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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작고 가볍지만 달콤한 미국인들의 'OO'

by 이방인 씨 2014. 7. 23.

, 크고 육중한 땅이죠. (여러가지 의미로요.) 그러나 이 나라에는 작고 가볍고 달콤한 어떤 것이 있답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후부터 저는 거의 매일을 그것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으로부터 받기도 하고 제가 남에게 주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이 신기한 OO은 말이죠, 내가 남에게 줄 때는 땡전 한 푼 안 들지만 남에게 받을 때는 기분 좋아지는 그야말로 남.는. 장.사.랍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요?! 뜬금 없이 시작한 <제 1회 이방인 씨배 수수께끼 왕 선발전>, 힌트를 많이 드려서 문제가 너무 쉽죠?

맞습니다. 정답은 바...!

 

to the

칭찬입니다.


미국인들은 '칭찬의 달인'들이랍니다. 제 평생 들어본 칭찬 중 7할쯤은 미국인들로부터 나온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미국에서 어마무지하게 잘 나가느냐? 하면, 아니지요. 저는 평범을 벗어나지 않는, 평범보다 잘나면 죽는 줄 아는 그런 녀석입지요.


이름도 개명해야 돼요.
이평범 씨로


그런데 왜 그리 많은 칭찬을 들었을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 - 칭찬은 거창할 필요 없답니다.

미국인들이 일상에서 하는 칭찬은 거창하지 않아요. 소소하지만 들으면 기분 좋은 말들이 주를 이루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죠.

"오늘 머리 스타일 정말 예뻐요~"
"그 청바지 당신에게 잘 어울리네요~"
"당신하고 이야기하니 정말 즐겁네요~"

어때요? 별 말 아니죠?! 과연 이런 말들이 "칭찬"의 범주에 속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죠. 그러~나!! 들으면 기분 좋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하찮게 생각하는 분들이라도 막상 눈 앞에서 누군가가 "어머~ 오늘 그 옷 당신한테 참 잘 어울리네요." "오늘 당신하고 이야기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어요." 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광대가 하늘로 승천하려 할 걸요.

한국에서 말하는 칭찬이란, '우수한 능력이나 성과를 타인에게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칭찬은 더 작고 단순해요.


남을 기분 좋게 만드는 달콤한 말 한마디가 칭찬이죠.


학생이 해 온 숙제가 형편 없어도, "글씨체가 참 예쁘구나~"하고 칭찬하는 선생님도 있고,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반드시 칭찬할 만한 구석을 매의 눈으로 집어내는 사람도 있고,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는 하다못해 "당신 이름이 참 마음에 드네요."라는, 기가 막힌(?) 칭찬을 하는 사람도 있고, 외국 출신에게 "난 한 번도 그 나라에 못 가봤지만 멋진 곳일 것 같아요." 라는 사람도 있고...

암튼 별~별~ 소소한 좋은 말들을 다 찾아내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칭찬하는 게 미국인들이더라구요.


두번째 - 칭찬은 반드시 의미를 내포할 필요도 없답니다.

미국인들의 칭찬은 작을 뿐만 아니라 가볍기도 하죠. 말인즉 굳~이~ 경탄에서 우러나와야 할 것까지는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제가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겪은 충격 중 하나가 바로 이 칭찬 문화였는데요. 그 사연을 잠시 들어 보세요.

어느 날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문화제 행사가 열렸는데 참가한 학생들의 수준이 거... 참... 거... 뭐... 거시기 껄쩍지근하더군요. 물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재능을 뽐내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수준이 높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공연 하나 하나가 끝날 때마다 그야말로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학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의 폭풍 칭찬세례!!! (그나마 고등학교는 나은 편이예요. 초등학교 행사에 가 보면, 그렇게 안일하게 칭찬하다가 '애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요.)

저는 속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보십시오들~
정말로 이게 그 정도의 찬사를 받을 수준이란 말입니끄아~

미쿡에서는 이런 게 정말 대.단.한. 겁니끄아~
그렇다면 이 나라는... 이 나라는...!

뒷 말은 생략합니다.


미국인들의 '잘한다'는 기준이 우리보다 낮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의 칭찬이 전부 진정한 인정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제가 보기에 상당수는 그냥 '무언가 좋은 말을 해야 한다'는 의식의 반영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나중에 자신이 뭐라고 칭찬했는지 기억조차 못 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 아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겁니다.


이민 초창기 시절에만 해도 저는 이런 Fake Compliments (인사치레 칭찬) 문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진심이 아니라면 들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여기서 살다 보니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사람이 꼭 의미가 담긴 말만 주고 받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작고 가벼운 칭찬이라 해도 듣는 순간 기분이 좋을 겁니다. 그저 입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단 1분 동안이라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면 인사치레도 나쁘지 않죠. 더욱이 그것이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가 된다면, 의미가 없을지는 몰라도 그 한마디로 전하고자 하는 상냥함조차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여러분, 상냥한 하루 유후~


이 글은 미국인들의 어디까지나 일상 속 칭찬 문화에 대해 쓴 것으로, 미국인과 미국 문화를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 이방인 씨의 선량한 독자 여러분, 하나씩 가져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