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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내가 목격한 미국 부모들의 살벌한 자녀 훈육

by 이방인 씨 2013. 4. 28.

이 세계에서 만국 공통인 것을 들자면 '아이들은 사랑스러운 동시에 troublemaker' 라는 진리를 빼놓을 수 없을 텐데요.
방금 전까지 천사처럼 웃다가도 한순간에 사고뭉치로 돌변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바로 아이들이잖아요.
미국이라고 다를 것 없으니 이 곳 아이들도 부모를 들었다 놓았다 자유자재입니다.
그럴 때 어쩔 줄 모르며 아이에게 꼼짝 못하는 부모가 있는 반면 엄청난 카리스마로 아이를 훈육하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기억하고 있는 미국 부모들의 얄짤 없는(?) 자녀 훈육법을 소개합니다.

 

첫번째 - 밥상 머리에서 투정을 해?

이건 제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에 목격한 일입니다.
투정 없이 밥 잘 먹는 아이들이 예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렇게 순순히 밥을 잘 먹는 건 아니잖아요.
그 날 엄마와 함께 온 대여섯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제가 음식을 서빙하고도 한참을 잘 먹지 않고 투정을 하더라구요.
처음 10분 정도는 엄마도 살살 달래며 밥을 먹이려고 하다가 충분히 알아들을 만큼 설명했는데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자 약간 톤을 높여서 엄하게 말하더군요.

 

음식에 감사할 줄 모른다면 오늘 점심은 없어.

 

화를 낸 것도 아니고, 윽박지르거나 신경질을 낸 것도 아닌데 아이는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이도 나름의 자존심은 있으니까 여전히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었는데 엄마가 아이의 음식 접시를 자기 앞으로 가져가더니 보란 듯이 음식을 깨끗하게 먹어 버리더라구요.
아이는 계속 쳐다 보고 있고 엄마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맛있게~ 접시를 싹 비웠습니다.
그리고는 원래 자기 몫의 음식까지 다 먹고 개운하다는 얼굴로 아이를 보고 역시나 친절하게 말하네요.

 

아~ 정말 맛있는 음식이네. 너도 먹어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리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계산을 하고 아이 손을 꼽 잡은 채로 돌아갔습니다.
왠지 그 딸아이는 다음부터는 10분 이상 음식 투정을 안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

 

두번째 - 저..저는 정말 괜찮아요...

이 에피소드는 저와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의 이야기예요.
두세집 건너에 사는 미국인 가족인데 제가 산책하러 나가는 서늘한 시간에 늘 차고 문을 활짝 열고 두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오며 가며 인사를 하는 정도죠.
아이들이 어려서 멀리 못 나가고 자기집 차고 앞에서만 자전거를 타는 것 같은데 가끔 제가 걸어갈 때면 장난기가 발동해서 자전거로 제 앞을 막거나 주위를 뱅뱅 돌곤 하더라구요.

그 날도 둘 중 한 아이가 자전거로 제 앞을 막으며 알짱거리길래 잠시 웃으며 그대로 서 있었는데 마침 그 집 엄마 눈에 딱 걸린 겁니다.
먼저 저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니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What do you have to say?  너 뭐라고 말해야 하지?

 

미국 부모들은 이 말을 참 자주 씁니다.
"이 상황에서 너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라고 물으며 아이들 입에서 Thank you I'm sorry 같은 말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죠.
이 엄마도 아이가 제게 사과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그냥 놀고 싶어서 장난을 친 걸로 사과를 하라고 하니까 조금 억울했나 봅니다.
금새 뾰루퉁한 얼굴이 되서 아무 말을 안 하더라구요.
제가 황급히 "괜찮아요. 아무 일도 아닌데요." 했지만 아이 엄마는 단호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강한 어조로 부르면서 또 한번 말하더라구요.

 

OOO, 넌 지금 이웃분에게도, 엄마에게도 무례하고 굴고 있어. 이럴 때 뭐라고 말해야 하지?!

 

엄마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빤히 쳐다 보자 아이는 더 버틸 수 없습니다.
저를 보고 "I'm sorry." 하더라구요.

이 때쯤 되자 저는 미친 듯이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서 "아니야. 정말 괜찮아." 하고 식은 땀을 흘리며 빛의 속도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흥4 이런 망할 방인씨... 그냥 밥 먹고 집에서 뒹굴거릴 일이지 뭐하러 산책은 나와 가지고 이런 분란을 일으켜! 이 아이가 앞으로 약 한달 정도는 너를 철천지원수로 생각할지도 모르는 일이야!

 

세번째 - 모든 것은 네가 자초한 일

위의 두 일화가 엄마들의 훈육이었다면 세번째는 아빠의 경우입니다.
몇년 전에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간 적이 있었는데 엄마 아빠와 함께 구경 온 꼬마 남자 아이가 폴짝폴짤 뒤면서 신났더라구요.
아이가 요란스레 장난 치는 것이 슬슬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무렵 아이 아빠가 갑자기 아이를 번쩍 들쳐 메더니 가게 밖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아이를 밖에 두더니 자기는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더군요.

아이를 잠시 매장 밖에 있게 한 거예요.   헉

그러나 당연히 걱정이 되서 멀리 떨어지지는 못하고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이를 지켜 보고 있었죠.
그게 어찌나 웃긴 광경이었냐면요.......
아이는 유리문 밖에서, 아빠는 유리문 안에서 서로 바라 보며 대화를 하고 있더라구요.
아이가 들여보내 달라고 문 손잡이를 붙잡고 떼를 쓰자 아빠가 딱 한마디 합니다.

 

You had it coming.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이럴 때는 역시 엄마가 나서는 수 밖에요.
문 앞에서 이러고 있는 것도 민폐라며 엄마가 말리자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어 주더라구요.
그리고는 여러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시끄럽게 장난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안 보는 척하면서 유심히 구경하고 있던 저를 비롯한 가게 안의 몇몇 사람들도 전부 웃었을 거예요.
그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뛰면 유리문 밖에 서 있게 된다는 걸 잘 알았겠죠? ㅎㅎㅎ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제가 기억하고 있는 미국 부모들의 살벌한(?) 아이 훈육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역시 아이 키우는 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같아요.

여러분은 황금 일요일 아침을 맞이하고 계시겠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제 경험담은 미국인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 알고 계시죠? 모든 미국 부모가 다 이 정도로 엄격한 훈육을 하는 건 아닐 뿐더러, 아이에게 맥 없이 휘둘리는 부모들도 물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