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대 중반 시절, 한국에 머물렀던 시기가 있는데요.
한국에서 일하고 있던 외국인 친구들을 몇 명 알고 지냈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어가 서툰 친구들을 조금 도와주다보니 친해지게 됐는데 그들을 지켜보고 있자니 재밌는 변화들이 눈에 띄더라구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외국인 친구들도 빠른 속도로 한국에 적응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초반에는 어설플 수밖에 없잖아요?
제 친구들도 상대를 잘못 고르고 한국 문화를 시전(?)하는 바람에 저를 웃겼답니다.
첫번째 - 나한테는 그럴 필요 없어!
이 친구는 호주 출신이었는데 한국에 온 지 두 달도 안되서 이걸(?) 배웠더라구요.
어느 날 그 친구와 만나서 서울 거리를 구경하는데 아시다시피 서울의 인파가 대단하잖아요?
제가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가다가 지나가는 사람과 살짝 부딪히면서 백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 친구가 주워주면서 이런 말을,
"너 불편할 것 같으니까 내가 들어줄게. 여기서는 남자들이 많이 들어주더라."
빵 터져서 웃은 뒤 대답했죠.
"나한텐 그럴 필요 없어. 한국 남자들도 자기 여자친구 백만 들어주는 거지 그냥 친구 가방은 스스로 들게 놔 둘 걸."
"아~ 그런 거야? 자기 여자친구 백만 들어주는 거구나."
다른 서양 나라들의 사정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백을 들어주는 광경을 목격하는 일이 흔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 이 남자는 그런 모습을 찍히고 말았네요.
미란다 커의 백을 들어주고 있는 올랜도 블룸
영국 남자라 들어준 건가, 부인이라 들어준 건가...
두번째 - 너도 상대가 틀렸어!
첫번째 호주 친구는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걸 배웠는데 미국에서 온 다른 친구는 애매~한 걸 따라하더라구요.
하루는 제가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조금 울적하게 집에 있는데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오늘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다고 했더니 밖에 나가서 기분전환을 하자고 하더군요.
"나가기 귀찮은데... 어디 가자고?"
"영화 보러 DVD방 가자."
"응???"
저는 DVD방이라는 말만 들어봤지 가 본 적은 없는데 들리는 소문이나 우스개가 그다지 건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확~ 들더라구요.
저의 괜한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DVD방 하면 왠지 이런 뉴스가 너무 많이 들려와서...
(ohmynews.com)
친구에게 다시 물었죠.
"DVD방? 그건 또 누구한테 배웠어?"
"한국 친구가 알려줬어. 영화관 가는 것보다 돈은 적게 들고 더 편하게 볼 수 있잖아."
"그건 그런데, 상대가 틀렸어! 그런 곳은 여자친구하고나 가는 거야."
"?? 그냥 친구하고는 DVD방 못 가?"
"아니 못 가는 건 아니겠지만 어쩐지 애매~한데?"
"애매해? 그냥 가서 영화보고 오는 건데...애매한 거야??"
"아~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나도 DVD방을 몰라서 애매해."
이렇게 해서 그 친구랑은 식당가서 밥만 실컷 먹었답니다.
역시 기분전환에는 먹는 게 최고죠!
한국법을 너무 잘 따라서 저를 웃기기도 하고 난감하게도 했던 이 친구들은 거리낌없이 적응을 잘해서 그런지 나중에는 한국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즐겁게 지내서 떠날 날짜가 다가오는 것을 하루하루 아쉬워하더라구요.
낙지 꼬치에 환장해서 보고 있는 사람이 무서울 정도로 먹어치우던 호주 친구, 명절에 혼자 있을까 봐 집에 초대해 준 한국 친구에게 감동해서 거의 울 뻔했던 미국 친구, 지금쯤 어디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요. ^^
여러분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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