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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일본인 친구에게 사과해야했던 말 한마디

by 이방인 씨 2012. 9. 4.

오늘은 미국 이야기가 아니라 저에게 의문을 남긴 일본인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저보다 한 2년 먼저 이민을 온 일본인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네이티브 미국인들과 미국에서 태어난 2세 이민자들 사이에서 그 친구와 저는 같은 처지였던지라 금새 친해졌습니다.

Shoko 라는 이름의 그 친구는 일본에서 중학교 다닐 때 배구부에 있었을 정도로 키도 크고 나이도 저보다 1살 많았죠.
일본 여성들 특유의 얼굴 화장과 네일아트를 미국에서도 고수하고 있어서 겉모습은 화려했습니다.
저는 이민와서 시차적응 하자마자 바로 등교를 시작했기 때문에 영어도 잘 못하고 모든 것이 낯설어 쭈뼛쭈뼛 눈만 굴리고 있었는데, 쇼코가 먼저 다가와서 친절히 말을 걸어주고 자기랑 같은 테이블에 앉자고 해줘서 정말 고마웠죠!
아마 본인이 처음 학교 왔을 때가 생각나서 그랬던 것 같아요.

어쨌든 그런 친절 덕분에 그 후로 쇼코와 자주 붙어다녔는데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생활에 적응하는 고충을 털어놓다가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원래 낯가림이 조금 있는 성격이라 네가 먼저 말 걸어줘서 정말 다행이었어.

 

그러자 쇼코도 말하네요.

 

나도 수줍음이 많아.

 

으음? 아무리봐도 쇼코는 수줍어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다가 미국에서는 낯 가리지 않는 성격이 좋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저는 쇼코를 칭찬할 요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냐~ 넌 수줍은 성격 아닌데?

 

그런데 갑자기 쇼코가 얼굴을 확 구기더니 정확히 이 말을 했습니다.

 

나도 수줍은 성격이야! 날 나쁘게 말 하지마!!

 

 

에? 순간 '내가 뭘 잘못했을까...?' 멍~ 하다가 '아마 일본에서는 수줍은 성격이 좋은 건가보다!' 하고 사과했죠.
다행히 쇼코는 뒷끝있는 성격은 아니었는지 다음날부터는 또 잘 지냈습니다.
그렇게 계속 친하게 지나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이지 쇼코는 수줍은 아이는 아니었어요. ^^;;

그래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궁금합니다.
일본에서는 정말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 더 좋다고 여기는지 말이죠.
특히 일본 여성들은 Shy 한 것이 매력이라는 말을 한다는 얘기를 얼핏 듣긴 했는데 확실히 모르겠네요.

그래~서!
여러분의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
혹시 여러분중에 일본 문화에 대해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댓글 부탁드려요~!

또한 한국에서 수줍은 성격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수줍음이 나쁘게 인식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수줍은 아이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고 부모님들이 개선해야 할 성격으로 여긴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저희 이모도 자녀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하는 걸 들었습니다.

 

어딜 가서 뭘 하든 당당하고 자신있게 말하고 행동해야 돼! 부끄러워하면 안돼!

 

 

솔직히 말하면 부끄러워하는 것이 뭘 그리 해서는 안되는 행동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모의 교육철학이니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내성적이니 외향적이니 하는 것은 아이마다 다른 특성이라고 믿거든요.
외향적 성향이 내성적 성향보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구요.
제 생각엔 외향성과 당당함은 동의어가 아니고, 마찬가지로 수줍음이 곧 자신감 결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인식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저는 오히려 아이의 성향을 억지로 고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