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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요즘 미국의 가장 뜨거운 감자, 오바마 케어 (Obamacare)

by 이방인 씨 2012. 7. 6.

올해 11월 6일이면 미국에서는 제 57대 대통령 자리를 놓고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의 미트 롬니가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이제 겨우 4개월이 남았을 뿐이니 각종 캠페인과 선거 유세의 열기가 미전역을 달구고 있는데요.
요즘 이 두 후보가 가장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핫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오바마케어 (Obamacare) 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오바마 대통령이 필생의 과업이라고 밝힌 건강보험법 개혁안입니다.

현재 미국의 건강보험은 전부 민간기업들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지만, 이들의 존재목적은 사람들에게 공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의 이윤을 얻는데 있습니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받아내려는 이들 보험기업들은 부유한 백인 의원들에게 로비를 일삼으며 의사조합과 손 잡고 "정신이 나갔다" 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의 병원비를 갈취하고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쓴 글 2012/02/27 - 이민 13년차, 이럴 때 정말 미국이 싫다 Worst 3 에도 나와있지만 미국에서는 돈 걱정없는 부유층과 나라에서 돈 다 내주는 극빈층 사이에 낀 서민들은 아프면 차라리 죽어야한다는 씁쓸한 농담을 할 정도로 의료비의 부담이 큽니다.
오죽하면 한인교포들은 건강검진이나 치과진료 혹은 정밀검사를 해야할 일이 생기면 한국으로 나갑니다.
왕복 비행기표와 시간적 손해를 다 계산해도 한국에 나가서 병원에 가는 것이 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바로 얼마전에 미국에 있는 저희 오빠와 한국에 있는 제 사촌동생이 며칠 차이를 두고 사랑니 발치 수술을 했습니다.
그 때 저희 오빠는 수소문끝에 현금결제시 할인을 해준다는 한국출신 치과의사에게 사랑니 2개를 뽑는데 $600 (한화 약 68만원) 을 냈지만, 한국에 있던 사촌동생 역시 매복사랑니 2개 발치에 10만원도 안 들었다고 하더군요.
이건 아주 간단한 예일 뿐이고, 큰 병원가서 몇 가지 검사라도 하게 되면 청구서에 천만원 이상 찍혀나오는 건 놀랄만한 일도 아닙니다.
약정에 따라 일정비율로 보험회사와 나눠내긴 하지만 절반만 낸다고 하더라도 5백만원은 된다는 소리죠.
더욱이 민간기업인 보험회사에 납부해야하는 월 보험료도 높기 때문에 서민들 중에는 아예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아무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은 무보험자가 3200만명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만약 큰 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검사해야할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돈 내고 병원에 가겠지만, 그 정도 여유가 없는 사람은 병원 문턱에도 못 가죠.
제가 2010년에 미국내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계조사를 보니 미국에 이민와서 단 한번도 병원에 못 가본 사람이 27% 정도였고, 10년 이상 병원을 안 가본 사람도 4%나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가난한 나라 출신이어서 돈이 없어서 못 간 사람들도 있었고, 또 한국출신이라면 한국의 병원비와 비교가 되서 차라리 한국에 나가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 자신이 서민출신인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이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본인의 숙원사업으로 이러한 미국의 수준 떨어지는(?!) 건강보험법 개혁을 꼽았습니다.
국가에서 건강보험을 강제해서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말하자면 국민의무건강보험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 이 개혁안의 핵심입니다.
국가가 적극 개입해서 의료수가를 대폭 낮추고 최소한의 건강보험조차 없는 국민들을 강제로라도 보호하겠다는 것이죠.
이 오바마케어 개혁안에 따르면 현재 미국내 무보험자 3200만명은 2014년까지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인들 모두 이 개혁안을 쌍수 들고 환영할 것 같지만 오히려 미국내 강반 반발로 4년 임기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에서야 겨우겨우 이 개혁안의 의무가입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났습니다.
이 판결이 나기까지 매번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들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분통을 터트린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반대여론에는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험가입을 강요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새로운 체제하에서는 국민들이 세금이 더 많아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부자백인들이 싫어하기 때문이죠. -.-^

현재 오바마의 대선 경쟁상대인 롬니가 대표하는 공화당은 백인보수세력입니다.
앞서 말한 보험회사들의 로비를 받는다는 부자 백인위원들로 가득 찬 정당이죠.
공화당 위원들은 대대로 부를 축적한 집안이나 혹은 미국 정치계의 명문가 출신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짭짤한 수입원인 보험회사들의 로비가 끊기는 것도 달갑지 않거니와 서민층이 힘을 얻게 되는 것도 껄끄러운 것이죠.
또한 공화당을 지지하는 백인 상류층도 이 개혁안은 본인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사실 이 보수세력의 건보법 개혁안 반대는 무려 100년이나 지속되어 왔다고 합니다.
192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부터 빌 클린턴 대통령까지 서민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된 대통령들이 모두 시도했지만 공화당의 극렬한 저항으로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오바마 역시 모든 걸 걸었다고 할 정도로 끈질지게 노력한 끝에 2년전인 2010년에 개혁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개인의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미국대법원에 위헌소송을 냈습니다.
그리고 법정소송끝에 마침내 2012년 6월 28일 오바마케어는 합헌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그런데 합헌판결을 받고 오바마가 전에 없이 기뻐하고 있을 때, 롬니가 바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만약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백악관에 입성해서 가장 먼저 오바마케어 개혁안을 폐기처분하겠다고 말한 것이죠.
그리고 이런 롬니를 지지하는 백인층이 만만치 않아서 이번 대선에서 오바마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예측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이번 합헌판결이 나자 열광하며 기뻐했지만 결과는 4개월후에나 알 수 있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오바마의 개혁안이 적어도 몇십년은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또 그 나름의 고충과 불만이 있으시겠지만, 미국에서 13년 살아보니 국민건강보험만큼은 미국이 한국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거든요.
내년에 저희 아버지도 종합검진 받으러 한국으로 나가려고 계획중이시랍니다.
한국에서 200만원이면 할 수 있다는 각종 검사들, 미국에서 그대로 받으려면 돈이 한 10배 정도 더 들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오늘도 평범한 서민인 저는 오바마의 웃는 얼굴을 지지하고 있습니다요. ^-^
먼 나라 미국의 이야기지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