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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안 사고는 못 베기는 미국의 길거리 쿠키

by 이방인 씨 2013. 12. 3.

안 사고는 못 버틴다니... 엄청나게 맛있는 쿠키일 것 같죠?
실상은 평범한 맛에다가 대부분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쿠키예요.
그런데 왜 안 사고는 못 베길까요...?
쿠키가 아니라 파는 사람이 중요하거든요.

이런 아이들이 팔기 때문에 안 살 수가 없답니다.

 

미국에는 '걸 스카우트 쿠키'라는 게 있어요.

 

Girl Scouts of USA (GSUSA)에서 1917년부터 걸 스카우트 기금 마련을 위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미국 걸 스카우트의 전통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camp나 trip 등의 걸 스카우트 활동을 위한 기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이 이 쿠키 판매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역사가 오래된지라 걸 스카우트만의 오리지널 쿠키들이 있는데 그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판매 통계에 따르면 이 중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은 Samoas와 Thin Mints라고 하네요.

아... 역시 민트 좋아하는 미국인들

 

쿠키 상자에는 온통 걸 스카우트들의 활동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걸 스카우트 쿠키는 마켓의 쿠키처럼 연중 내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Cookie season에만 볼 수 있는데요.
미 전역의 걸 스카우트가 일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Unit이 계획부터 판매까지 자체적으로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걸 스카우트 공식 웹 사이트에 가면 이런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사는 동네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그 지역의 unit이 언제 쿠키 판매를 시작할지 알려주네요.
밑의 결과를 보니 39일 후부터 판매한다고 하죠?

 

쿠키 시즌에만 판매하기 때문에 (치고 빠지는?) 상설 매장이 있을리가 없고 Girl Scout Cookie Stand라는 판매대가 있는데 쉽게 말하면 노점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슈퍼마켓 앞이나 쇼핑몰 입구 등에서 이렇게 판매대를 놓고
꼬꼬마 걸 스카우트들이 쿠키를 판매한답니다.

 

이제 왜 안 사고는 못 베기는지 아시겠죠?
아이들이 이렇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 많지 않죠.
저희 어머니도 마켓 앞에 걸 스카우트 쿠키가 있었다며 몇 번이나 사오셨길래 그 때마다 저는 "엄마, 이거 먹는 사람도 없는데 또 사 오셨어요?" 하다가 막상 어느 날 제가 마켓에 갔을 때 그 앞에서 아이들이 쿠키 사라고 하는데...

헉4
으윽... 차마 No 라는 말이 안 나오더라구요.
우물쭈물 저도 두 박스인가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걸 스카우트 연맹은 이 쿠키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목표을 세우고 달성하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자금 관리, 리더쉽을 가르침과 동시에 스카우트 활동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확실히... 사람들에게 공짜로 기금 내달라고 읍소하거나 학부모에게 지원금을 기대하는 것보다 '내 캠프 비용은 내가 번다!'가 더 바람직하기는 하죠.
그런 목적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걸 스카우트 쿠키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랍니다.

걸 스카우트 쿠키 사진 자료를 찾다가 헐리웃 스타의 미담을 하나 발견했는데요.

 

배우 라이언 고슬링은 걸 스카우트 판매대의 쿠키를 전부 산 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공짜로 나눠 주었대요.

모두가 라이언 고슬링처럼 후하게 인심을 쓸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건 아니지만
대체로 미국인들의 걸 스카우트 쿠키에 대한 인식이 이렇다는 거죠.
저도 걸 스카우트 쿠키 시즌 때마다 박스 몇 개씩 사들고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거든요.

 

활동 unit에서 가장 많은 쿠키를 판매한 소녀에게는 상품이 주어지기 때문에 소녀들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기도 한데 이런 내용들이 간혹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재미있게 등장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아이들끼리 판매경쟁을 하다가 나중에는 그 부모들에게까지 미묘한 신경전이 생긴다든지 하는 설정인데, 제가 본 시트콤에서는 정작 아이들은 사이좋게 쿠키를 파는데 그 부모들이 싸우느라 쿠키를 직접 사서 마구 집어먹는 장면이 나온 적이 있어요.

1등한 아이에게 주어지는 상품이 뭐냐구요?


걸 스카우트 쿠키요.......안습
제일 많이 판매한 아이에게 걸 스카우트 쿠키를 (꽤 많은 양을) 줘요...


질리게 쿠키 팔았는데 그 상으로 또 쿠키를 주다니, 김은 팍! 새지만 현금이나 다른 물질적 보상을 주는 건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자칫 경쟁과열을 야기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1등을 한 아이는 상품으로 배당된 쿠키를 가져갈 수도 있고 혹은 그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신이 속한 unit의 판매실적에 더할 수도 있답니다.
경쟁 속에서도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미션이라고나 할까요.

나중에 저희 동네의 걸 스카우트 쿠키 시즌이 되면 그 때 쿠키를 사서 다시 보여드릴게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