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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인생 지나치게 편하게 사는 미국인들이 있긴 있죠

by 이방인 씨 2013. 9. 24.

요즘 개인적인 사정으로 우체국에 자주 갔었는데요.
갈 때마다 지나치게 속 편하게 사는 어떤 미국인들 때문에 제 속은 터질 지경이었답니다.
센스가 없다고 해야 할지, 인생 너무 편하게 산다고 해야 할지, 여러분이 듣고 한 번 판단해 보세요.

우리가 보통 우체국에 편지나 소포를 부치러 갈 때 말입니다.
내용물을 봉투나 상자에 잘 봉하고 주소까지 깨끗이 써서 우체국 직원 분께 드리는 것이 상식 아니던가요?
뭐, 적어도 저의 뇌는 그것을 '기본 상식'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과하게 속 편한 일부 미국인들에게는 아닌가 봅니다.

저는 지난 2주간 우체국에 한 7-8번을 드나들었던 것 같은데 그 때마다 목격하게 되는 광경이 있었습니다.

Step 1. 우편물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 봉투도 상자도 없이 그냥 물건만 덜렁 들고 들어온다.

Step 2. 다짜고짜 우체국 직원에게 이걸 어디로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Step 3. 직원이 상자를 꺼내와 물건을 넣고 직접 봉하고 주소 레이블까지 붙여 주는 사이 가져온 사람은 그냥 보고 서 있는다.

 

미국 우체국의 Priority Box는 어느 우체국에서든 구할 수 있고,
대부분의 우체국 내에는 직접 packing를 할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즉, 집에서 미리 포장해 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우체국 내에서 직.접. 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스스로 해도 될 일을 꼭~ 직원에게 시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원이 있는 창구에서 바로 뒤로 돌면 박스들이 있고, 테이블이 있고, 주소를 쓸 수 있는 펜도 구비되어 있는데도 굳~이 물건만 덜렁 창구에다 내려놓고 이것 좀 보내달라고 한다니까요.
가끔 깐깐한 직원들은 사이즈에 맞는 상자를 고르고 packing을 해 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앓느니 죽는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 주더군요.
상식대로라면 편지나 소포는 배송 준비가 끝난 상태로 창구에 들고 와야 하지만 '제 몸 하나 편히 살겠다'는 센스없는 사람들 탓에 뒷사람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건 당연지사죠.

소포 뿐만 아니라 한 번은 어떤 사람이 First Class로 카드를 보내려는 모양이던데, 아 글쎄 그것도 그냥 카드만 한 장 들고 왔지 뭡니까.
밤색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젊은 여직원이 직접 봉투에다가 주소를 쓰고 우표까지 붙여주는 걸 멀뚱~멀뚱~ 보고만 있더라구요.

그 중에서도 가장 짜증났던 사례는 스마트폰 충전기를 어디론가 반품하려던 아주머니였습니다.
그 조그만한 걸 포장하는 것도 귀찮았는지 그냥 들고 와서 직원에게 어디로 보내달라고 말하더니 직원이 포장하고 레이블을 붙이는 내내 잔소리를 해대더라구요.
깨지지 않게 하라느니, 봉투를 구겨지지 않게 잘 봉하라느니, 주저리주저리~

아오~ 제가 그 직원이었으면 한 대 치고 그 바닥 떴을 거예요.

 

저는 우체국 직원도 아니고 우체국에 상주하는 죽순이(?)도 아니니까 이런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2주간 저런 상황들을 목격했습니다.
우체국 직원도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무원은 시민의 편의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인식이 시민들에게 있어서 그런지 자기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도 그냥 넘겨버리는 듯한 인상도 조금 받았네요.

사실 비단 우체국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이런 '무의식 민폐형' 미쿡인들을 간혹 목격한답니다.
알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지만 보고 있노라면 조금 답답하달까요.
순화해서 말하자면 센스가 부족하고 적나라하게 말하면 생각없이 둔한 사람들의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것 같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지 않아도 되는, 조~금 지나치다 싶게 여유로운 사회라 그런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미국인들을 목격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매너 교육의 방향이 조금 다르다는 겁니다.
한국인들은 부모님들께 이런 말씀 많이 듣고 자라잖아요.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지 말아라~"
"남들도 다들 인생은 바쁘고 할 일 많으니 폐 끼치지 말아라~"

미국인들도 공공질서나 시민의식 교육에는 철저하지만 의외로 쉽게 남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아마 잘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받는 것 = 신세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와는 달리, 선의의 도움은 그냥 호의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우리는 "남에게 신세지거나 폐 끼치지 말라"가 먼저지만 미국인들은 "곤란함을 겪고 있는 사람을 보면 도와주라"가 먼저 나오기 때문일 수도 있구요.
하긴 여기서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일상적이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체국에서 어리바리한 손님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직원들도 많겠고, 반대로 이 정도 서비스를 요구하는 건 크게 매너없는 행동은 아니라고 여기는 손님들도 있겠죠.

그래도 저는... 제 생각에는... 이건 아무리 봐도 매너 없는 행동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빠릿빠릿하게 제 할 일을 하는 한국인들 중에는 이런 민폐 손님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제가 한국의 우체국 사정을 잘 모르니까 확신할 순 없지만, 느낌이 그래요. (← 엄청나게 치밀한 논리!)

오늘은 제 몸 편하자고 남의 손을 빌리는 센스없는 일부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살짝 해 봤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수없이 말씀드려도 모자라지만 이 글은 미국인들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제 뇌리에 박힌 사람들도 있다는 것 뿐이죠.

제가 요즘 왜 이렇게 우편 보낼 일이 많은지 이 글을 써 놓고 오늘 오후에 우체국에 또 갔다가 눈 앞에서 보고야 말았습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백인 남성이 역시나 물건만 달랑 들고 들어와서 진열되어 있던 박스 중에 하나를 들고 직접 포장하기 위해 테이블에 놓고 낑낑대자, 우체국 직원이 먼저 나서서 묻더군요.

Do you need help? 제가 도와드릴까요?

Oh, I'll try first. 아니예요. 일단 제가 혼자 해 볼게요.

Four hands are better than two. 손이 두 개인 것보다 네 개가 낫잖아요.

그리고선 창구로 가져오라고 하더니 자기가 다 해 주더라구요.

아하~!  생각중
직업의식 투철하고 친절한 우체국 직원들이 많아서 손님들 버릇(?)이 나빠진 걸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