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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미국인이 당황하는 한국 문화

by 이방인 씨 2012. 3. 8.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다문화 사회인 캘리포니아에는 거의 모든 대학에 교양과목으로 Multiculturalism에 관한 수업이 있습니다.
저 역시 대학에 다닐때 Diversity in Classroom (교실안의 다양함), Multicultural Society (다문화 사회) 등의 수업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 같은 이민자들도 많이 수강하지만, 이민자들이 넘쳐나는 곳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도 많이들 옵니다.

미국의 인문계열 수업은 대부분 토론형식으로 진행되기때문에, 서로 얘기하다보면 어느새 저 같은 외국출신 학생들이 미국인 친구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형국이 되버립니다.
저도 때로는 한국문화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때로는 러시아, 멕시코, 대만 등지에서 온 친구들에게 그 나라 문화를 배우기도 했죠.
반대로 토종 미국인들은 또 외국출신인 저희들에게 미국의 문화를 가르쳐주는 아주 재밌는 시간이죠.
오늘은 제가 토론중에 설명한 한국문화때문에, 미국 친구들과 교수님마저 기겁(?)했던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첫번째 - 한국의 학교

학교라는 소리가 나오자마자 많은 분들이 짐작하셨겠죠.
저 역시 야자를 했던 경험으로, 한국의 학생들이 얼마나 피땀흘려 공부하는지를 설명해주었죠.
그런데 처음에는 안 믿더라구요.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새벽별보고 등교해서, 다시 밤에 별보면서 하교한다고 말해줬더니 반응이 완전 

웃기시네  우리가 사정 모른다고 너무 뻥을 치는데??

 

이렇더라구요.
일단 진짜라고 믿게하는 것부터 큰 관문이었습니다. -.-;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 한국의 교육열과 치열한 경쟁사회에 대해 설명을 해줬죠.
다 듣고 나더니, 교수님이 이제야 한국학생들의 SAT 성적이 왜 그렇게 좋은지 알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외국인들이 한국 학생들의 학습시간에 경악한다는 것은 아마 많은 한국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텐데요.
사실, 제가 그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한 번 더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도 한국에서 사용하던 필통을 그대로 썼었는데요.
1학년 7반 42번이라는 뜻의 일련번호, 1742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한번은 누군가 그게 무슨 넘버냐고 묻길래, 대수롭지 않게 학교 다닐때 받았던 내 번호라고 했더니 무슨 의미인지 못 알아듣더라구요.
그래서 또 다시 자세한 설명모드로 들어가서, 한국에서는 학급의 학생들에게 번호를 부여한다고 알려줬죠.
수업시간에 번호를 불러서 시키기도 한다는 얘기도 해줬구요.
저는 정말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얘기를 들은 미국친구들 정말 기겁하더라구요.

헐Oh My God...어떻게 사람을 번호로 불러? 무슨 물품번호고 아니고...

 

하길래, 제가 오히려 좀 당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번호를 가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잖아요.
번호로 불린다고 해서, 특별히 내 인권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구요.
저는 그들에게 학생을 물건취급해서 그런게 아니라, 미국하고는 사정이 달라서 한반에 45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기록보관같은것을 더 정확히 하기 위해서 번호가 있는거라고 해명을 했습니다.

그들의 반응이 충격적이었던 저는 조금이나마 한국의 학생번호 문화에 대해 알아봤거든요.
그런데 그게 일제시대에 일본이 도입시킨 제도라고 쓴 글을 봤어요.
정말 그런거라면 학생번호제도를 없애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한반에 45명씩은 됐었지만, 요즘 제 사촌동생 보니까 한반에 30명이라는 것 같았거든요.
이 정도면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이름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두번째 - 한국의 결혼

어느 날은 강의중에 각기 다른 나라의 결혼에 관해서 토론을 했는데요.
그 때 받은 자료중에 초혼의 평균 연령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남성 28.4세, 여성 26.5세 였고, 한국은 남성 31.8세, 여성 28.9세 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유럽이 가장 초혼 연령이 높았고, 그 다음이 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비교적 일찍 결혼을 하는 것으로 집계가 됐더라구요.

통계를 보고나서, 각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이 나름대로 그 이유를 분석했는데요.
유럽의 평균 초혼 연령이 높은 것은, 워낙 결혼자체를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라더군요.
결혼이라는 절차없이 함께 살다가 나중에 법적으로 결혼을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저도 제 차례가 왔기에, 나름대로 생각해 본 이유를 말했습니다.
우선은 한국 남성들의 군복무를 들었죠.
아무래도 학업과 군복무를 다 마치고, 직장을 얻은 뒤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러면 적어도 만 25-6세는 넘기게 되잖아요.
또 하나의 이유는 결혼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죠? 
한국의 관습으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결혼을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항상 염두에 두지 않습니까.
어느쪽에서 마련하던지 신혼집과 혼수가 결혼에는 보편적 필수조건이니까요.

이 얘기를 했더니, 또 놀랍니다.
미국인들은 결혼식에는 돈을 쓰지만, '새 집과 새 물건들을 장만할 돈이 모일 때까지 결혼은 곤란하다' 라는 인식은 없거든요.
물론 결혼하면서 새로 집을 사서 이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쪽이 원래 살던 곳으로 합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 이것은 사실 한국과 다를 수 밖에 없는게, 한국은 자녀들이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미국은 성인이 되면 홀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미 살고 있는 집이 있는것이죠.*

아, 그리고 집에 놓을 물건들은 대부분 친구들이나 친지들이 선물을 해줍니다.
축의금이라는 관습이 없는 대신에, 신랑 신부가 미리 작성해놓은 필요한 물건 리스트를 보고 선물로 대신하는거죠.
그런데 정말 저를 폭소하게 만드는 신문 기사를 한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 미국의 신랑 신부들이 하는 고민중 하나가 이것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축하객들의 기분 상하지 않게 선물 대신 현금을 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역시, 취향에 안 맞을수도 있는 선물보단 현금이 대세라는 거죠.
이런걸보면 한국의 축의금 문화가 선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합리적 수도 있겠네요.

아 참, 저도 그 날 몽고출신 친구에게 들은 것인데 남성이 집을 장만하고 여성이 혼수를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인 한국과 달리 그 친구의 고향에서는 결혼하면 남성이 혼수를 싸 들고 여성의 집으로 들어온다고 하더라구요.
다양하고 재밌는 세상이죠?

오늘은 미국인들이 조금 당황한 한국 문화에 대해 써봤습니다.
제가 그들의 나라에서 느꼈던 당황스러움에 비하면 이건 별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사알짝 해봅니다만, 어쨌든 그들에겐 문화충격이었겠죠.
흥미롭게 보셨길 바라면서, 좋은 아침입니다!

댓글19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3.08 11:15

    오늘도 재밌는 문화의 차이를 간접체험하는군요 ㅋㅋ 너무 재밌습니다. 다른건 그냥 차이라고 하고 딱히 다른 나라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교육문제는 역시 우리가 너무 잘못됐다고 생각되네요. 제가 워낙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기도 하구요. 우리나라는 교육쪽 뿐 아니라 일제문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어요. 주민등록번호도 그렇구요. 예전엔 사람들이 주민등록번호 없애면 세상 큰 일 나는줄 알았는데, 요새는 이게 일제잔재라는걸 많이들 알고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많아서 없애자는 의견도 많은 거 같아요. 확실히 미국은 인권에 대해 예민하군요. 우리가 둔한 것일 지도..
    답글

    • 이방인 씨 2012.03.09 04:12 신고

      역시 미국은 파란만장했던 근대화 시기를 거쳤던 한국과 달리 부족할것 없는 시대를 거쳐서 그런지 우리에겐 좀 사치같은 인권이나 사회정의 문제에 세심하더라구요. 바로 그런 점들이 미국의 매력이기도 하구요. 한국도 경제대국이 된 지 오래된만큼 이젠 그런 이슈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제나 공감가는 댓글 달아주시는 찡님 감사합니다.

  • 워크뷰 2012.03.08 21:07 신고

    와 다른 세계의 문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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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2012.03.31 21:2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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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 씨 2012.04.01 07:09 신고

      헉! 정말요? 교민신문에서 읽으셨다구요? 글이 널리 읽히는건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요, 저한테 일언반구 말도 없이 그냥 퍼가셨나보네요. 교민신문 편집하시는 분이 어떤분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뭐, 연락 닿을 길이 없으니 말도 못 전하겠네요. ㅠ.ㅠ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졸지에 필리핀에 계신 분들께서도 읽어주셨겠네요. 방문과 댓글 감사드립니다.

  • 익명 2012.04.09 21:55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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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방인 씨 2012.04.10 06:30 신고

      그러게요. Bailey 님 말씀대로 인터넷이 참 넓고 좁고 오묘~합니다. ㅋㅋ 뭐 세상엔 한국이고 외국이고 논문도용까지 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제 시시한 글 좀 퍼갔다고 제가 뭐 항의까지 할 건 없죠 뭐..^^;; 아마 왠지 그 쪽에서 별거 아닌 일로 그런다고 할 것 같기도 하네요. 그냥 좀 놀랐습니다. Bailey 님도 사진 도용당하시고 황당하셨겠네요. 사진에 출처 꽝꽝 박으세요! 방문과 댓글 감사드립니다. ^-^

  • w1029s 2012.05.04 21:56

    역시나... 동양과 서양의 문화 충격이란 것은 바로 이런것을 말하는 것이었군요. 뭐 요새는 번호로 부를 때도 있는데 이름부를때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뭐 야간자율학습이라던가 주말에 자습할때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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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2012.06.14 21:1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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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짱똘 2012.06.20 13:27

    옛날에 어떤 미국 세상에 이런일이 급 정도되는 프로에서 한국에선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서 공부한다. 그 소리에 다들 농담이라고 넘겼다고 하는데 , 그소리 듣고 미친~~~ 요새 누가 10시까지 한담? 전 11시까지 했습니다. ㅠㅠ 그나마 전 날라리 였기에 이정도지 제친구들은요 야자마치고 독서실가서 새벽 2시까지 하는 애덜이 태반이었어요. 그리고 아침 7시 반까진 도착 8시부터 수업~~ 나라가 망할 징조죠.모~
    암튼 오후 10시는 고1 이나 고2 수준이고 고3은 최소 11시이거늘~~ 이것들이 왜 소중한 1시간을 까먹는지.. 열받더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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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똑똑이 2012.08.15 23:30

      그러게요~ 저희학교에선 심화반애들이 11시까지인 야자시간을 12시까지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어요~~ㅋㅋ그런 요청을 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의 상황이참씁쓸하네요..

  • 심심해 2012.07.05 23:38

    축의금문화가 합리적이라고 본다라..
    글쎄요.. 이건 합리적인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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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름달 2012.08.11 14:24

    저 역시 학생들을 번호로 매기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초 1 때는 한국 학교에서 지내서 번호라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국제 학교에서 지내다가 한국 학교를 다시 다니니 확실히 인식의 변화가 있는 듯 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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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oo 2012.10.19 07:18

    제가 아는 원어민 영어강사분은...한국인 학생들 불쌍하다고 하더군요..
    Crazy..라고 하면서 -_-;
    공부 정말 못하는데 게임에 천재적인 공무원 부부의 자식을 가르쳤었는데..
    죽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다는 이야기 하니..
    미국에서 그러면 그 부모를 신고할 수 있다며.....이해 못하더군요 -_-;
    사실 저도 이해하고 싶지 않은 단면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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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도 예전에는 남자가 여자 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2013.01.17 03:56

    조선 말 200년동안 사상 단속 측면에서 지배계층이 성리학을 강조해서 남자 집으로 여자가 들어가는 것이 부각되었을 뿐, 원래는 몽고와 같습니다.
    국사 시간에 고구려의 데릴사위제 들어 보셨지요? 고구려, 부여계에서는 남자가 여자 집에 가서 일해주고, 뒷마당에 집 짓고 살다가 아이들 낳아서 크면 자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이규보가 자신의 문집에 요즘 사람들은 처가집에 들어가 살고, 처가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하니 처가를 하늘처럼 모신다는 글이 있지요.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처가에 가서 아이를 낳는 습관때문에 양반들조차 어린 시절을 외가에서 보내고 좀 자라서 친가로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몽골식 풍습이 사실은 더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에게 익숙한 방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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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tamus 2013.02.17 11:34 신고


    학생번호로 불리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저도 영국에서 공부를 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문화의 차인데.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감사합니다 ;)
    답글

  • 일본? 2013.10.10 18:39

    굳이 따지자면 일본 근대화 시기에 옛 서양식 교육 방식이 일본에 들어가고 한국에 정착한 건데,
    일본 교육방식도 많이 바뀌었으니까, 옛 서양식 교육 방식 아닐까요.
    답글

  • 익명 2014.11.26 18:0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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