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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재미교포 2세가 한인 가정이 미국 가정과 다르다고 느낄 때

by 이방인 씨 2013. 7. 5.

꽤 많은 분들이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 2세라고 하면 미국인과 진배없을 거라 생각하시는데 제가 실제로 본 바로는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이더라구요.
L.A나 뉴욕의 한인타운에 사는 교포들은 한국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생활한다는 말, 여러분도 들어 보셨죠?
심지어 L.A는 서울시 나성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니까요.
그런 곳에서 태어난 2세들은 평생 미국에서 살아도 한국 문화를 간직한 채 살게 되겠죠.
반면 같은 한인 교포를 찾기 힘든 곳에서 태어난 2세들은 자연스레 미국 문화로 기울 수 밖에 없을 테구요.

여러번 언급했지만 제게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촌동생이 4명 있습니다.
모두 20대 청년들인데 그 중 2명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완벽한 2세들이고, 나머지 둘은 초등학생 때 이민 온 2세에 가까운 1.5세들이죠.
미국에서 태어난 동생들은 여름방학 때 한국을 딱 한번 방문해 본 것이 다일 정도지만 여러분들이 들으면 놀라실 정도의 한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휘, 억양, 발음 모두 교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능숙하고 한 가지 약점이라면 읽고 쓰는 것이 서툴다는 것 뿐입니다.
특별히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에 워낙 친척들이 많다 보니까 일생을 한국 가정에서 한국말 쓰며, 한국음식 먹고, 틈만 나면 한국 사촌들과 놀고, 할머니 할아버지랑 생활하다 보니 한국 아이들이 한국말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레 말을 익힌 거죠.

 

 

외국에서 살아 보니 어느 민족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언어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사촌들도 집에서 쓰는 말과 먹는 음식 덕분에 자신들이 American이 아니라 Korean-American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하는 것 같더라구요.
(교포의 정체성 문제는 개개인에 달린 일이기 때문에 교포들 중에도 자신은 Korean이다, Korean-American이다, American이다, 이렇게 갈리는 편이랍니다.)
오죽하면 제 사촌동생은 평생 된장찌개를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결혼은 꼭 한국 여자랑 해야 한다고 열두살 때부터! 말해 왔답니다.

열두살 때부터 벌써 결혼 생각을 하고 있다니... 상남자!  슈퍼맨


이렇게 자란 아이들도 사춘기가 되면 당연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됩니다.
집에서는 무조건 100% 한국인이지만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밖에서는 영어를 쓰고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맥도널드 먹고 다니니까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낼 때는 조금 예민해지는 것 같더니 지금은 다시 Happy Merry Korean-American으로 돌아와 잘 살고 있지요. ^^
이런 사촌동생들이 미국 친구들의 가정과 자신의 가정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 문화의 특징이 있답니다.
진지해지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오늘은 아이들이 장난스레 말한 깨알 같은 것들만 알려 드릴게요.



1. 우리 엄마랑 할머니, 이모, 고모, 심지어 친구 엄마까지
 머리 모양이 다 비슷해요!

그렇습니다.
한국 출신 어머니들은 미국에 오셔도 '파마 머리'를 멈추지 않으십니다.
모발 길이를 짧게 유지하면서 강하게 컬을 넣는 일명 '아줌마 파마' 말입니다.
그 머리를 하지 않으면 부녀회에서 왕따라도 당하시는 걸까요? ??


또 굳이 파마를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한국 부인들은 긴머리보다는 짧은 단발이나 커트 머리를 선호하시잖아요.
미국 여성들에게는 연령대에 맞춘 특징적 헤어스타일이 없기 때문에 한국 부인들의 통일성을 갖춘 헤어스타일이 교포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Korean Style'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2. 평상시에도 냉장고가 터질 지경이예요!

왜냐구요?
한국 음식에는 '반찬'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한국식 가정 백반을 먹을 때 밥과 국을 제외하고도 밑반찬이 굉장히 많잖아요.
반찬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는 밥을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음식이지만 요리 한가지와 side dish 한두개쯤이면 식탁이 완성되는 미국인들 눈에는 한 끼에 너무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 보이나 봐요.

예전에 저도 미국인 아저씨에게 반찬에 얽힌 웃긴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아내가 중국인이었는데 한식을 좋아해서 한식집에 자주 갔었다고 해요.
고기 좋아하는 미국인이라 처음 간 날 불고기 백반을 시킨 모양인데 주문하자마자 밥과 음식이 담긴 하얀 접시들이 잔뜩 나오길래 열심히 먹고 났더니 그제서야 고기가 나오더라는 거죠.
저한테 말씀하시길 그 작은 접시들에 담겨 나오는 side dish들만 먹어도 충분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제 사촌동생들도 집에서 늘 보던 반찬으로 꽉 찬 냉장고를 당연하게 여기다가 미국 친구들 집에 놀러가서 문화충격을 받은 모양이예요.

헉이럴 수가...! 세상에는 빈 공간이 있는 냉장고도 존재하고 있었어...

저도 본 적이 있지만 미국인들의 냉장고는 꽉 차 있는 집이라고 해도 음료수나 우유, 요거트, 치즈 등등이 들어가 있지 바로 먹을 수 있는 완성된 요리가 상주하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먹다 남은 건 넣어 놓지만요.)


3. 때밀이는 신성한 것!

결벽증이라 할 정도로 깨끗한 이모 밑에서 자란 제 사촌동생은 때미는 습관까지 완벽히 한국인이랍니다.
미국인들처럼 가벼운 bath towel이나 brush로 미는 것이 아니라 교포들 가정에도 집집마다 구비된 이태리 타올로 밀어야 하죠.
어릴 때부터 그렇게 목욕을 시켰더니 정기적으로 때를 밀지 않으면 몸이 굉장히 더럽다고 느끼는 모양이예요.
같은 스포츠팀에 있는 미국인 친구들 몸을 밀어보면 하루종일 때가 나올 거라며 더럽다고 하는 걸 보니 때밀이는 2세들에게도 신성한 습관인 것 같습니다.


4. 과일을 특히 즐겨 먹어요!

이건 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는데요.
미국인들은 우리처럼 매번 식후 과일을 먹지는 않습니다.
이들에게 후식이란 쿠키나 파이 혹은 아이스크림 같은 디저트이기 때문에 과일을 생각보다 자주 먹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밥 먹고 나면 거의 대부분 과일 한가지씩은 후식으로 먹잖아요.
사과, 배, 오렌지, 복숭아, 포도, 참외, 수박, 멜론, 딸기, 키위, 감까지 제가 지금 얼핏 생각해 본 것 뿐인데도 이렇게 많은 종류의 과일을 철따라 1년 내내 먹고 살지 않습니까.

미국인들도 신선한 제철 과일을 많이 먹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자주, 많이 먹지는 않습니다.
오죽하면 수박은 여름에 바베큐 파티할 때 많이 먹는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특별한 일로 모일 때 과일을 준비한다는 사람들도 있구요.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미국인들은 과일을 먹을 때도 무언가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과일은 과당 때문에 이미 충분히 단맛이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그냥 과일만 먹지만 미쿡인들은 역시 다릅니다.

 

(blisstree.com)

Fruit Dip이라고 해서 엄청 단 소스를 만들어서 과일을 찍어 먹는 걸 좋아해요.
마켓에 가면 뚜껑만 열어 먹을 수 있도록 파는 Fruit Tray가 많은데 거의 대부분 Dip까지 들어 있죠.

암튼 살 찌는 일이라면 과연 미쿡이

天 下 굿보이



자, 이상 네 가지가 재미교포 2세가 말한 미국 가정과 한인 가정의 깨알 같은 다른 점이었는데요.
여러분에게는 너무 당연하게 들리죠? ^^

불타는 금요일, 뜨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