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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짐작만 하다 실제로 한국 가서 깜짝 놀란 미국 청년

by 이방인 씨 2013. 9. 4.

2년 전에 제가 블로그를 시작할 때 썼던 초창기 글을 보면 한국 출신이 미국에서 자주 듣는 질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North or South?"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해외생활하시는 많은 분들이 폭풍공감을 하셨는데요.
한국에서 왔냐, 북한에서 왔냐 묻는 것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이것 말고도 약간 성가신 지레짐작이 하나 더 있답니다.
아마 미국에 사는 동아시아인 중에는 이런 질문 들어본 분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So, you're a Buddhist, right?  불교 신자 맞죠?"

 

미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무래도 부처님의 땅인가 봅니다.

 

 

 

(lonely planet.com)

 

저는 지금은 무신론자가 됐지만 조부모님 때부터 교회에 다니셨던 친가의 영향으로 어릴 때는 의무적으로 교회에 나갔었답니다.
최근에는 가끔 마음이 동하면 집 앞의 카톨릭 성당에 한 번씩 다녀오는 얼렁뚱땅 어린 양이지만 어쨌든 어릴 때부터 '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처님보다는 하나님을 먼저 떠올리곤 했었죠.

그런데 미국인들과 대화하다가 우연히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그들이 깜~짝 놀랍니다.
할머니 때부터 기독교 집안이었다고 말하면 "Oh, really?" 이렇게 되묻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아시안들은 불교 신자일 거라는 지레짐작을 하는데다가 할머니 세대쯤 되면 더더욱 전통 종교를 믿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아무래도 '기독교 = 서양의 종교, 불교 = 동양의 종교'라는 전지구적 인식이 있으니까요.

 

꽤 오래전 일인데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라는 영화가 미국과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당시 미주판 한인 신문에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20대 젊은 영화학도가 그 영화를 보고 반해서 한국을 찾았는데 공항을 벗어나 시내의 모습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노승과 동자승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라 영화 내내 물 위에 떠 있는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이 나오거든요.
이 젊은 미국인은 아마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본데 그를 기다렸던 것은 도심 속에 가득한 교회 십자가들이었으니 정신 못 차릴 만 하죠?
영화에서 본 이미지는 물론이고 평소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깨는 문화충격이었을 테죠.

생각해 보면 저도 서구Jesus, 중동은 Allah, 뭐 이렇게 간단하게 구분짓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전에 헐리웃 스타인 리처드 기어가 불교 신자라고 처음 밝혔을 때 미국인들은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 팬들도 적잖이 놀랐잖아요?
또한 한국에서는 푸른 눈의 외국 출신 스님들은 늘 화제의 대상이 되죠.
우리 아시안들이 교회 나가고, 목사님 되고, 성당 다니고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되는 건 그다지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서양인이 머리 깎고 스님 되는 건 어쩐지 낯설게 다가오니까요.

그런 생각을 했더니 미국인들이 저를 불교 신자라고 짐작하는 것도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Logic이겠다 싶더라구요.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실제로 입장이 바뀌는 경험을 해 보지 않으면 체감하기 쉽지만은 않은데 미국에 와서 이래저래 많은 경험을 하게 된 걸 '행운'이라 불러야 할지 '산전수전'이라 불러야 할지 말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