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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야기

한국에서 미국식으로 행동했다가 민망했던 일들 1탄

by 이방인 씨 2012. 2. 3.

얼마전에 쓴 미국과 한국의 문화차이를 소개한 글 두 편,
미국에서 한국식으로 행동했다가 낭패본 일들 1탄 
미국에서 한국식으로 행동했다가 낭패본 일들 2탄 을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는데요.
오늘은 반대로 한국에서 미국식으로 행동했다가 민망했던 사연들을 써볼까 합니다.

제 1화 - 한국에서 처음보는 사람한테 친근하게 말 걸었다가...

이 일은 제가 미국생활한지 8년쯤 지나서 잠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생긴 일인데요.
한국에 나간 김에 어느 날, 한의원에 갔었습니다.
접수하고 대기실에서 앉아서 기다렸죠.
대기실에 한 3-4명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 마침 저하고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여자분이 계시더라구요.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싶어서 말을 붙여봤습니다. (가만히 있었을걸...ㅠ.ㅠ)

저:        "오늘 굉장히 덥네요. (여름이었거든요.)"

그 분:    ? (말거니까 좀 놀라서) 아, 네..

저:        "이 한의원 자주 오세요?"

그 분:    " 아, 네...뭐...그냥"

저:        "전 위가 안좋은데 한약이 좋다고 해서 와봤어요."

그 분:    아, 네... (근데 어쩌라구? 라고 생각하셨겠죠. 아마)

저:       "아, 전 OOO (제 이름) 라고 하는데요. 성함이 혹시?"

그 분:    네?? 아니....알지도 못하는데 이름 가르쳐드리는건 좀....

저:       "아, 네...죄송합니다."

대화단절됐습니다....................................................................................................................

미국에서 8년 살았더니, 완전 푼수 푼수 대푼수가 돼버렸나봐요. 
미국에서는 버스 정류장, 병원 대기실, 하다못해 편의점 계산줄에서라도 아무하고나 수다를 종종 떨거든요.
그리고 그 날 처음보고, 또 다시 안만날 사이라도 이름을 서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구요.
미국 영화나 드라마보면 자주 나오죠?
우연히 아무데서나 만난 사이끼리 "Hi, I'm OOO" 하면서 통성명 하는 장면이요.  
한국에선 그러면 안되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제가 맛이 갔었나봐요.
그 분이 '이 사람 뭐야? 좀 이상해...' 하는 눈으로 쳐다봤을때 '흐이구~ 내가 드디어 미쳤구나' 하며 아차했죠.

제 2화 - 한국에서 영화제목 버터발음으로 말했다가...

오랜만에 다시 재회한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갔었습니다.
미리 특정 영화를 예매하고 간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영화를 보기로 한 지라 영화관 앞에 가서 고르기로 했죠.
여자 둘이서 로맨스 영화도 그렇고, 액션 영화도 그렇고 해서, 무난한 코미디가 좋을까 해서 마침 걸려있던 미국 코미디 영화 Evan Almighty 가 어떻냐고 물었죠.
그런데 정말 무심히 '에반 올마이티' 가 아니가, Evan [ ˈɛvən ] Almighty[ ɔ:l|maɪti] 라고 발음기호에 충실한 버터발음이 나와버린거죠.
친구는 그냥 "얼~ 역시 굴리냐? ㅋㅋㅋㅋ" 하고 말았지만, 가까이에 있던 여자분들이 들으신 모양입니다.

어머, 뭐야... 꼴값.....

저는 얼굴로 다림질을 해도 될만큼 얼굴이 달아올랐죠.
정말 이럴때 쓰라고 시쳇말 "뻘쭘' 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한국분들이 외국물 먹었다고 발음 굴리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옛날 박찬호 선수가 다져스에서 잘 나갈때도, 한국말에 섞여 나오는 "엄~ 엄~" 소리에 한국인들이 질색했던 것을 저도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경우, 일부러가 아닌 무의식적인 습관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재미교포들이 아무리 가족끼리 한국말을 쓴다고 해도, 늘 집에서 하는 말이라는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까.
주로 밥 먹었느냐, 밖에서 무슨 일 없었느냐...이런 간단한 대화들이죠.
그 밖의 대부분의 대화를 영어로 하다보니까, 습관이 들어서 영어가 익숙해진 것 뿐이죠.

일전에 한국 방송을 보니, 귀화한 미국인 로버트 할리씨가 본인은 이제 한국말을 오래 하다보니까 영어를 잊어서 미국 입국심사에서 갑자기 말이 안나와 한국인 부인이 대신 영어로 말을 해줬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교포들이 한국말이 어눌해지는 것도 그와 비슷합니다.
제가 아는 한, 한국말 할 줄 아는 교포들은 한국에 나가면 당연히 한국말을 씁니다.
그런데 단어 하나 하나의 발음까지 머릿속에서 한국식으로 교정해서 튀어나오질 않는겁니다.
대부분은 그저 무의식적인 습관이니 너무 비웃지 마세요. ^^;;
정말 티내려고 그러는 사람도 뭐,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ㅋㅋㅋ

제가 한국가서 망신당한 사건들, 어떻게 보셨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