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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13년간 미국에 살며 본 미국인들의 나쁜 습관

by 이방인 씨 2012. 7. 9.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나 소수의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습관이 있죠.
한 국가나 민족에게서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이런 습관들은 아마도 그 국가나 민족이 살아온 환경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테지요.
예를 들면 한국인들이 많은 환난과 외세의 침입에 시달리며 강인한 정신력과 위기의 순간에(만) 잘 뭉치는 단결력을 가지게 된 것 처럼요.
오늘은 제가 본 미국인들의 보편적 나쁜 습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말씀드리지만, 모든 것은 사람마다 다르니 이 습관 역시 모든 미국인들이 절대적으로 그러하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도대체가 자원 아까운 줄을 몰라요.

저를 포함한 많은 외국 출신 이민자들이 처음 미국에 와서 놀라는 것이 너무나 풍부한 공공물자입니다.
다른 주의 사정은 자세히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공공화장실에는 기본으로 비누, 화장지, 변기커버, 페이퍼타월이 넉넉하게 구비되어 있고, 심지어 여자화장실에는 무료로 여성위생용품이 비치되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화장실 말고도 도서관, 시청, 병원, 학교 등등은 재정지원이 미비하다고 불평을 하지만 편의를 위한 물자는 부족함을 모릅니다.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서는 매번 갈 때마다 볼펜이나 노트같은 것을 무료로 주기도 하고, 심지어 일년에 두번씩 새로 출판된 신간들을 2-3권씩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에게 그냥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에서는 시 당국에서 65세가 넘은 노인들에게 빈부에 상관없이 무료로 식료품을 나눠줍니다.
받아가는 사람의 경제사정이나 세금납부 정보 같은 것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냥 65세가 넘었다는 신분증만 제시하면 우유, 씨리얼, 잼, 쥬스, 빵, 저장식품 등등 한~박스씩 한달에 한번 그냥 나눠주더군요.
꼭 이순재 할아버지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드린다고 광고해야할 것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저희 할머니도 가끔 잔뜩 타다가 저희집에도 주시고 그러십니다.
그리고 제가 다닌 고등학교에서도 아침 8시전에 학교 카페테리아에 가면 모든 학생에게 공짜로 아침을 먹여줬습니다.
음식도 제법 다양해서, 소세지와 계란, 토스트로 이루어진 미국식 아침메뉴부터, 브리또가 포함된 멕시코식도 있었고, 씨리얼이나 빵과 파이, 각종 우유와 쥬스 및 요거트도 먹을 수 있었어요.
저는 집에서 엄마가 살찐다고 소세지 같은 요리를 안해줘서 일부러 조금 일찍 일어나서 학교가서 아침을 먹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정을 까맣게 모르시던 엄마는 늘 의아해하셨죠.

아니 너는 도대체 어디서 뭘 주워먹고 이렇게 살이 찌니?? 

엄마, 죄송해요. 학교에서 아무거나 눈에 들어오는대로 주워먹어요.
오늘은 치킨 타코를 주웠지 뭐예요. ㅠ.ㅠ

이렇게 미국인들의 평범한 일상생활만 봐도 이 곳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국가' 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국가라는 말을 강조한 것은, 미국에도 빈곤한 개개인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인들은 본인들이 그런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공공물자가 풍부한 것이나 국가의 여러가지 무상지원은 아주 당연히 누려야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 메간이라는 백인 여자 친구를 알고 지냈는데, 메간은 그 때까지 단 한번도 외국 구경을 못해 본 친구였었죠.
미국안에서만 살면서 미국은 신생국가라 culture 가 없어서 재미없다면서 유럽여행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드디어 2학년 여름에 부모님과 3주간 유럽여행을 가게되었다고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방학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서 메간을 만나 유럽여행의 소회를 물으니,

예술과 낭만이 있는 건 너무 좋았지만, 의외로 가난한 대륙 같기도 했어.....

음...유럽이 가난한 대륙이라고라???......"왜 그런 생각을 했어?" 했더니

공공 화장실에 돈을 내고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티슈랑 비누도 돈 내고 사야되더라구.
게다가 맥도날드안의 화장실을 쓸 때도 돈을 지불해야하다니....상상도 못해본 일이야.....

그리고 메간의 이야기를 듣고 '설마? 소수지역에 국한된 이야기겠지.' 했던 저도 나중에 유럽배낭여행을 해보고 그녀의 이야기가 사실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10개국을 여행했는데 정말로 화장실의 비누와 휴지는 돈을 주고 사야하고, 패스트 푸드점안의 화장실에도 동전을 넣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 꽤 있더군요.
메간의 말처럼 미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여기서는 굳이 음식을 사지 않아도 화장실 사용은 물론이고 물 정도는 그냥 요구해도 아무렇지 않아 하거든요.

그런데 미국인들은 메간처럼 자국의 사정이 당연할 줄 알기 때문에 공공물자를 아껴쓰는 법을 모릅니다.
요컨대 자기 집밖에 구비된 모든 물건은 아주 물쓰듯 펑펑 써버립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공공화장실의 물, 화장지, 타월은 마치 쓰면 쓸수록 더 샘솟는줄 아는지 정말 미친듯이 낭비합니다.
물은 잠그지 않고 가버리는 경우도 있고, 휴지나 페이퍼 타월은 필요한 만큼만 꺼내면 되는데 생각없이 퍽퍽 꺼내서 바닥으로 그냥 떨어져버려서 손에 닿지도 않고 버리는 것이 태반입니다.
식당의 냅킨도 마찬가지로, 한번 꺼낼 때 한 다발씩 꺼내서 테이블이나 바닥에 질질 흘리고 그냥 가버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식당 아르바이트할 때 바닥에 떨어진 새 냅킨 엄청나게 많이 버렸어요.
식당 위생상, 일단 냅킨 통에서 밖으로 나온 냅킨은 다시 넣어서 사용할 수 없으니 애초부터 필요한 만큼만 꺼내면 되는데 미국인들 손가락은 적당량만 꺼내려면 초능력이라도 있어야 되나봅니다.
테이블 치울 때 완전 새 것인 냅킨 버리면서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그냥 테이블에 꺼내져있던 냅킨들은 제가 가져다 더러운 물건 닦을 때 쓰기도 했었죠.
그나마 개념있어야 할 대학생들의 카페테리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일회용 접시나 냅킨을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이 가져와서 안 쓰고 그냥 내버리기가 일수죠.
또 제가 크게 충격받았던 것은 대학교 교수님들중에도 공공자원 절약의 개념은 홈런으로 날려버린 분들이 꽤 계시다는 것이었죠.
학생이 300명 이상되는 강의의 교수님이 굳이 필요도 없는 프린트물을 색색으로 나눠주고, 앞뒤로 프린트해도 되는데 꼭 한면에만 찍어내더라구요.
수업에 관련된 것도 아니고 그냥 재밌다고 인쇄한 신문기사 같은 것을 나눠주니 학생들이 그냥 빈 강의실에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은데, 한번 강의할 때마다 도대체 종이를 몇백장씩 낭비하는건지 계산도 안되더라구요.
그 교수님은 나중에 별명이 Tree Slayer (나무 학살자) 가 되었지요. -.-^
워낙 풍족한 나라에서 자란 사람들이라 그런지 별 것 아닌것 같은 물자들도 결국은 누군가의 돈이고, 또 나라의 돈이고, 더 나아가면 지구의 자원이라는 걸 전혀 생각 안하는 것 같더군요.

그 동안 미국에서 살면서 참으로 풍요로운 나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빨리 한국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답니다.
물론 제가 한국을 떠난 지도 13년이고, 한국도 그 때에 비하면 많은 것들이 놀랄만큼 풍족해졌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발전을 해도, 미국인들의 이런 공공자원 낭비 습관만큼은 닮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어떻게 보셨나요?
활기찬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