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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Colleges

교포가 본 어학연수생들의 희망과 좌절

by 이방인 씨 2012. 7. 28.

늘은 제목이 아주 드라마틱 하죠? 후후훗 한국에 계신 분들이라면 본인이 혹은 주변사람이 어학연수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요. 미국에서 십 여년을 살다보니 정말 많은 어학연수생 혹은 교환학생들을 만났답니다. 그런 분들을 처음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이겁니다.

"영어 어떻게 하면 빨리 배워요?"


물론 아주 바람직한 질문이자, 꼭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태도라고 할 수 있죠? ^-^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인 영어 단기완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이죠. 짧게는 겨우 3-4개월 안에 영어를 마스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오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바이

아~ 또 하나의 파릇파릇한 영혼이 헛된 희망을 품고 태평양을 건넜구나! 


물론 3개월 만에도 영어완전정복!을 이뤄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기초, 기본, 상급 회화를 이미 충분히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가능합니다.

한국에서 공부하신 것을 현지에서 실전 체험으로 더욱 가다듬기 위한 목적으로 오는 학생이라면 짧은 기간에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릴 수 있죠. 하지만 미국에 와서 영어회화 공부를 처음 시작한다거나 연수 오기전에 몇 개월 영어학원 다닌 것에 안심하고 있다가는 좌절만 가지고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저한테도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어학연수생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그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
미국에 오기만 하면 영어가 팍팍 늘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제 자리라 답답하기만 해요.
"


제 경험에 비춰보면 그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원어민 선생님이 계시는 회화학원을 6개월 다니다가 이민을 왔지만 처음 미국 학교에 등교한 날부터 무념무상을 경험했었죠. -.-;; 아무리 원어민 선생님이 가르쳐도, 학원에서 배우는 영어는 현지영어와는 세 가지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첫째 -
 속도가 다릅니다.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원어민 선생님은 '이 학생들은 비영어권 국가에서 나고 자랐으며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에 오는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죠. 때문에 평소에 말하는 속도보다 훨씬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게 됩니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한국어 단어를 가르쳐 줄 때 천천히 한 음절 한 음절 발음해 주는 것처럼요. 그런데 현지인들은 미리 말해주지 않으면 본인들의 평소 말하는 속도대로 속사포처럼 말한답니다.



둘째 - 사용하는 어휘가 다릅니다.


학원 선생님은 학생들의 수준을 봐 가며 적절한 난이도의 어휘를 사용하는 반면, 현지인들은 평소 네이티브 스피커들끼리 쓰는 어휘를 쓰기 때문이죠. 실제로 한국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단어를 쓰는 미국인 때문에 진땀 났었다는 어학연수생들이 종종 있답니다.



셋째 - 표현이 다릅니다.


학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영어는 아무래도 문법에 맞고 비교적 격식있는 표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현지인들, 특히 어학연수생들이 만나게 되는 어린 학생들은 한국의 젊은 세대처럼 은어, 속어, 줄임말, 각종 신조어들을 자주 사용합니다. 한국에서 미리 현지 젊은이들의 표현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못 알아들을 확률이 높죠.


대략 이런 세 가지 이유 때문에 현지인들과 맞닥뜨린 어학연수생들이 당황하고 결국 알던 말도 안 들리게 되는 일을 초반에 많이 겪기 마련인데요. 저 역시 이민 초기에 징글징글한 영어 때문에 속상했던 적이 많았기에 그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간혹 제게 영어 고민 상담을 해오는 분들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 무조건 리스닝에 매진하세요.


이왕이면 앞서 쓴대로 기초, 기본, 상급까지 한국에서 다 공부를 마치고 오는 것이 가장 좋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무조건 듣는 능력을 먼저 키워야합니다. 영어 공포증 있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죠?


흥5

"아~오 답답해...뭘 알아들어야 대꾸를 하지..."


이 말이 진리입니다. 알아듣는 귀가 먼저 열려야 대꾸하는 입이 트입니다. 현지인이 말하는 것을 80%만 알아들어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감이 늘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입을 열 용기가 생기는 것이죠.



둘째 - 미리미리 부탁하세요.


대화하게 되는 현지인에게 주저말고 부탁하세요.


"
난 영어 배우러 온 어학연수생이니 조금만 천천히 말해주세요
."


하고 부탁하면 아마 거의 모든 미국인들이 친절하게 웃으며 천천히 말해줄 거예요. 간혹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창피하다거나 자존심 상해서 못 알아들어도 알아듣는 척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러다 보면 점점 현지인과 말하는 것이 자신 없어지고 피하게 되서 영어실력은 계속 그 자리입니다. 워낙 영어 못하는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이라 외국에서 온 사람이 영어 못한다고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걱정 말고 미리미리 부탁하세요.

두뇌발달과 언어능력 전문가들에 따르면 12세가 되기 전에 현지에 정착해서 살면 네이티브와 같은 수준으로 현지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10살에 이민 온 제 사촌동생을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더군요. 안타깝지만 저는 12살이 한~참 지나서 왔으니 평생 미국에 살아도 완전히 네이티브 같아질 수는 없겠죠. 십 여년을 살고 있는 저도 그런데, 어학연수생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희망과 의욕을 가지고 미국에 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쉽게 좌절하지 않는 것 또한 어학연수 성패의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바로 며칠 전에도 영어가 그다지 는 것 같지 않다며 의기소침한 어학연수생의 질문을 받고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로가 될까 싶어 제 경험으로 몇 자 적어봤습니다. 만약 지금 늘지 않는 영어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너무 조급히 생각하지 말고 기운내길 바랍니다. 아, 참고로 "난 영어가 너무 쉽게 잘 느는데?" 하시는 분들은 무시하셔도 좋을 글입니다. ^^ 사람마다 학습속도도 다를 것이고, 본인에게 맞는 학습방법도 따로 있을테니 제 조언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