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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단신(短信)

우리 엄마는 참 미스테리하시기도 하지~

by 이방인 씨 2013. 12. 6.

지난 번에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심리라는 글을 썼었죠?
오늘은 그 2탄쯤 되려나요.
저희 어머니는 미스테리 투성이라 또 글을 쓰게 되네요.


첫번째 - 내 주머니 사정을 그렇게 생각해 주실 줄이야

두 달 전에 저희 어머님 생신이셨어요.
워낙 취향이 까다로운 분이시라 어차피 한 번은 교환할 각오를 하고 목걸이를 선물해 드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 마음에는 당연히 안 드셨나 봐요.


"딸내미~ 이거 너무 비싸다! 바꿔야지 안되겠다!"
no2

저는 괜찮다고 (실제로 그리 고가도 아니었구요.) 그냥 하시라고 말씀 드렸지만 어머니는 부득불 조금 더 저렴한 걸로 바꾸겠다고 하셨습니다.
어쨌든 어머니를 모시고 매장에 다시 갔죠.
그리고 어머니가 고르신 것은....

원래 제가 사 드렸던 것보다 $200불이나 비싼 목걸이였습니다.

??

아~ 정말 모르겠다.
내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 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을...



두번째 - 내 취향을 그렇게 신경써 주실 줄이야

예전에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바깥 나들이를 가셨다가 돌아오시는 길에 outlet에 들르신 모양입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딸내미 지갑을 하나 사 줘야겠다"고 하셔서 아버지가 계산을 하셨더라구요.
그리하여 어머니가 제게 내미신 지갑은...

제가 제일 싫어하지만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빨간색!
게다가 저는 안 쓰지만 어머니가 선호하시는 장지갑!

아버지는 "네 엄마가 너 준다고 지갑 산다더라~"하셨지만 저는 단박에 "이건 완전히 내 취향이 아닌데?"하며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어머 얘, 왜에~? 이거 예쁘잖아!"

"예쁘니까 엄마 쓰세요."

"얘, 이거 내가 쓰려고 산 거 아냐~ 너 줄려고 산 건데 네가 싫다고 하면 어떡해?"

"그럼 환불하세요."

"아이~ 뭐 또 환불을 해..."

하여 지갑은 어머니 핸드백으로 들어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세번째 -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될 줄이야

작년 제 생일에 어머님은 선물이라며 검정색 핸드백을 사 오셨어요.
평소 제 옷차림을 조.금.만.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제게 선물하지 않을 디자인과 크기의 백이었습니다.
고장난 레코드처럼 이런 대화가 또 다시 반복되었습니다.

"엄마 쓰세요."

"어머 얘, 왜에~ 이거 예쁘잖아!"

"그러니까 엄마 쓰세요."

"너 주려고 산 거야!"

"네네, 마음만 받을 게요. 엄마 쓰세요."

"엄마는 있는 백도 안 드는데 무슨~"

"그럼 환불하세요."

"아이~ 뭐 또 환불을 해..."


그리고 어느덧 1년의 세월이 흘러 얼마 전에 저는 또 생일을 맞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번에도 또 제 취향에는 말도 안되는 선물을 사다 주셨습니다.

"엄마 쓰세요."

"어머 얘, 왜에~ ~~~"

"환불하시거나 엄마 쓰세요."


데자부도 이쯤 반복되면 내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아.

담배2

이 빌어먹을 생일은 왜 매년 돌아오는 거야...


끝나지 않는 박여사의 미스테리, 오늘도 이 딸내미는 미궁 속으로 빠~져 듭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유후~


※ 문제는 어머니가 끝끝내 제 취향을 인정해 주시지 않는데 있답니다. 어머니와 저는 취향이 노골적으로 다른데 어머니는 제가 어머니 취향에 맞게 꾸미고 다니길 바라시거든요. 엄마 눈에는 그게 예뻐 보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