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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적응하기까지 어색해서 입만 웃고 눈은 못 웃었던 미국 문화

by 이방인 씨 2013. 10. 10.

외국생활을 앞둔 분들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라면 아마도 이거겠죠.

'가서 말이 잘 통할까...?'

그런데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언어보다 오히려 문화의 장벽이 더 높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한국에서 영어를 충분히 잘 배워서 온 사람도 미국에 오면 말로는 이해할 수 없는 Culture Shock을 받게 되니까요.
제게도 그런 순간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습니다.
오늘은 그 별들 중 하나를 따서 여러분께 보여 드릴게요.

 


(시트콤 Friends 중에서)

로스가 레이첼에서 새로운 여자친구를 소개하는 장면입니다.

 

제가 느낀 미국인들의 민족적 특성을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겠습니다.

 Friendly and Casual 

둘 다 호감가는 성질이죠?
그런데 가끔 그 앞에 단어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어집니다.

OVERLY Friendly and Casual

너무 과할 때가 있다는 말이죠.

미국인들에게 친구를 소개받을 때 간혹 그런 느낌이 들곤 한답니다.
이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의 두 사람을 소개해 줄 때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여러분 혹시 미드나 영화에서 이런 장면 보신 적 없으세요?

Scene #1

크리스와 앤드류는 학교 친구인데 식당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이 때 멀리서 크리스의 동네 친구 다니엘이 우연히 지나가다 크리스를 보고 다가온다.
(앤드류와 다니엘은 한 번도 서로 본 적이 없다.)

Scene #2

다니엘이 크리스에게 다가와 인사하자 크리스가 두 친구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소개한다.

앤드류 다니엘, 다니엘 앤드류

처음 만나는 두 사람을 소개할 때 가타부타 설명없이 그냥 이름만 알려주는 매우 캐쥬얼한 방식이죠.
제가 처음 이런 소개를 당했을 때 매우, 무척, 몹시 당황했었답니다.


 그래, 난생 처음 본 저 사람의 이름이 스테이시라는 거지?
그런데 날더러 어쩌라는 거냐...


일단은 조건반사로 Hi~ Nice to meet you! 하고 어색하게 입꼬리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죠.
물론 다행히도 스테이시는 금세 다른 곳으로 사라졌고 그 이후로 다시 만난 적이 없습니다.
미국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이렇게 이름만 간단하게 소개받고 평생 다시 만날 일이 없을 듯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네요.
미국에는 일부러 서로 소개시켜 주려고 만나는 친구가 아니라 우연이라도 마주치게 되는 사람은 다 소개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죠.
굳이 저를 소개시킬 필요가 없을 듯한 상황에서도, 반대로 굳이 상대방을 소개할 필요까지 없을 것 같을 때도 정신을 차리면 어느샌가 Hi~ Nice to meet you! 하고 있더라구요.

한국에서는 아주 잠시 스쳐지나는, 서로 모르는 사람 두 명을 이름 불러가며 소개하지는 않잖아요?
우연히 공동의 지인과 함께 있다가 마주친 사이라면 목례 정도를 주고 받고 다시 가던 길을 가겠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겨우 10-15초 정도 같은 공간에 있게 될 사람을 소개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5초 후에 헤어지고 나면 평생 안 볼 확률이 더 높은 그런 사람들을요.
하기야 그냥 길 가다 마주치는 사람과도 하하호호 깔깔낄낄 실~컷 수다떠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문화니까 그들에겐 별 일도 아니겠죠.
심지어 이혼한 前배우자나 헤어진 연인을 My Ex - 라며 휘파람이라도 부는 양, 산뜻하게 소개할 때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답니다.

제가 소개를 받는 입장일 때도 그랬지만 제가 소개를 해 줄 때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더라구요.
모두를 소개하는 게 미국식 매너라는 걸 알았으니 똑같이 해야 되는데 처음엔 거침없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제가 양측 공동의 친구이고 서로 모르는 둘을 소개시킬 때 미국인인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제가 머뭇거리게 되더란 말이죠.
저는 OOO → XXX, XXX → OOO 하는 초간단 소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을 조금 더 길게 늘이는 기본형 소개를 했었습니다.

"여긴 내가 어디서 만나 알게 된 OOO이야, 그리고 여기 XXX는 이런 이런 친구야."

그리고 나면 둘은 악수를 하던가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데 오히려 중간에 낀 제가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있지 뭐예요.
하지만 뭐든 처음이 제일 어렵다고 하던가요?
시간이 흘러 차츰 적응이 되자 왜 미국인들이 간단히 이름만 알려주는지 알겠더라구요.


길게 말하기도 귀찮아요.


일부러 소개시키려고 불러낸 친구가 아니라 우연히 마주친 것 뿐이라면 둘은 어차피 다시 만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저 소개시키는 것이 예의이고 매너기 때문에 옛날 노래처럼 "스치듯 안녕"하고 마는 거니까 그다지 열정을 가지고 소개할 필요는 없는 거죠.
하지만 그 두 친구가 남과 여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두 명의 친구를 서로에게 소개시키고, 그 둘이 사랑에 빠지는 것을 지켜봐라.

그리고 너는...

영원히 외톨이

 

그러길래 누가 그렇게 헤프게 소개하고 다니래?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