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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한국 아이를 입양하는 몇몇 미국 양부모들의 비밀

by 이방인 씨 2012. 9. 1.

칠 전 미주판 한국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태생 아이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실린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아서요. 2011년 한 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 아이들은 모두 707명으로 전체 해외 입양아의 77%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미국 양부모들의 모습은 어떤가요? 만면에 웃음을 띄운 채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랑이 넘치는 외국인 부부의 이미지가 있지 않나요? 저 역시 미국에서 4-5명 정도의 한국 출신 입양아를 만났는데 그들 모두 백인 양부모님께 입양되어 잘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저도 미국 양부모하면 마음씨 좋은 부부의 모습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죠.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그런데 일부 미국 양부모들의 실상을 보도한 신문기사를 읽으니 배신감 마저 느껴집니다. 기사에 따르면 아이를 입양한 부부에게 미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혜택들을 노리고 일부러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정부는 아이를 입양한 가정에 사회보장카드를 발급하고 세금 환급 및 금전적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입양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본래 미국 양부모가 해외에서 아이를 입양하면 법원에 출석해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아야 입양아에게 미국 시민권이 주어지는데 돈과 시간이 든다는 이유로 이를 하지 않는 양부모들이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일생을 미국에서 자랐음에도 여전히 외국인 신분인 이 입양아들은 대학에 입학할 때도 외국인 유학생에게 적용되는 비싼 등록금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합법적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 뿐만 아니라 추방령을 받을 수도 있다는군요. 실제로 부모가 시민권 절차를 밟지 않은 한국계 입양아가 폭력혐의로 구속되었다가 한국으로 추방되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그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데다가 입양된 후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은 탓에 말 그대로 집도 절도 가족도 없는 신세였다네요. 결국은 한국에서도 또 강도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 수감되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시민권 발급을 안 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양한 아동을 학대하는 양부모들도 있다는데요. 1977년에 입양된 한국 출신 입양아는, 그의 양부모는 오로지 정부의 혜택에만 관심이 있어서 자신을 키우기는 커녕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기숙군사학교에 보내고 18살이 되자 이제 집에서 나가라고 한 뒤 그걸로 끝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18살에 집을 나와 5년간 거리에서 노숙생활을 해야만 했었다네요.

안타깝게도 이 불운한 입양아들의 양 형제·자매들도 부모가 하는 그대로 따라한 모양입니다. 1978년에 입양된 한국 출신 매튜는 집안의 형제들 그 누구도 그와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무슨 질문을 해도 아무도 대꾸해 주지 않아서 차가운 벽에 혼자 말을 하는 기분이었다구요. 게다가 동네에서는 심한 인종차별을 겪었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오려고 했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런 입양아들은 양국에서 버림 받은 국제 미아와 다를 바 없다네요.

 

(영화 '파더' 의 한 장면)

 
반 페이지 정도의 짧은 기사였지만 굉장한 충격이네요. 물론 좋은 양부모님들도 많을 테고 기사는 어디까지나 일부의 이야기겠지만 그 입양아들의 인생은 도대체.... ㅠ.ㅠ
이미 친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으로 괴로운 입양아들이 거기에 더해 국적과 합법적 신분의 문제, 혼자만 다른 피부색으로 인한 이질감과 정체성의 혼란, 양부모의 학대 등으로 겪는 고통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하겠죠.

기사를 읽고 드는 생각은 무엇보다 애초에 버림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국가적 차원의 필요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변화한 시대에 맞게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성교육과 피임교육은 물론이고, 미혼모 지원제도 역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버림받는 아이들은 해외입양 보다는 한국내입양이 낫지 않을까 싶구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늘은 조금 화도 나고 슬픈 이야기였지만 좋은 주말 보내세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는 일부의 이야기로 좋은 양부모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양부모들을 매도해서는 안되지만 일부라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