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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연하남과 소개팅 포기했던 이유

by 이방인 씨 2012. 7. 12.

오늘은 웃음이 나기도 하고 울음이 나기도 하는, 애매모호한 이야기랍니다.
제가 문화강좌에서 알게 된 50대 중반의 미국인 아저씨가 한 분 계신데요.
한국에서도 문화 교양강좌 들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마음 편하게 취미생활로 듣는 강좌다보니 친목이 아주 돈독합니다. ^^
별별 수다를 다 떨면서 친하게 지내던 와중에 하루는 그 아저씨께서 제게 소개팅을 시켜주시겠다지 뭡니까?
일단 호기심에 상대 남자 정보를 아닌척 하며 귀 기울여 들었죠. 후후훗~
이름은 브랜든이고, 아저씨의 조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브랜든은 세상에서 동양 여성이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 남자라는군요.
그 아저씨, 마침 제가 동양인이니 좋아할 것 같다고 만나보라고 하셨지요.
본인 조카라서 그랬겠지만 이것 저것 다 괜찮다고 하시길래 뭐 믿져야 본전이니 한 번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소개팅 전에 당연히 묻는 질문을 하나 던졌죠.

브랜든은 몇 살이예요?

응, 이제 18살 됐어.

크어어어어어어~~억...........................................
Eighteen 이라는 소리를 듣고 저는 한동안 아저씨의 두 눈을 응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제 나이는 만으로 스물일곱이고, 한국 나이로 하면 28세였습니다.

제가 몇 살로 보이세요?

뭐, 한 스물하나쯤 됐지??

다른 상황에서 이런 오해를 받았다면 참으로 기뻤겠지만, 9살이나 어린 소년과 소개팅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좋다 말았죠. ㅋㅋㅋ
만나보지도 못한 브랜든 벌써 안녕~~~

눈만 껌뻑이는 아저씨한테 제 나이를 말하고, 제가 데미 무어도 아니라서 부담스럽고 자신 없다고 했더니 아저씨는 역시 미국인은 미국인이신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그래도 한 번 만나는 보라고 하시더군요.
그 때 저희 테이블에 앉아서 같이 얘기 듣고 있던 남학생이 아저씨한테 한 마디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27살된 여자한테 18살 짜리는 완전 어린애라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같은 9살 차이라도 제가 37, 남자가 28이면 몰라도 (응? ㅋㅋㅋ) 이제 겨우 열여덟은 너무하잖아요....

그런데 아저씨가 그렇게 무리수를 두신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의 나이를 잘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아저씨에게 이제 갓 21살 쯤으로 보인 저는 사실 한국인 기준으로는 육신과 영혼의 상태가 모두 좋은 날이라면 2-3살씩 어려보이는 평범한 수준입니다.
다만 미국에서 살다보니 도통 화장을 하지 않고 늘상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이니 학생같이 보였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서양인들 눈에는 우리가 믿기 힘들만큼 동안으로 보인답니다.
반대로 우리 입장에서 말하면 도대체 그들은 무슨 업보 때문에 그리 늙어보이는지 궁금할 뿐이죠.
(사실은 멜라닌 색소 부족으로 우리보다 훨씬 자외선에 약한 그들의 피부탓이 크죠.) 

미국 웹에서 동양여성의 나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이런 사진이 하나 나왔습니다.
원작자 표시가 없기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서양인의 시선으로 본 것이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아시안의 평균적 노화과정

글쎄...과연 어떨까요?

어쨋든 여기에는 서양인들이 동양인의 외모와 수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선입견이 드러납니다.

첫째는 믿을 수 없는 동안을 유지하다 한방에 훅~ 간다는 것
둘째는 징하게 오래 산다는 것

서양인들은 아시안은 어려보이는 것 만큼이나 장수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전에 우연히 한번 미국인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다가 할머니께서 연세 들어가는 것에 너무 울적해하시길래 제가 기운내시라며 한국에서는 인생은 60부터라고 말한다고 했더니 할머님의 대답이,

흠, 거기야 사람들이 다 오래 사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 여기 사람들은 수명이 짧아.

그..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뭐 저희라고 다 오래 살진 않지만요. 아..하하하하하 ^^;;

대략이 아니라 완.전.난.감. !! 위로해 드리려다 되려 염장 지른 꼴이 되어버렸답니다.

그런데 할머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저 그냥 브랜든하고 소개팅 할 걸 그랬나봐요.
어차피 그들의 믿음에 따르면, 제 수명이 브랜든보다 훨씬 길텐데 말이죠. 크크크큭
게다가 서양인들의 일반적 노안을 생각하면 브랜든은 말이 열여덟이지 아마 한 스물둘 셋으로 보였을 게 분명합니다.
오호 통재라~ 그 소개팅 제의를 받았던 순간 조금만 더 분석적으로 생각했더라면 제 입에서 NO 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테지요!
짧은 생각과 경솔한 혀 때문에(?!) 행운을 걷어차버린 이야기....인가요??? ㅋㅋㅋㅋ

동양인의 동안을 대하는 서양인들의 선입견,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분 모두 육신과 영혼이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