.
You are my love.
Be my love.
She's my love.
love라는 단어는 동사로 '사랑하다' 라는 뜻도 있지만 명사로 쓰일 때는 '사랑, 사랑하는 사람' 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애인을 달콤하게 부를 때 Love~ 라고도 한답니다.
미국인들이 Lover라는 말을 잘 안 하는 이유, 어떻게 보셨나요?
혹시라도 여러분이 언젠가 미국인에게 애인을 소개할 일이 있을 때, 그 미국인이 야릇한 상상을 하는 걸 원치 않으신다면 Lover라는 말은 안 쓰시는 게 좋겠죠? ^^
행복한 토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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