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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재미교포 미국 서민이 간략하게 정리한 미국연방정부 폐쇄

by 이방인 씨 2013. 10. 3.

요즘 한국에도 '미 연방정부 폐쇄' 뉴스가 많이 나는 모양이죠?
제 블로그에도 이에 관한 질문을 하는 방문객들이 계신 걸 보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미 연방정부폐쇄의 원인과 과정 및 영향을 간략히 설명해드릴까 합니다.

 

연방정부는 왜 문을 닫는 거예요?

초간단하게 말해서, 이번 연방정부 폐쇄는 의회가 데드라인인 9월 30일까지도 국가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미국 의회의 핵심 권한은 국가예산안 처결입니다.
의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미 정부의 거의 모든 기능이 일시정지된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연방정부 폐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몇 가지가 있는데 사회보장연금, 공항관제탑, 군인들의 월급 등입니다.
아 참, 그리고 의.회.의 월.급.도. 그.대.로. 지.급.됩.니.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이름을 앞세워 지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느라 무슨 짓을 해도 자기들은 해를 입지 않는다는 말씀! 암튼 세계 어디든 정치인들의 진상짓이란...

 

연초나 연말도 아니고 왜 하필 9월에 예산안 문제가 벌어졌나요?

미 정부의 회계 연도는 10월 1일에 시작해서 이듬해 9월 30일에 끝납니다.


예산안 처결이 중지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 하원에서는 오바마케어 관련 재정원조를 철회하기를 주장하고 있고 미 상원에서는 절대불가를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충설명을 하자면 현재 미국의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상원은 여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오바마케어는 이름처럼 오바마와 민주당이 숙원사업으로 여기는 국민건강보험개혁인데 야당이 이것을 훼방놓는 것이죠.


오바마케어는 예산안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사실 국가예산안은 오바마케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협상 카드'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죠.
텍사스 주의 상원의원인 Ted Cruz의 주도 아래, 몇몇 공화당 의원들이 오바마케어는 미국에 해만 끼칠 뿐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가예산안 부결이라는 강수를 둔 거죠.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화당 측에서 오바마케어의 실행을 막기 위해 국가예산안 부결을 무기 삼아 대통령을 협박하고 있는 거랍니다.

참고로 얼마전 설문조사 결과, 미국 국민의 약 74%는연방정부 폐쇄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럼에도 의회가 뜻을 꺾지 않은 것을 보면 (매우 자랑스럽게도 자기들의 월급은 꼬박꼬박 받으며)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는 이미 오~래전에 링컨과 함께 무덤으로 들어간 모양입니다.


오바마케어가 도대체 무엇인가요?

오바마케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는 이 국민건강보험개혁법의 정식 이름은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PPACA)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환자 보호 및 감당할 수 있는 의료수가 정립을 위한 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법은 전 미국민에게 의료보험가입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국민의료보험을 관리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민간기업들이 의료보험사업을 하고 보험가입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었습니다.
오바마케어는 이를 국가보험체제로 전환하여 돈이 없어서 민간의료보험을 들지 못 하는 서민층에게 정부와 기업이 비용을 분담하여 보험 혜택을 주고, 높은 의료수가를 낮춰 민생고를 덜기 위한 민주당의 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21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부터 빌 클린턴 태통령까지 서민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선된 대통령들이 모두 시도했지만 공화당의 집요한 반대로 번번히 무산되었습니다.
하여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초기부터 이 건강보험법 개혁을 필생의 과업이라 천명하고 강한 의지를 보였죠.
그리하여 정말이지 천신만고 끝에 이 개혁안이 통과되어 올 10월부터 2014년 국가의료보험 가입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공화당은 이번에도 국가예산안 부결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오바마케어를 저지하려는 중입니다.

오바마케어의 핵심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가구당 가족수와 소득을 기준으로 정부가 보험금을 차등 지원한다. 연소득 $23,350 ~ $94,200 사이의 4인 가족은 오바마케어 혜택의 대상이 되어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연소득 $23,350 미만의 가구는 오바마케어 대신 저소득층 공공의료보험 (Medicaid) 대상자이며 연소득 $94,200 이상은 정부보조를 받지 않는다. 오바마케어 대상자 중 보험미가입자는 1인당 연소득의 1% 혹은 $95불의 벌금 중 많은 쪽을 내야 한다.

2. 정규직 근로자를 5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는 의무적으로 전 직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직원 1명당 2~3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오바마케어 반대파의 주장은 무엇인가요?

이 세계가 유토피아가 아닌 이상, 오바마케어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미국 인구의 15%를 차지하는 무보험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고, 민간보험사들의 돈벌이 때문에 천정부지로 오른 의료수가 절감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파들의 주장에도 근거는 있습니다.

1. 국가가 국민에게 보험가입을 강제하는 것은 미국처럼 극도의 자유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거죠.

2. 굳이 이 개혁안으로 혜택을 받을 필요가 없는 부자들과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 어중간한 계층들은 오바마케어를 지탱하기 위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당함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하는 고용주들에게도 달가울 리가 없죠.
그러니까 여유있는 사람더러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조금 양보? 희생? 하라는 건데... "내가 왜 그래야 하냐며"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3. 전 국민의 의료보험을 국가가 관리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국가재정에 만만치 않은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재정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 지지자들은, 시행초기에는 통증을 겪을 것이나 장기적 계산으로는 결국 의료수가의 엄청난 거품이 빠지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반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냐는 불평을 터트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럼 지금처럼 불꽃싸다구를 날리고 싶을 만큼 높은 의료수가와 민간보험사들의 횡포를 언제까지 참고 있어야 된다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올 초에 제 사촌동생이 맹장수술을 했는데 병원에서 2천만 원이 넘는 청구서가 날아왔어요.)


연방정부 폐쇄라는 사태가 전에도 일어난 적이 있나요?

있습니다.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약 21일 동안 shutdown이 있었답니다.


이번 셧다운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경제적 영향은 폐쇄기간에 달려 있습니다.
며칠 안에 해결된다면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나 3-4주간 지속된다면 경제적 피해액이 최대 $55 빌리언 (약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무디스의 경제분석가가 밝혔습니다.


과연 공화당의 이런 극단적 방법이 오바마케어를 중지시킬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10월 1일을 기해 오바마케어는 정식 발효되었고 2014년 보험 가입신청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타협점을 찾기 위해 의회의 리더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습니다.
약속시간은 미국 날짜로 바로 오늘 정오니까 지금쯤 열띤 토론을 하고 있겠네요...??
이 만남으로 무엇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늘은 미국 정세에 관심없는 분이라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워낙 핫이슈다보니 미국 생활기 공유를 표방하고 있는 블로그에서 계속 모른척 할 수가 없어서요.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미리 밝혔다시피 이 글은 제가 현지 뉴스나 언론을 통해 아는 선에서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입니다. 정치적 토론을 할 목적으로 쓴 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