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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Colleges

미국 유학 - 진흙속의 진주, 한국에서 잘 모르는 알짜배기 명문대학들

이비 리그나 UC 같은 명문대학들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학교들이죠. 그러나 미국에는 대략 2천6백개의 대학들이 있다고 하니 아이비 리그 8개, UC 8개 캠퍼스를 빼고도 여전히 대략 2천6백개가 넘는 대학들이 있는 셈이죠. 오늘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명문으로 손꼽히는 Liberal Arts College (인문대학)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Liberal Arts College는 특정 대학의 이름이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어학 등을 중점으로 가르치는 인문대학이라는 뜻으로 UC 같은 대규모의 대학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립대학들은 엔지니어링이나 경영학 등의 향후 직업을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두는 반면, Liberal Arts College는 보다 학구적이고 "배움의 기본"을 지키는 교육이 주를 이룹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폭 넓은 학문을 쌓도록 하기 위해 전공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도록 유도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진짜 힘은 바로 이런 Libera Arts College에서 양성한 인재들에 있다고 할 정도로 "생각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학교들이랍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다닌 오레건주의 Reed College가 바로 Liberal Arts College 입니다. 리드 컬리지는 학생들을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숫자상의 학점이 없다고 합니다. 또한 전공이 따로 없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주제를 정해 공부할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이 학교에서 동양철학과 서예에 심취했다고 전해지며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애플의 디자인 감각은 그 시절의 공부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군요.

대부분의 Liberal Arts College의 재학생 수는 1500명 안팎으로 아기자기하고 친근한 분위기에서 철저한 학문연구와 전인교육을 지향합니다. 또한 학생 대 교수의 비율, 재정 지원의 규모, 인턴쉽의 기회, 학내 클럽 활동 등이 거대 대학들보다 월등히 앞서 있습니다. 졸업 후에는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의대, 치대, 법대를 포함한 모든 대학원 진학이 가능합니다. 미국에는 현재 약 200개의 Libera Arts College 가 있는데 대부분 사립이고 오래된 역사를 자랑합니다. 사립이다 보니 연간 기부금도 액수가 많아, 재정이 튼튼하여 학비 지원도 원활하죠.

매년 US News And World Report가 선정하는 전미 우수 대학 순위에서 단골로 1위에 꼽히는 Williams College (메사추세츠)와Amherst (메사추세츠), Swarthmore  College (펜실베니아), Middlebury College (벌몬트) 등등이 모두 Liberal Arts 대학입니다. 이렇게 전미 대학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학들이니 만큼 당연히 입학은 아이비 리그만큼이나 어렵답니다.

오늘은 제가 있는 서부의 명문 Liberal Arts 학교, Pomona College 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LA에서 동쪽으로 35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포모나 컬리지는 앞서 말한 US 뉴스앤 월드 리포트에서 전미 순위 4위로 선정한 대학입니다. 1위-3위가 동부에 있는 대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부지역 최고의 Liberal Arts College라는 것이죠.

 


1887년 개교해서 1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포모나 컬리지는 전교생이 1560명에 불과합니다. 학생과 교수의 비율은 8 대 1로, 8명의 학생당 교수 1명이 있다니, 강의가 아니라 그룹과외 수준이라고 해도 되겠는 걸요. 한 강의당 수강 학생이 15명 안팎으로, 강의당 무려 800명씩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는 거대 종합대학들과 비교하면 교육의 질이 얼마나 훌륭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업을 마치고 교수 1명이 3-4명의 학생에게 점심을 사주며 토론을 하거나 수업의 연장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비용은 학교에서 전액 부담합니다.

포모나 컬리지는 Residential Campus를 추구하고 있는데 이는 학교와 주거지역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뜻으로 학교는 학생에게 주거시설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재학생중 98%가 4년 내내 학교에서 가까운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1-2학년이 지나면 기숙사에서 나와야 하는 UC 등의 종합대학 학생들이 매년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을 구하려고 전쟁을 벌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등한 조건이죠.

제가 가장 부러워한 또 하나의 특징은, 포모나 컬리지의 재학생에게는 1년 동안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지며 전체학생의 55%가 이런 기회를 활용해 다양한 해외 대학생활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총 45개의 전공과 650개의 강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학생수가 1500명인데 강좌가 650개) 문학, 철학, 수학, 화학, 심리학, 사회학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되는 학문들을 폭 넓게 공부할 수 있고 심지어 몇몇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묶어서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내 학교 측의 승인을 받은 경우까지 있다고 합니다.

포모나 컬리지 캠퍼스는 여름방학이면 개미 한 마리 다니지 않는데 이유는 바로 계절학기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는군요. 방학에는 인턴쉽이나 해외연수, 사회봉사나 여행 등으로 산 경험을 쌓고 견문을 넓혀야 한다는 학교 측의 교육철학 덕분으로, 방학을 이용한 학생들의 특별활동 역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포모나 컬리지의 2012학년도 합격자 통계를 보면 7457명이 지원해서 956명이 합격했으니, 합격률은 12.8%에 불과합니다. 합격자들의 평균 SAT 점수는 2220점의 상당한 고득점으로, 입학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하지만 입학심사에 고교시절 GPA는 전혀 포함되지 않으니 만큼 학생의 특별활동이나 학문에 대한 취미, 특히 사회공헌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장래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합니다.

연간 학비는 $39,250 (4천5백만 원)이고, 학교 측의 재정 지원을 받는 학생이 53%입니다. 지난 학기에만 학교측은 학비 지원금으로 355억을 지급했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포모나 컬리지는 지난 2008년 학비 대출을 모두 없앴습니다. 학자금 융자는 모두 장학금으로 대체되어, 이 학교 졸업생들은 모두 학자금 빚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제가 조사하면서 보니 '아...나도 이 대학 다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정도네요. 저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심층적으로 고려했더라면 Liberal Arts College로 진학하는 건데 하는 후회를 종종 하곤 합니다.

오늘 제가 이 Liberal Arts College를 콕 집어 소개하는 이유는 저에게 유학 관련 질문이나 상담을 하는 분들 중 백이면 백 전부 아이비 리그나 UC 같은, 누구에게나 알려진 명문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런 유명 종합대학에 가려는 이유가 분명하고 반드시 택하고 싶은 전공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좋지만 단순히 명문이기 때문에 가고 싶은 것 뿐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조심스레 조언해 봅니다. 참고로 8개 UC 캠퍼스의 경우, 중퇴하지 않고 졸업까지 하는 학생들의 4년내 졸업 비율은 55-70% 사이가 대부분입니다. 그나마 6년 걸려 졸업하는 비율도 90% 정도로, 나머지 10%는 졸업하는 데 6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만큼 학사관리가 엄격한데다가 학생수는 너무 많지만 교수들은 연구에 더 치중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조교의 도움만으로 학업을 따라가기 벅찬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교육의 질만을 따진다면, 특히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등을 공부하고 학자의 길을 선택하실 분들이라면 더욱 더 이런 Liberal Arts College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진검승부 2012.05.16 09:51 신고

    SKY 아니면 안되는 우리나라....아직 멀었습니다~~

    • 이방인 씨 2012.05.19 02:20 신고

      그러게요. 저는 사실 일류대를 선망하는 것 자체는 어찌보면 자연스런 욕망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일류대를 못 간 사람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풍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리 될려면 정말 갈 길이 아직 먼 것 같습니다.

  • genome 2012.05.16 12:25 신고

    포모나 컬리지 처음 알았는데, 질적으로 상당히 우수하다는 느낌이 강하고, 학생에 대한 교육 철학 또한 훌륭한 것 같습니다. 이런 좋은 곳이 있다니... 부럽지만 우리나라도 언젠간 언젠간 반드시 언젠가 저런 곳이 생겨나겠죠?

    • 이방인 씨 2012.05.19 02:22 신고

      요즘 한국에서는 중구난방으로 개교했던 대학들이 많이 없어지던 추세라죠? 그렇게 자정작용을 하다보면 언젠가 꼭 진정한 교육 시설을 역할을 하는 좋은 대학들도 생겨날거라고 믿어야겠죠? ^^

  • 음햐.. 2012.09.16 13:27

    서울대가 언제부터 서울대였다고.,,처음에는 방송통신대처럼 전국에 흩어져서 다 못살때 그나마 집에 돈좀 있다 싶으면 들어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