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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떡값 검사 사건을 보고 떠올린 미국의 내부 고발자 보호법

by 이방인 씨 2013. 2. 15.

미국에 적을 두고 있는 이상, 저는 한국 정치·사회를 비판할 권리 (혹은 의무)도 없는 사람일텐데요.
국적은 바뀌었어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이상, 너무 몰라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인터넷으로나마 여러가지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떡값 검사와 노회찬 의원직 상실' 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아시겠지만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검사들을 폭로한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지만, 정작 '떡값' 을 받은 검사들은 무사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기사를 읽고 나니까 예전에 제가 아르바이트하던 식당에 붙어있던 안내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Whistleblower Protection Act  (내부 고발자 보호법)

 

이라는 법에 대한 안내문이었는데요.
Whistle 은 '호루라기'를 뜻하고, blower 는 '부는 사람'이라는 말이니까 whistleblower 는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즉 파수꾼 혹은 심판이란 뜻으로 '내부 고발자' 를 은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Whistleblower Protection Act는 일하고 있는 직장의 비리를 고발/폭로하는 직원을 보호하는 미연방법입니다.
미국 공무원들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 발의되어 1989년 상원의회에서 통과된 법으로, 미국의 모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검사나 국회의원이나 모두 공무원이잖아요?) 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의 범법행위나 비리를 고발/폭로하는 직원을 보호하여 신고정신 고양 및 비리근절 효과를 노린 법이었죠.
현재 미국에는 국가기관의 내부 고발사건을 다루는 연방정부의 전담기관이 세 가지 있습니다.

 

1. Office of Special Counsel

스페셜 카운슬은 내부 고발사건을 조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2. Merit Systems Protection Board

MSPB는 내부 고발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기관이구요.

 

3. Court of Appeals for the Federal Circuit

Court of Appeals는 내려진 판결에 불복할 경우, 항소하는 법원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인만큼, 미국에서는 그들의 윤리·도덕적 의무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심지어 내부 규율과 폐쇄성이 가장 강하다는 CIA FBI도 이 법에서 제외될 수는 없습니다.
2008년 당시 상원위원이었던 버락 오바마 의원이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내세운 공략 중 하나가, 자신이 당선되면 Whistleblower 보호법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었을 정도로 중요한 법이죠.

하지만 정치라는 게 대통령 혼자만의 의지로 되는 일은 아니죠.
그의 공략과는 정반대로 2009년 상원의원들이 더 약화된 (심지어 CIA와 FBI 조항을 없앤) 내부 고발자 보호법을 발의했지만 다행히도!! 상원과 하원의 의견다툼과 상원의원 한 명이 익명으로 Hold를 거는 우여곡절 끝에 발의안이 통과되지 못하여 국회의원을 비롯한 공무원들끼리 서로의 비리를 눈감아주며 잘 먹고 잘 사는 사태는 면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표면적으로는요.)
그리고 마침내 2012년 11월이 되어서야 오바마 대통령은 본인이 내세웠던 공략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는 약속대로 더욱 강화된 Whistleblower Protection 법에 싸인을 마쳤다고 하네요.

미국에서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민간 기업 및 회사에도 마찬가지 내부 고발자 보호법이 적용됩니다.
그래서 제가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도 그런 법이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던 것이죠.
물론 작은 식당 알바가 고발씩이나 할 만한 비리가 있을리 없지만요. ^^;;

민간 기업의 내부 고발 사건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1996년에 있었던 Brown & Williamson 담배회사 연구소의 부사장이었던 Jefferey Wigand의 폭로였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Brown & Williamson은 흡연자들의 중독을 유발하기 위해 니코틴 함유량을 의도적으로 조절했다고 합니다.
이 일을 폭로한 후, 살해협박까지 받았다는 Wigand의 이야기는 1999년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The Insider 로 재탄생되기도 했었죠.

 

 

미국에는 이러한 보호법이 있음에도 보복을 당하거나 불안감에 고통을 받는 내부 고발자들을 돕는 National Whistleblower Center 라는 단체도 있어서 내부 고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나 그 후 부당한 처사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내부 고발자들을 용감하고 양심적인 영웅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기 때문에 간단히 구글 검색만 해도 유명한 내부 고발자들의 리스트가 줄줄이 나올 정도죠.
그 중에는 미국 행정부, 국방부, 환경부, 사법부, FBI, CIA 등등 중요기관들의 내부 고발자들도 있는데요.
본래 미국인들이 신고정신이 투철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보호법이 있기 때문에 더욱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자의로는 양심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법으로나마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기도 하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