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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난 미국에 사는데 왜 인도인들 때문에 고통받아야 할까?

by 이방인 씨 2012. 7. 3.

오늘의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입니다.
저는 분명히 13년째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인도인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인도계 미국인들이 아니라 정말 인도에 있는 현지 인도인들 말입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긴 이야기를 풀어놓아야겠네요.

현재 인도는 미국, 영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의 텔레마케팅 아웃소싱 (Outsourcing) 의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영어권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이 받는 외국발 텔레마케팅 전화 10통 가운데 7통은 인도에 사는 텔레마케터가 걸어온다는 말이죠.
텔레마케터는 주로 물건이나 가입형 상품을 선전하기 마련인데, 인도 현지의 텔레마케팅 직원들은 정작 본인들이 파는 물건을 써보지도 못했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훈련받은 스크립트를 읽기만 한다고 합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역시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벌이고 있는 것이죠.

저 역시 미국의 과도한 텔레마케팅에 질려버린 사람 중 하나인데요.
요즘도 하루에 5-6통씩은 꼭 마케팅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나마 사람이 직접 거는 것은 최소한의 성의가 있다고나 할까요?
그냥 자동녹음된 선전 메세지 트는 것들은 정말 찾아가서 면전에 화풀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예요.
혹시 지금 '음...하루에 5-6통이면 꽤 많이 걸려오는군...'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있나요?
이것도 한번 걸러낸 결과랍니다.
미국의 텔레마케팅이 얼마나 극성스러운지 정부가 직접나서서 Do Not Call Registry 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Do Not Call 사이트에 들어가서 집 전화번호를 등록시키면 그 번호로는 마케팅 전화를 걸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요.
처음에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됐을 때는 정말 하루에 10통 이상의 광고전화가 걸려오던 때라서

드디어 이 호환마마보다 무섭고 불법비디오보다 괴로운 TM 지옥에서 벗어나는건가?!

했지만 아무래도 텔레마케팅 기법도 나날이 발전을 해서 그런지 걸려오는 전화수가 절반이상으로 줄긴했지만 다 차단하지는 못하더군요.
그리고 정부의 프로그램 말고도 직접 사다가 전화기에 설치할 수 있는 차단기나 필터도 있지만 비싸기만 할 뿐 만족할만한 효과를 보이는 제품은 드물다고 하더라구요.
워낙 텔레마케터들이 많고 방법도 다양해지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현재의 5-6통에 나름 만족하고 살고 있습지요.

그런데 앞서 설명한대로 제가 받는 5-6통의 전화들 중 2-3통은 꼭 인도 액센트의 영어를 쓰는 사람이 걸어옵니다.
심지어 저희 가족들 이름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찾는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니 Mr. Mrs. Ms. 중 되는대로 찍기 때문에 오빠 이름앞에 Mrs. 를 붙이거나 저를 찾으면서 Mr. 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러니까 이 상황은 한마디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 역시 듣도보도 못한 상품을 팔려고 하는거죠.
솔직히 처음에는 일자리가 별로 없다는 인도에서 다 먹고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싶어서 친절히 응대해주고 "미안하지만 그 상품에는 관심이 없다" 고 말하고 끊곤 했는데요.
너무 오랫동안 시달리다 보니 이제는 수화기를 들었을 때 인도 억양이 들리면 그냥 바로 끊어버리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인도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미국 현지의 텔레마케팅 전화보다 더 짜증나는 이유는 바로 전화가 걸려오는 시간대 때문입니다.
미국의 텔레마케터들은 다른 직종의 근무시간과 마찬가지로 9시부터 5시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전화가 걸려오지만 인도는 미국과 시차가 있어서 그런지 아침 7시에도 혹은 밤 9시가 넘어서도 전화가 걸려온답니다.
재수가 없는 날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모두 인도인 TM과 함께 해야하는 것이죠.

사정이 이러니 미국인들의 짜증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유투브나 구글에서 indian telemarketer 라고 검색하면 대부분 반응이 frustrating and annoying (미치도록 짜증남)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조롱섞인 불만을 토로하는 사진들도 찾을 수 있죠.

(출처 : 구글 이미지)

첫번째 사진은 인도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인도인 텔레마케터를 등장시킨 것이고, 두번째는 실제 인도 현지의 텔레마케팅 콜센터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두번째 사진을 올린 미국인은 하루 평균 11통의 인도발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는다면서 극심한 짜증과 고통을 토로하더군요.
하루에 5-6통 받는 저도 가끔 전화기를 폭파시켜버리고픈 충동이 이는데 저 분은 어떨까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제가 한국에 살던 그 오래전에는 텔레마케팅이 없었는데 요즘은 한국도 광고전화가 걸려오겠죠?
그래도 이 거지발싸개(?!) 같은 미국기업의 값싼 텔레마케팅보단 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기업의 이윤추구는 그 존재의 목적이니 그걸 비난할 마음은 없습니다만 이렇게 타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여러분 모두 오늘 하루, 광고전화나 스팸문자의 고통없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