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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단신(短信)

살다 보니 내 입에서도 이런 소리가 나오는구나

by 이방인 씨 2013. 11. 15.

칠 전 제가 무심결에 속으로 한마디 내뱉고 쓴웃음을 지었답니다. 무슨 말을 했냐면요...

아놔~ 요즘 애들 진짜 왜 이러니?  

안습


학교 다닐 때 어른들이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시대가 다르니 사람도 변하는 거죠.' 했는데 세월이 흐르니 제 입에서도 그 소리가 기어이 나오네요. 아직 30대 초반이니 사회적 어른이라고 할 수 없는 위치지만 학생들보다는 어른 맞잖아요. ^^;; 요즘 한국 학생들이 그런 건지 제 블로그에 오는 학생들이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기적인 아이들이 왕왕 있네요. 매~우 자연스럽게 이기심을 발휘해서 오히려 '황당해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미국에 관한 글을 2년째 쓰고 있다 보니 글들이 제법 많아져 웹에서 "미국 문화" "미국 전통" 등으로 검색하면 제 블로그로 들어오는 수가 있나 봅니다. 숙제하려고 자료를 찾다가 발견해서 들어왔다는 학생들이 꽤 있어요. 미국 문화에 관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걸 보면 중학생 - 대학생 사이인 것 같구요. 상업적으로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 블로그나 카페에 게재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학교 숙제를 하겠다는데 못하게 할 이유가 없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학생들의 블로그 글 사용이나 조언요청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본분에 충실하여 숙제를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으며 궁금한 게 있어 질문을 하겠다는데 누가 막겠습니까.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놀랄만큼 '자기밖에 모르는'아이들이 있더라구요. 제 글들은 오른쪽 클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Copy and Paste로 쉽게 긁어갈 수가 없습니다. 만약 본문 내용을 숙제에 사용하고 싶다면 본인이 직접 타자를 쳐야겠죠. 그게 귀찮은 학생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숙제 때문에 내용은 필요한데 Copy and Paste를 할 수 없다고 "오른쪽 클릭도 못하게 하는 뭐 이딴 블로그가 다 있냐"며 짜증을 내는 학생도 있고 저더러 "숙제에 쓰고 싶으니 글의 본문과 사진자료까지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학생도 있더군요. 하지만 이 정도면 저는 선방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외국에 사시는 이웃 블로거 분께는 어떤 학생이 궁금한 걸 국제전화로 알려달라고 했다네요. 그 학생이 전화를 걸겠다는 게 아니라 그 블로거 분께 한국으로 국제전화를 걸어달라구요. ^^;;

처음에는 그런 말을 남긴 아이들은 아마도 나이가 어려서 뭘 모르겠거니 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이기적 성향이 나이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이미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거쳐 단체생활을 해 본 아이들인데도 그런 성향을 드러냈다면 그게 나이 먹는다고 크게 개선되는 건가요...? 


어휴~ 요즘 애들 정말 우리 때와도 또 다르구나.
어떻게 이렇게 자기 입장만이 중요할까?


여기까지 생각하고선 왠지 스스로에게 짜증이 나서 그만 두었습니다. 속좁은 늙은이마냥 "요즘 애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게 싫어서요. 넌지시 어머니께 "엄마 세대 분들도 우리 보면서 그런 생각했어? 요즘 애들하고 비교하면 아무리 봐도 우리가 훨~씬 나은데? ㅋㅋ" 했더니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요즘 아이들이 아니라 요즘 어른들 잘못이지.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르치는대로 자라기 마련이야."


어머니 말씀을 듣고 아이는 없지만 '나도 요즘 어른인가??' 하고 지레 겁먹었답니다. 잘 가르치고 키워야 할 아이가 없다는 게 얼마나 마음 가벼운 일인지 느꼈죠.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막중한 책임으로 어깨가 무거우시겠지만 힘내세요!
지구의 미래는 어벤저스가 아니라 부모님들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습니까! 

파이팅 홧팅2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 그런 건 절대 아니겠죠.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는 배려심과 예의를 아는 아이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