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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대통령 문서를 일반에 공개하는 미국의 독특한 전통방식

by 이방인 씨 2013. 4. 26.

오늘 아침 인터넷 뉴스를 읽다가 흔치 않은 사진을 한 장 보았습니다.
썩 좋은 그림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희소가치는 있겠더군요.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H. 부시, 지미 카터까지
생존해 있는 미국의 대통령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네요.

이 와중에 눈에 띄는 조지 H. 부시의 '혼자만의 회색 양복과 분홍 양말'
완전 강남스타일 젠틀맨이신데??

 

이 5명의 대통령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 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이기에 이런 공식적 모임이 있었던 걸까요?
뒤에는 미국 국기가 꽂혀있고 제복을 차려 입은 군악대도 보이는 걸 보니 국가적 행사임은 분명한데 말이죠.
조금 더 멀리서 찍은 다음 사진을 보면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서 있는 건물 정면에 커다랗게 써 있죠?

George W. Bush Presidential Library
조지 W 부시 대통령 도서관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하고 나면 임기 동안의 행정 문서들을 보관하기 위한 도서관을 세웁니다.
미국 대통령들만의 이 전통은 1939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그의 사적 공적 문서를 모두 미 정부에 기증하면서 생겨났습니다.
루즈벨즈는 대통령의 문서는 국가의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며 국민들이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네요.
그 후 그의 친구들이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여 이 문서들을 보관할 도서관을 세우는 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했고 뉴욕 Hyde Park에 루즈벨트 대통령 도서관이 세워졌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 이전에도 위싱턴, 링컨, 그랜트 등등 9명의 대통령의 이름으로 문서 보관용 도서관이 세워졌지만 이들은 연방정부 산하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955년에 미 의회는 Presidential Libraries Act 법을 발효시켰는데 이는 퇴임한 대통령이 자신의 문서 보관용 도서관을 건립하면 관리는 연방 정부가 맡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단 건립만 하면 관리·유지는 국가에서 책임질테니 문서를 정부에 기증하고 일반에 공개하라고 장려하기 위한 법이죠.

모든 대통령에게 도서관 건립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루즈벨트 이후 11명의 대통령 중 단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자신들의 도서관을 건립했습니다.
본래 취지가 좋은데다가 다른 대통령들은 다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으면 자존심 상하기도 할테니 당연하게 세우는 거겠죠. ^^

법이 정한대로 관리는 나라에서 세금으로 해 주지만 건립은 알아서들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통령 도서관 건립 재단을 만들어 기금을 모금하여 (어찌됐든 나라돈은 아니니까 사비로) 세웁니다.
조지 W. 부시도 George W. Bush Presidential Library Foundation에서 모금한 돈으로 건립했네요.

도서관을 어디에 세우느냐도 본인 의사에 달렸지만 대부분 본인들의 출신 주를 선택하더라구요.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생존해 있는 대통령들의 도서관들 모두 그들의 고향에 있습니다.


 

조지아 출신인 지미 카터는 애틀랜타에 도서관과 박물관까지 합친
Carter Presidential Center를 가지고 있습니다.

 

텍사스 출신 조지 H. 부시는 Texas College Station에 세웠네요.


빌 클린턴 역시 고향인 알칸서스에 굉장히 현대적인 디자인의 도서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연방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13개의 대통령 도서관에는 40억장의 서류와 1억장의 사진, 5,000km에 달하는 영상 필름, 10만 시간의 오디오 디스크, 50만점의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극비 자료들은 제외됐겠지만 그래도 일반 국민들이 백악관의 자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 아니겠습니까.
몇년 후면 오바마 대통령도 아마도 하와이에(?) 도서관을 세우고 있겠지요. ^^


여담이지만 이번 조지 W. 부시 대통령 개관식 관련 기사를 보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축하연설을 한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W. 부시를 "Good man" 이라고 부르며 그의 업적을 칭찬한데다가, 조지 H. 부시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던 빌 클린턴은 자신이 부시 가문과 얼마나 절친한 관계인지를 강조했다네요.


웃기시네 허이구야~ 물론 좋은 날이기도 하고, 본심보다 제스쳐가 중요한 직업이 정치인이라지만...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덕분에 저는 아침부터 코웃음이 마구 나와서 코가 뻥 뚫렸네요. ㅋㅋ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