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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록커도 쓰고, 미국 교수님도 칭찬한 한국 명품!

by 이방인 씨 2012. 8. 30.

오늘은 말이죠, 무식한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한국의 명품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명품하니 여성들의 백이나 옷을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텐데, 조금 다른 종류의 명품입니다.
바로 이것이죠!

이 Label 혹시 알아보시겠어요?
한국인이라면 어디선가 한두번쯤 들어봤을 세고비아 기타 레이블이죠.
저도 어릴 때 삼촌 방 한켠에 세워져 있던 세고비아 기타를 퉁퉁 건드려보곤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제가 이 기타를 다시 만난 건 오랜 시간이 지나고 2003년 쯤에 미국에서 교양 음악 강의로 기타를 배울 때였습니다.
호기심에 기타 강의를 신청하긴 했는데, 가장 중요한 기타가 없었어요. ^^;;
그래서 '이 참에 하나 살까?' 고민하고 있는데 금방 싫증내는 저의 천성을 알고 계신 어머니께서 평소 알고 지내던 한인 아저씨한테 기타를 빌려오셨더라구요.
저는 어두운 색의 폼나는 기타를 원했는데, 어머니가 빌려오신 건 너무 밝은 색상의 어딘지 가벼워보이는 기타였습니다.
기타 안쪽의 레이블을 보니 옛날하고~ 아주 먼 옛날~♬♪♩의 세고비아 기타가 아닙니까!
기타에 문외한이었던 저는 어머니께 애걸했죠.

엄마... 이거 말고 그냥 하나 사면 안돼?!

씨도 안 먹혔습니다. -.-;;
기타 잡아본 적도 없는 초보 주제에 어디서 악기를 가리냐며 실컷 혼나고 첫 수업에 그 기타를 들고 갔습니다.
그런데 기타 초급반이라 첫 날은 교수님이 일일히 한명 한명의 기타를 점검하고 조율해주시더라구요.
제 차례가 와서 아무 생각없이 기타를 내밀었는데 교수님이 뚱땅뚱땅 몇 번 튕겨보시더니 이런 대반전의 말씀을!

좋은 기타 가져왔네요! 이거 훌륭한 기타 메이커예요. 이 기타도 고급 모델은 아니지만 아주 잘 만들어졌어요.

하시길래, 저는 약간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예상외로 좋은 기타를 빌렸다는 기쁨에 다시 물었죠.

진짜요? 이게 좋은 메이커예요? 이거 아주 예전부터 있었던 한국 메이커인데 전 기타 문외한이라 전혀 몰랐어요.  >.<

그런데 이어지는 교수님의 대답이 긴가민가 하십니다.

흐음...글쎄.. 이게 한국 메이커라고? 아닐텐데?

한국 메이커 맞아요. 저 완전 애기 때도 봤던 세고비아예요.

그러니까 세고비아가 한국 메이커 아닐걸?

전 분명 세고비아는 한국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기타 교수님이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왠지 자신이 없어지는거예요. ^^;;
그래서 더 확실히 우기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죠.
집에와서 인터넷 뒤져보니! 역시 한국 토종 메이커가 맞았습니다.

세고비아는 1954년에 한국에서 최초로 기타를 만들기 시작한 김진영씨가 설립한 회사라고 해요.
1970년대 한국에 통기타 바람이 불면서 한국의 대표 기타 브랜드가 되었고 1983년, 그러니까 약 30년전에 당시 수출액 1000만불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내 최초의 일렉트릭 기타 Vester 도 세고비아에서 출시했고, 1990년대 스타덤에 올랐던 미국의 Hard Rock 밴드 Slaughter 의 베이시스트 Dana Strum이 세고비아 기타를 사용하면서 국제시장에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고 합니다.
그런데 1999년부터 2005년까지는 해외수출에만 주력해왔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많이 사라진 대신 세계적인 기타 명품 메이커로 성장했다고! 지식인에서 찾았습니다. ㅋㅋㅋ
참고로 한국 메이커 답지 않은 그 '세고비아' 라는 이름은 스페인의 기타 거장 안드레스 세고비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아마 교수님은 그래서 유럽쪽 메이커가 아닌가 짐작하셨던 것 같아요.
아~ 이 명품이 한국산이라고 다들 제대로 알고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교수님이 계속 좋은 기타라고 칭찬하셔서 놀랐답니다.
1954년에 만들기 시작했다는데서 알 수 있지만, 서양악기제작의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메이커가 나왔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거든요.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