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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빌 게이츠의 무례함(?)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

by 이방인 씨 2013. 4. 25.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빌 게이츠가 무례를 범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파다하더군요.
한국에서 이슈가 되었기 때문인지 abc news NPR을 비롯한 미국 미디어에서도 그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저는 빌 게이츠가 한국에 간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미국 기사를 읽고 알게 되었네요.
함께 실린 사진을 보니 그의 악수법은 지나치게 캐쥬얼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식 예절을 따르자면 한 나라의 대통령씩이나 되는 분과 악수할 때 저렇게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행동은 용납하기 힘들죠.
한국과 다른 문화권 출신이니 두손 악수까지는 바라지 않았다고 해도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양새는 한국인들을 제법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빌 게이츠 본인이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같은 미국인들은 빌 게이츠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았을까요?
그들도 그가 무례를 범했다고 생각할까요?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 보니 두 가지 의견으로 좁혀 지네요.

 

첫번째 - 캐쥬얼하긴 했지만 무례는 아니다

Atlantic Wire에 실린 기사를 보면 첫머리에 이런 요지의 문장이 나옵니다.

'한국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우리는 빌 게이츠의 악수 방법이 이상하다고 생각지도 못했다.'

즉, 미국인들은 빌 게이츠의 악수법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거죠.
빌 게이츠는 역시 핫 이슈가 되는 인물이다 보니 기사 밑에 달린 댓글이 어마어마해서 끝까지 다 읽어볼 수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이게 논란이 됐다고? 사람들이 악수하는 방법은 다 제각각이야... 적어도 미국에서는.
난 솔직히 그가 일부러 그런 것 같지 않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방문하는 모든 곳의 에티켓을 알기란 쉽지 않을 거야.
난 그가 무례를 범할 의도가 없었다고 확신해.

 

 아마 정치인이었다면 이런 문화적 차이를 더 잘 인식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미국에서는 눈 맞춤이나 얼굴 표정에 더 신경을 쓰잖아.
이 사진을 보면 빌은 굉장히 잘하고 있는 걸.

 

 난 국제 매너를 꽤 잘 아는 편이지만 한국에서는 두손으로 악수하는 것이 좋다는 걸 전혀 몰랐어.
아마 나도 그렇게 했을 걸 (한손으로 악수하는 것) 그래도 주머니에 손을 넣지는 않았겠지만.
미국은 옷차림이나 매너에 있어서 지나치게 캐쥬얼해졌어.
그러니 일부러 그런 건 아닐거야.
그는 아마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거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리라 여겼겠지.

 

빌의 태도를 좀 봐. 무례함이 아니라 호감과 친밀감이 느껴지잖아.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보면 미국인들이 지나치게 캐쥬얼하다는데 저도 100% 동의하는 바입니다.
아주 좋은 예가 바로 어제 신문에 실렸는데요.
보스턴 폭탄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 내외의 모습입니다.

 

대통령과 First Lady 모두 침통한 얼굴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다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것 보이시죠?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이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몸가짐 예법이 엄격한 다른 문화권에서라면
대통령 내외가 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이런 모양새로 앉아 있었다가는 질타받기 딱 좋았겠죠?

 

이런 예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빌이 캐쥬얼한 감이 있었지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외국 문화를 잘 숙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할 수 있지만 무례한 것은 아니었다고들 하더군요.
아무래도 다른 문화권에 가면 누구나 이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겠죠.

 

두번째 - 빌 게이츠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빌 게이츠를 좋아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어마어마하게 관대한 자선사업가라는데 있죠.
전 세계적으로 1조원 이상 기부한 사람이 19명 뿐이라는데 빌 게이츠는 그간 누적 기부액 31조원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참고로 그 19중 13명이 미국인이며 단 1명을 제외한 18명이 자수성가 재산가라고 합니다.

천문학적인 재산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거액을 기부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빌과 그의 부인 멜린다는 1994년에 Bill & Melinda Gates 재단을 설립한 이래 꾸준히 자선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꽤 수줍음을 타는 빌 게이츠 성격 또한 미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종종 비교의 대상이 되는 스티브 잡스가 호전적이고 과시하기 좋아하는 일면을 가지고 있었다면, 빌 게이츠는 늘 조용하고 한 우물만 파는 '수줍은 컴퓨터쟁이' 라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그의 악수법을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오래전에 한 모임에서 빌 게이츠 옆자리에 앉았던 적이 있어.
그 때 빌은 나는 물론이고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어.
공통의 친구가 말해 줬는데 "그게 바로 빌" 이라더군.
그는 일부러 무례하게 군 게 아니야.
그는 사교적 매너를 굉장히 어색해하고 컴퓨터 일을 하는 것에 훨씬 편안함을 느끼지.
빌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거나 일부러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게 아니야.

 

 별로 잘못된 행동이 아니야. 게이츠는 수줍음을 많이 타거든.
그냥 좀 내버려 둬라.

 

나는 항상 빌이 사교적으로 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어.
하지만 천재들이 대부분 그렇잖아?

그는 매년 거액을 기부하고, 장학금을 주고, 연구 기금을 내는 사람이야.
나는 그가 일부러 무례하게 군 것이 아니라고 확신해. 그러니 좀 봐 줘.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그의 악수 습관이 그렇다고 합니다.
그 증거로 미국 언론이 제시한 사진들을 한번 보시죠.

 

 

 

 

언제 누구를 만나도 한결 같죠?

 

혹자들은 그가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이런 습관이 들은 것이라고 해석하네요.

 

 나도 왼손잡이라서 왜 그러는지 알 것도 같아.
우리는 자연스럽게 왼손이 먼저 나가거든.
그래서 상대방에게 오른손을 내미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왼손은 주머니에 넣는 거지.

 

그가 왼손잡이기 때문에 왼손이 튀어나갈까 봐 이런 버릇이 생긴 거 아닐까?
사람들 너무 까다롭게 구네...

 

진실은 빌 게이츠만이 알테니 각자 나름대로 받아들일 일이겠지만 제 생각에도 그의 얼굴 표정이나 기타 제스쳐를 보면 거만함이나 무례함에서 비롯된 건 아닌 듯 싶습니다.
미국 언론에 소개돼서 이 일을 알게 된 미국인들도 자신들에게는 낯선 반응에 조금 당황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구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인터넷 세계 어디에나 있는 막말자들의 댓글은 의견에 종합하지 않았습니다. 두서 없이 한국을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빌 게이츠를 욕하는 사람도 있었고, 둘 다 욕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에휴~ 요즘 세상에 국경이 없는 건 사랑이 아니라 대책 없는 키보드 워리어들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수 많은 댓글 중 저를 가장 즐겁게 했던 것은 바로 이겁니다.

진짜 무례한 건 윈도우즈 8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