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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아, 미안~ 상처주려는 건 아니었는데 말야

by 이방인 씨 2013. 9. 6.

이틀 전에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은 십중팔구 불교신자일 것이라 짐작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들의 지레짐작이 어디 그거 하나 뿐이겠습니까?
하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 한 번도 미국에 와 본 적이 없는 한국인들도 미국인은 이러 저러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서로를 비난한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몇 년 전엔가 제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미국인 친구에게 충격과 상처(?)를 안겨준 적이 있었답니다.
제가 이 말을 했기 때문이죠.

 

"한국에 미국/미국인 싫어하는 사람 많아."

 

오~ 이게 왜 미국인에게 충격적이냐구요?
그들은 한국인들은 미국인을 좋아할 거라고 짐작하거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6.25 전쟁 때 미국이 한국편에 서서 참전했기 때문이죠.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미국인들은 6.25전쟁의 시대 상황과 원인을 모릅니다.
현재 그들이 알고 있는 건, 아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나쁜 코리아(북한)가 좋은 코리아(한국)를 침공했고 미국은 좋은 쪽을 도와 싸웠다'는 것 뿐이죠.
실제 참전 용사들은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하고 미국인들도 마찬가지로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참전 군인들 중 몇 명이나 그 당시 상황을 알고 싸웠겠어요.
그냥 국가가 '가서 싸우고 오라'고 시키니까 군인으로서 그 임무를 수행한 것 뿐이죠.

 

한국은 휴전 60주년을 맞고 있지만 요즘 북한의 태도는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악당 코리아 VS. 우방 코리아'의 구도를 더욱 공고히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악당 코리아 때문에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우방 코리아를 지원한다고 생각하죠.
이 주한미군에 대한 한미의 온도차이는 난감할 정도로 심하답니다.
제가 듣기로 한국에서는 불평등 조약과 각종 범죄로 얼룩진 주한미군에 대한 반감이 대단하다고 하는데 미국인들은 동아시아 우방 지원을 위해 미군 장병들이 '수고'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북한 뉴스가 터질 때마다 미국인들의 댓글을 살펴 보면 그들도 주한미군을 철군시키고 싶어합니다.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미국 행정부와는 달리 평범한 미국인들 중에는 이제 미국이 자국 사정에나 집중하기를 더 바라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전쟁 등등으로 미국이 입은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지친 거죠.
미국 정부가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목적은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삶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니까요.
동아시아의 평화 (혹은 그 지역에서의 영향력) 걱정하기 전에 자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서 주한미군에 투입되는 돈, 물자, 장병을 아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니 한국인들이 '전통의 우방'인 미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많더라구요.
미국 미디어가 주한미군의 불미스러운 소식 같은 건 전하지 않으니까 더욱 그렇겠죠.

 

그래서... 제가 불었답니다.
주한미군 사병들이 저지른 일이나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불공평한 의무들 같은 걸 말이죠.
미군의 장갑차에 희생된 여중생들의 비극도요.
그들이 전혀 모르고 있던 주한미군 이야기를 들은 Sam이라는 미국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Those idiots... really making us look bad.  저런 얼간이들... 나랑 망신 시키고 있네.

 

그리고 글 첫머리에 등장한 저의 대사는 어쨌든 입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미국 싫어하는 사람 꽤 있어."

 

친구는 약간 충격 받은 것 같았고 또 약간은 상처 받은 것도 같았습니다.
주한미군의 자랑스럽지 못한 실상이나 한국인들의 반감은 그에게는 '몰랐으면 좋았을 진실'이었을 테죠.
뭐, 어쨌든 저의 나불거림(?)으로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친구에게는 A whole new world였을까요?
일부러 충격받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튼 미국인들은 순진함이 지나쳐 무지함으로 이어질 때가 많으니까 말이죠.
친구에게는 '충격과 상처'를 제게는 '일말의 미안함'을 동시에 안겨준 일화랍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