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다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에는 양날의 검이 있습니다.
바로 Labor 라고 불리는 인건비죠.
한마디로 어찌나 비싼지요...
2012년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법적 최저임금은 시간당 $8.00 (한화 약 8800원)입니다.
또한 하루에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이 초과되면 약 1.5배까지 받을 수 있죠.
이 시간당 $8의 최저임금은 단순노동직 혹은 신입에게만 적용되는 임금이고, 기술직이 받는 임금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건 누가 뭐래도 Labor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저희가 처음으로 미국의 Labor 를 경험한 것은 Auto shop 이라고 불리는 카센터에 갔을 때랍니다.
작은 부품을 하나 교체했는데, 청구된 요금명세서를 보니 이렇게 적혀 있더라구요.
Auto parts (자동차 부품) : $19.99
Labor (인건비) : $39.99
그 시절 한국의 인건비에 익숙해져계셨던 저희 부모님은 그 명세서를 보고 정말이지 깜~놀 하셨었죠.
한국에서는 흔히 장사하시는 분들이 이익이 얼마 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런 말을 하죠?
아이구~ 이거 팔아봐야 인건비밖에 안 나와요.
하지만 이런 말, 미국에서는 할 수 없겠죠? ^^
이런 높은 인건비가 미국인들에게 원치않는(?) 재능훈련을 시켜주기도 한답니다.
첫번째 - 남자들은 재주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안의 전자제품이나 기계가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공에게 지불할 인건비가 무서워서 스스로 고치는 일이 잦기 때문이죠.
미국 생활을 30년 넘게 하신 저희 할아버님과 삼촌도 이제 왠만한 고장쯤은 혼자서 척척 고치시게 되셨습니다.
심지어 저희 삼촌은 저희가 처음 주택으로 이사했을 때 앞뜰과 뒷마당의 잔디를 까는 것부터, 스프링클러 달고 펜스와 벤치를 만드는 것까지 혼자서 한달에 걸친 공사끝에 다 해주셨을 정도죠.
고치는 재주가 없는 남자라도 어쩔 수 없이 낑낑대며 고치려는 시도는 해봐야되는 곳이 미국이거든요.
심지어 기술자들이 견적만 내주는데도 돈을 지불해야할 때가 많습니다.
집에서 움직일 수 없는 물건이라 기술자가 직접 집까지 찾아와서 견적을 낼 때야 견적료를 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직접 기술자에게 들고가서 보여줄 때도 견적료를 받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도 2008년에 불경기가 찾아오고 부터는 다들 장사가 안되기 때문에 이렇게 공짜로 견적을 내준다는 광고가 많이 오더라구요.
두번째 - DIY가 발달했습니다.
Do It Yourself 제품이 많고, 사람들의 DIY 실력도 상당하답니다.
저 역시 학생 때 제 원목 책상과 책꽂이 세트를 4일 밤낮을 씨름하며 혼자 만들었는데요.
그 때 이후로 집안의 모든 DIY 제품은 제 책임이 되어 TV장식장과 주방 수납장 등등 많은 가구들이 제 손을 거쳐갔죠. ^-^V
가구 뿐만 아니라 일전에 제가 쓴대로 집의 실내벽이나 외벽을 직접 페인트칠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500채 이상의 집들이 있는 주택가 마을에 살고 있는지라 근처 지역을 지나다보면 작업복 차림으로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집주인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미국사람들이 이렇게 손수 하나하나 집 안팎을 가꾸고 관리하는 것을 취미생활로 여깁니다.
주말이면 남편은 차 밑에 들어가 있고, 아내는 마당을 손 보고 있는 광경도 그리 낯설지 않은 모습이죠.
높은 인건비는 이렇게 국민들의 손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 이 있는 반면 치명적인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 -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습니다.
실제로 walmart 나 apple 등의 세계적 거대기업이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이나 제 3세계국가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미국의 값비싼 인력을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Made In U.S.A 제품을 자국인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잘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미국인들이 중국을 수퍼마켓이라고 표현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직접 만드는 것보다 사다 쓰는게 훨씬 싸기 때문에 직접 만드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이것은 제조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두번째 - 기술없는 서민들의 삶은 고달픕니다.
쉽게 생각하면 임금이 높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받는 나라보다 윤택하게 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본인이 받는 임금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높은 인건비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죠.
혼자 고치거나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다행이지만 어쩔 수 없이 기술자를 불러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경우에 따라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야합니다.
실제로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는 저희 아버지는 냉장고가 고장났을 때 약 $2500, 하수구가 막혔을 때는 $4000의 수리비를 지불하셔야 했었죠.
대신 전문 기술자들의 삶은 정말이지 윤택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솜씨 좋은 Techinician 이나 Mechanic 들은 정말 돈을 잘 벌더라구요.
위에 말했던 저희 아버지 냉장고를 고쳐주신 분 역시 한국분이신데, 한국에서 20대후반에 이민오셔서 지금 20년째 살고 계신데 냉장고 수리만 전문으로 하십니다.
아이를 4명이나 키우시는데 휴가철만 되면 샌프란시스코 바닷가에서 요트도 타시고, 여름이고 겨울이고 방학에는 온 가족이 한국 나들이를 다니시더라구요.
자동차도 최고급에 손목시계도 엄청 비싼 제품이죠. ^^
저희 아버지가 그 분 보실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역시... 다 필요없고 기술이 최고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르신들 말씀은 틀리는 법이 없나봐요. ^-^
오늘은 미국의 높은 인건비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요즘 한국의 사정은 어떤지도 궁금하네요.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제 글은 미국 전역의 사정을 일반화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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