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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빈 라덴 사살의 영웅이라도 특혜는 없다는 미국인들

by 이방인 씨 2013. 2. 13.

2011년 5월 1일, 파키스탄에 은신 중이던 알 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 급습한 미군에 의해 사살됐죠?
전 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안긴 장본인이고,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국가 공공의 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요.
2001년에 9.11 테러가 터진 이후, 10년간이나 끈질지게 빈 라덴을 추적해 온 미국이니만큼 그의 사살 소식이 어찌나 반가운 단비였는지 그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했답니다.

 

당시 백악관의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을 보고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국무장관의 사진이 전 세계로 보도되었죠.

 

10년간 도주 중이던 희대의 테러범을 사살하는 혁혁한 공을 세운 미군 Navy SEAL 특수요원이 최근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역사의 주인공으로부터 직접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겠구나 기대했지만 그가 인터뷰를 한 이유는 그 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평범한 군인 취급하는 미국 정부에 섭섭함을 토로하기 위해 입을 열었더라구요.
아니, 10년간 도주중이던 미합중국의 원수를 무찌른 슈퍼 히어로를 섭섭하게 만들다니!!  


노노 영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미국답지 않은 일 아닙니까?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빈 라덴의 이마에 총을 두 발 쏘고 그가 숨을 거두는 것을 확인했다는 영웅 저격수는 최근 16년간 몸 담아온 군에서 퇴역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은퇴를 선택한 것인데요.
그의 말을 따르면 그 후 국방부나 미국 정부의 태도가 그를 너무 실망시켰다는군요.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 작전을 수행했건만 은퇴한 뒤 그의 공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고, 심지어 군에서는 밀워키 트럭 운전수 자리를 알선해줄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빈 라덴을 사살한 영웅이지만 과연 트럭 운전 실력은 어떨까?! 뭥미

 

시골 도시의 트럭 운전수가 사실 알고 보니 최정예 특수 요원출신으로 빈 라덴 사살 작전의 주인공이라니..
흔해 빠진 헐리웃 액션 영화 시나리오 같은데 실제 있을 수도 있는 일이네요.

언뜻 들으면 그가 토사구팽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현재 미 국방부의 방침에 의하면, 군에서 20년을 일하고 퇴역한 군인에게만 평생 연금과 건강보험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20년 만기 퇴역이 아니더라도 참전이나 작전 수행을 한 군인은 Veterans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영웅은 아까 말했듯이 16년만에 은퇴를 했기 때문에 평생 연금과 건강보험 수급자가 될 수 없었던 것이죠.
그는 아무리 기간을 다 못 채웠더라도 자신이 한 일에 비해 이것은 너무 부당한 처사라고 억울해 하고 있지만 그 기사 밑에 달린 미국인들의 댓글을 보니 그 말은 그다지 큰 공감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국가를 위해 한 일은 존경하지만 '원칙은 원칙' (Rules are Rules) 이라는 의견입니다.
아무리 큰 공이 있어도 그는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은퇴한 다른 모든 군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하죠?

 

 

그가 나라를 위해 해 준 일은 고맙지만, 혜택을 받고 싶었으면 4년만 더 참지 그랬냐고 하는 댓글이네요.

 

그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왜 특별대우를 요구하는지는 모르겠다는 내용입니다.
연금을 받으려면 다른 모든 군인들처럼 20년을 채웠어야 한다네요.

 

중간에 그만 두면 혜택을 무슨 수로 받아요.
아니, 당신이 해 준 일은 참 고맙지만.... 중간에 관뒀잖아요...

(전 이 댓글 보고 빵 터졌어요. ㅋㅋㅋ)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네. 직장을 그만두면 건강보험이 없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근데 뭐가 문제라는 거야??

(음.. 맞는 말이긴 한데, 당신 직장에선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라는 프로젝트를 내주진 않겠죠...)

 

(빈 라덴을 쏜 것은) 나이스 샷이었어!
근데 4년을 못 채우고 그만 둔 건 잘못했네!

 

당신이 국가를 위해 한 일에 감사합니다.
당신은 영웅이예요!
그런데 원칙은 원칙이죠.

 

군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20년!!

 

역사적 공을 세운 사람이니만큼 더 우대해줘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원칙은 원칙이라는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군인으로서 국가를 위해 한 일에는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특혜를 줄 수는 없다고 말이죠.
심지어 이렇게 "징징대는" 군인이 애초에 어떻게 최정예 Navy SEAL이 될 수 있었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혹은 큰 돈을 노리고 언론에 운을 띄워보는 거라는 음모론도 있었구요. ^^;;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피식 웃었던 댓글은 따로 있습니다.
22847개나 되는 전체 댓글 중, 가장 많은 찬성표 (10641)를 얻은 최고 인기 코멘트였는데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군인들이 20년을 일해야 연금과 혜택을 받는 실정인데,
국회의원들은 겨우 한번만 의원직을 수행하고도 평생 연금과 혜택을 받는다는 게 말이 돼??!!

 

어느 나라든지 그 어떤 이슈의 기사 밑에도 국회의원/정치인들을 욕하는 댓글은 빠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보고있나  정치인들???

 

저도 댓글을 쓴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럭 운전수 자리를 알아봐주겠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군인도 사람인 이상 서운한 마음이 든 것도 당연한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미정부에서 푸대접을 받았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건 아니구요. 이 사람도 VA benefits 라고 해서 참전용사들에게 국가에서 주는 Veterans 혜택은 다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20년 만기 퇴역한 군인들만 받을 수 있는 평생 연금과 건강보험을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 뿐이죠. 그런데 아마도 이 사람은 자신의 공을 생각하면 만기 퇴역에서 4년이 모자랐더라도 그 정도는 해줬어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