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dle Class, 중산층
영어로 써도, 한국어로 써도 정의내리기 애~매한 단어죠?
도대체 중산층의 기준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각자의 기준에 따라 느끼는 가난함과 부유함은 모두 상대적이니 똑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도 없고 말이죠.
내가 생각하는 나의 경제적 위치와 남들이 보는 위치는 다를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죠.
얼마전 미국연방정부 폐쇄에 관한 글을 쓰면서 오바마케어에 대해 짧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연소득이 $23,350 - $94,200 (한화 약 2천4백8십만원 - 1억원)사이의 4인 가족은 오마바케어 혜택의 대상이 되어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이 기준에 대한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있겠죠.
같은 한인 교포 분들 중에도 의견이 갈렸는데 $94,200 이상의 수입이 있기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도 오바마 케어를 위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진 분들도 계시더군요.
대도시에서는 $150,000 (한화 약 1억 6천만원) 이상 벌어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주류사회의 생각은 그런 편"이라고 쓰신 분도 있어서 놀랐습니다.
4인 가족 기준 연소득이 $150,000 이상이 되어야 중산층이라...
그건 아무리 봐도 높은 기준이라고 할 수 밖에 없네요.
저 역시 미국에서 생활비 가장 높은 도시 4위에 랭크된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아봤고 지금도 저희 조부모님과 이모, 삼촌 가족이 SF에서 살고 계시지만 연소득 $150,000이면 정부의 보험 보조금 없어도 괜찮습니다.
미국에서 생활비가 가장 높은 뉴욕을 포함하고 있는 동부 지역에서도 중산층을 규정하는 연소득은 $85,000 (한화 약 9천 3십만원)이었고, 대도시라고 해도 $70,000 (한화 약 7천 4백만원)에 그쳤습니다.
뉴욕 타임즈에 실린 미국 지역별 중산층 연소득 도시와 근교, 시골 중산층 연소득
이러니 연소득 $94,200 이상 버는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분명 중산층 혹은 그 이상입니다.
그런데도 $94,200 이상 벌지 못하면 중산층이 아니라 서민층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객관적으로 봐도 사실일까요?
과연 Middle Class의 기준이 무엇이며 나는 그에 속하는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는 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각종 언론과 미디어에서는 전미국민의 소득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중산층을 규정할 수 있는 몇 가지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abc news에서 정의한 미국의 중산층
1.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이 $32,900 (한화 약 3천5백만원) - $64,000 (한화 6천 8백만원) 사이이다.
2. 연소득 하한선보다 적게 벌거나 상한선보다 많이 벌어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말한다.
- 통계에 따르면 소득 기준으로 본 객관적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 10%의 사람들은 자신은 "서민층"이라고 답했고 단 2%만이 자신은 중상위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미 소득 통계를 바탕으로 본 객관적 중산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 10%는 주관적으로 자신들이 서민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이건 부에 대한 그들의 기준이 높다는 뜻이죠.
3. 당신은 아마 생활이 힘들다고 느낄 것이다.
4. 당신에게는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5. 당신이 항상 "중산층"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 중산층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들의 1/3이 성인이 되어 서민층이 된다고 합니다.
2013년에 발표된 미국의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4인 가족의 2012년 연소득 전미 평균은 $51,017 (한화 약 5천4백2십만원)이었습니다.
CNNMoney 뉴스를 보니 1967년부터 미국 사회의 경제양극화가 계속 되어 중산층과 서민층의 소득은 겨우 19% 증가한 반면 소득 상위 5%의 사람들은 무려 69%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겹게 들어온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거죠.
2011년에 집계된 미국 인구조사청의 2010년 전미 가계소득 통계자료입니다.
평균은 $50,000였고 $85,000를 넘기면 상위 25%, $135,000 이상이면 상위 10%에 해당합니다.
상위 10%의 연소득을 가지고도 자신이 중산층보다 아래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예전에는 중산층이라는 말을 들으면 호화롭게 살지는 못해도 큰 어려움 없이 먹고 싶은 것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을 수 있지만 최상류층과 빈곤층이 늘어나고 중간 계층이 얇아지는 양극화 현상 때문에 이제는 Middle Class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abc news가 정의한 항목 3,4,5를 보면 현대 미국의 중산층이란 때때로 "먹고 살기 빠듯하다"고 느끼는 계층이란 것이죠.
먹고 살기 빠듯한 정도가 아니라 허리띠 졸라매도 힘든 빈곤층이 늘어났기 때문에요.
2000년에는 11.3%였던 빈곤층이 2012년에는 15%로 증가했습니다.
장기화된 불경기의 영향이지만 극심한 양극화의 증거이기도 하죠.
사정이 이러니 연소득 $94,200이 넘지만 "나는 오바마케어를 지탱하기 위한 세금을 낼 정도의 중산층이 아니"라는 분들의 말은 매우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미 인구의 15%가 Poverty line 아래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연소득 $94,200이 넘는 4인 가족은 당연히 중산층이 맞습니다.
본인이 느끼기에 살.기. 빠.듯.해.도. 중산층이라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현대 미국의 중산층은 생활이 만만치 않은 계층이니까요.
그렇다면 어느 분 말씀대로 "주류 사회"의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더 높을까요?
여기서 말하는 주류 사회란 가장 많은 인구수를 보이고 있는 백인들을 말함이겠죠.
월 스트리트 저널에 2012 인종별 연소득 도표가 실렸었습니다.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아시안계의 연소득이 전미평균은 물론이고 주류인구인 백인들보다도 높죠?
이걸 보면 "주류사회"의 중산층에 대한 기준이 더 높다는 주장은 공신력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건 주류사회가 아니라 "상류사회"의 기준이겠죠.
인종별로 따졌을 때도 가장 높은 아시안계의 가계 연소득 평균이 $80,000이 안되는 마당에, 오바마케어 혜택 기준 최고상한선인 $94,200 이상 버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중산층이 못된다"고 주장하는 건 이해하기 힘드네요.
물론 혜택을 못 받는데도 세금은 내야하니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나는 혜택을 못 받으니 내 돈으로 세금 내기 싫다"고 불만을 제기하셔야지 "나는 상위 10%의 소득이 없으니 중산층보다 아래니까 세금 내는 건 부당하다"고 말씀하시는 건 글쎄요...
진짜 서민층이 들으면 뭐라고 생각할까요...
부의 기준이 높을수록↑ 생활의 만족도는 낮아지는↓ 법이니까요.
언젠가 미국의 웹에서 보니 중산층을 규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긴 있더라구요.
민주당을 지지하면 중산층이지만 공화당을 지지하면 중산층 이상일 가능성이 높대요.
아시겠지만 오바마케어는 민주당의 숙원사업이죠?
공화당 지지파들은 당연히 불만이 많을 수 밖에요.
오늘은 도표와 통계자료가 난무하고 정치색도 조금 있는 지루한 이야기였...나요? ^^;;
그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Welcome to Califor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에서 어른이 할로윈을 무사히 보내는 세 가지 방법 (55) | 2013.10.30 |
---|---|
나는 미국의 어떤 주와 잘 맞을까? (85) | 2013.10.29 |
상대를 잘못 짚은 외국인 친구들의 한국문화 시전 (83) | 2013.10.24 |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오바마 대통령의 영상, '친절한 오바마 씨' (67) | 2013.10.23 |
미국은 새로운 100달러 지폐에 왜 하필 깨진 종을 그려넣었지? (53) | 2013.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