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에서 정말 재밌는? (시쳇말로 골 때리는!) 기사를 하나 읽었습니다.
요즘 미국 범법자들 사이에 자신들이 들락거렸던 감옥에 대한 평가를 인터넷 리뷰 페이지에 올리는 현상이 번지고 있다는 겁니다.
본래 레스토랑이나 서비스업체의 리뷰를 남기는 곳인데 교도소가 무슨 식당이라도 되는 듯 별점까지 주면서 리뷰를 올리는 수감 경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네요.
이것이 바로 미국이다.
(washingtonpost)
어서 와~ 우리 교도소는 처음이지?
이래 뵈도 별점 3.5 받은 곳이니까 지내는 데 불편하진 않을 거야.
제가 보자마자 빵 터졌던 리뷰의 첫 줄이 이렇게 시작합니다.
Tisha B 라는 여성 수감자가 캘리포니아 소재의 교도소인 San Quentin Prison에 대한 이런 리뷰를 남겼습니다.
Not recommended (별로 추천할 만하지 않음) ★☆☆☆☆
자주 감옥을 들락거리는 범죄자들에게는 추천하는 감옥이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박하게도 별을 하나밖에 안 줬네요.
같은 감옥에 대해 남성 수감자 Scott D 역시 별로라는 평이네요.
Not a place you wanna end up. (갈 만한 곳이 못 돼요.) ★★☆☆☆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험악하거나 무섭지는 않지만 춥고, 축축한데다가 음식이 진짜 그지 같아요!
범죄자들에게도 먹는 것이 꽤나 중요한 모양이죠?
또 다른 리뷰에도 밥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 곳에서 주는 식사는 모두 인근의 농장에서 직접 가져 온 신선한 재료들로 만들어요. 요리를 고심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지고 메뉴는 계절에 따라 바뀌어서 좋아요. ★★★☆☆
이런 식도락 돋는 수감자를 봤나... 사회에 계셨을 때 제법 미식가이셨나 봐?
범죄자들에게도 교도소 운이라는 게 있는지 시애틀 감옥에 수감됐었던 익명의 죄수는 정말 힘겨운 날들을 보낸 모양입니다. ^^;;
이 곳은 정말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이었어. 난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 출신인데도 말야! 이 감옥에 다시 가느니 차라리 전쟁터로 돌아가겠어. 아니면 박스안에서 살던가!
전쟁터보다 더 괴로운 곳이라니 도대체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이 밖에도 수 많은 수감 경험자들이 남긴 리뷰를 보면
교도관이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
들어갈 때 가지고 들어간 돈을 나올 때 주지 않았다. (이건 뭐야? 교도소가 죄수 상대로 삥 뜯은 건가?)
묶어 놓고 화장실에 보내 주지 않았다.
내 서류를 일부러 누락시켰다.
등등 시시콜콜한 애로사항부터 인권을 무시하는 가혹행위까지 고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죄 짓고 벌 받으러 들어간 사람들이 뭐가 자랑이라고 떠벌리냐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수감 경험자들의 이런 리뷰는 범죄자 인권 향상과 미국의 교도 시스템 발전을 위해 이로운 일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워싱턴 포스트가 인터뷰한 L.A 카운티의 보안관은 이런 말을 했네요.
교도관이나 교도소의 부당 행위가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반드시 조사를 거칩니다. 문제를 자각하는데 도움이 되고 시스템의 투명성을 가져다 주죠.
범죄자들의 변호를 맡으며 수많은 감옥에 다녀봤다는 변호사 Robert Miller 역시 수감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이런 리뷰들은 아주 "귀중한 도구" 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헐리웃 영화를 보면 미국의 죄수들은 교도관을 무서워하기는 켜녕 오히려 폭행하고 심지어 감옥 안에서도 살인을 서슴치 않는 모습으로 비춰지죠.
감옥 안에서 생을 마감할 정도의 형량을 받은 흉악범들은 실제로 그렇다지만 상당수 보통(?) 죄수들은 오히려 교도관에게 가혹 행위를 당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반항이라도 할라치면 가석방이나 출소에 필요한 서류를 일부러 누락시키는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하구요.
이런 환경이라면 죗값은 톡톡히 치른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교화'나 '갱생'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많은 실정입니다.
본래의 목적대로라면 한번 죄를 저지른 사람이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오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은 범죄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죠.
바깥 세상에서는 알 수 없는 폐쇄된 장소인 교도소에 대한 수감자들의 리뷰를 통해 사회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수감자들에게 리뷰 작성을 장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교도소니 범죄자 인권이니 하는 것들에 전혀 관심이 없던 저도 이 기사를 통해 알게 됐으니 아주 불가능한 일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미약한 속삭임일지라도 누군가는 듣고 있을지 모른다더니 정말 그런가 봐요.
별점주며 교도소를 리뷰하는 미국의 범죄자들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여러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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