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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인들아... 자제 부탁요! ㅠ_ㅠ

by 이방인 씨 2012. 11. 13.

미국에서 산 지 햇수로 1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새록새록 받게되는 문화충격이 있으니 과연 이 땅과 문화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믿게 되는 날이 올런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충격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신선하다못해 보고 있는 저 자신까지 자유롭게 해주는 듯한 미국인들의 거침없는 행동을 겪으면서 내심 "해방감" 을 느꼈던 적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못지 않게 "거부감" 이 드는 일들도 많았으니, 오늘은 제가 아직까지도 생경하게 기억하는 미국인들의 행동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첫번째 - 아주 방을 잡았구만...

제가 사는 지역의 기후는 봄, 가을이 짧고 여름이 길어서 대략 5월부터 9월까지 기온이 무척 높습니다.
한여름이라고 할 수 있는 8월에는 섭씨로 따지만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태양이 작렬합니다.
제가 이 동네로 이사온 첫 해에는 8월에 화씨로 113도, 즉 섭씨 45도까지 치솟았답니다.
그 후로는 다행히도 105도 이상은 올라가지 않고 있네요. 휴우~
괜히 Sunny California 라는게 아니죠? ㅋㅋㅋ

이렇게 날씨가 덥다보니 여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는 집이 많습니다.
에어컨 바람을 장시간 쐬어보신 분들은 알시겠지만 시원하긴해도 냉방병 등의 부작용이 있죠.
그래서 간혹 여름에 바람부는 저녁이면 집 근처의 인공호수가 있는 공원을 산책하는 게 이 동네 주민들의 습관입니다.
저 역시 해가 지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슬렁슬렁 걸어나가곤 하죠.
그 날도 마찬가지로 해가 어슴프레 질 무렵에 호숫가를 걸어 지나고 있는데...

헉분명히 도수가 잘 맞는 안경을 끼고 있었던 제 두 눈을 의심해야 했답니다.

호숫가 바로 옆의 잔디밭에 한 미국인 커플이 글쎄... 베개와 이불을 싸 들고 와서 침실을 차린게 아닙니까.
그러니까 남자 + 여자가! 공원 잔디밭에서! 이러고 있었단 말이죠.

 


저는 지금 거짓말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심장에 손을 얹고 맹세하겠습니다.
분명히 푸른색 베개와 하얀 침대 시트를 덮고 둘이서 얼굴을 부비적거리며 누워 있었어요.... 진짜로요...
이제 미국인들을 왠만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금 제 멀쩡한 정신은 다른 은하계로 강제탈출 당했습니다.

이게 이게... 말이 됩니까!!! 못써
인공호수가 있는 공원이라면 아이들을 대동하고 온 가족이 산책 나오는 장소인 게 당연하잖아요.
더욱이 약 500개의 집이 몰려있는 주택가의 공원에서 저런 풍기문란한 짓을 하고 있다니요...
물.론. 진짜 침실에서 일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저게 저게... 에잉~!
보는 순간 너무 기가 막혀서 '내 살다살다 이런 잡것들을 봤나...' 하고 다가가서 썩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싶었지만... 그냥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어요. ㅠ_ㅠ
집에 와서 운동화 벗기도 전에 엄마 아빠한테 막 소리치듯 다 일러바쳤지요!!!
두 분 다 눈으로 보질 않으셔서 그런지 믿기 싫어하시더라구요.
여러분들도 지금 '설마설마?' 하고 계시겠죠??

 

두번째 - 가식이 없는건지 수치심이 없는건지 원...

이건 제가 대학시절 생물학 강의를 들을 때 일이네요.
실험시간이었는데 준비물이 Urine 이라고 써 있는게 아닙니까.
Urine 이라함은 "소변" 을 말함이죠.
아니, 이게 무슨 말일까? 하고 있는데 실험실 담당 조교가 학생 수에 맞춘 비커들을 잔뜩 놓고 가네요.
왠지 그냥 넘길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스물스물 머리로 올라오고, 아니나다를까 교수님이 오셔서 실험에 필요하니 비커에 소변을 받아오라고! 하시더군요.

 

아.... 싫다 싫어... 꿈도 사랑도... 싫다 싫어... 이 현실이 너무나 싫다...

 

저는 조용히, 하지만 극렬히 저항했습니다................................................................
절대로 절대로 화장실에 가지 않았지요.
실험이고 나발이고, 점수가 깎인다고 해도 싫었거든요.

그런데 미국 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은 거침 없더라구요.
다들 500mL 짜리 비커 가~득히 채워왔군요.
아~ 게다가 비커는 또 왜 이리 투명한걸까........ ㅠ_ㅠ
누가 아침에 물을 많이 마셨는지, 누가 몸 속에 수분이 부족한지 색깔로 다~ 판별이 되더라구요.

거기까지는 물론 실험에 참여하기 위한 바람직한 학생의 자세이기 때문에 오히려 쑥스러워하는 제 자신을 탓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예끼 이놈들! 그걸로 장난은 왜 치느냐.... 왜...
중고등학생이라면, 혹은 남자들만 있다면 제가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머리가 다 자란 대학생들이 그것도 여학생이 더 많은 강의에서 왜 비커에 담긴 이 사람 저사람의 소변을 들고 맥주니 어쩌니 장난을 치는 건지 원....
미국 영화에 보면 가끔 머리가 텅텅 빈 얼간이 남자가 등장하죠?
그 날도 한 남학생이 소변을 받아 온 여학생들의 비커를 이리저리 보면서 쓸데없는 장난을 치더라구요.
다들 기분은 좋지 않지만 분명히 장난질이라는 걸 아니까 정색하고 화낼 수도 없어서 그냥 무시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헌데 그 강의의 교수님은 인도계 여성분이셨는데, 그 남학생이 워낙 즈질(?) 장난을 치니까 결국 조금 짜증이 나셨는지 그 날의 소변실험은 취소되고 말았답니다.
저는 그 곳에서 벗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돌아왔는데 다음 시간부터 다른 학생들이 누군가를 Pee Pee Jerk (오줌싸는 얼간이) 라고 부르는 것을 얼핏 들을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세번째 - 이건 성추행이야 아니야? 당최 모르겠네...

이건 제가 예전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었던 게이 아저씨 친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분은 제가 조각 강의를 들을 때 만났는데, 아주 캐쥬얼하게 본인이 게이라고 학생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말씀하셨죠.
그런데 모두의 반응이 놀랐다기보다 "근데 아저씨, 그거 대체 누가 물어봤어요??" 이랬었죠. ㅋㅋㅋ
어쨌든 그래서 학생들 모두가 그 분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본인이 게이니까,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신 건지... 보통 이성애자 남성이 했다고 하면 당장 성추행으로 간주되어 고소 당할만한 말들을 여학생들에게 툭툭 하셨어요.
한번은 젖은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빨리 건조시키기 위해서 학생들이 드라이어를 사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많은데 드라이어는 3-4개 뿐이어서 교대로 쓰고 있었는데 마침 한 여학생이 건조를 마치고 다음 차례였던 그 아저씨에게 바람이 나오고 있는 드라이어를 그대로 건네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크게 웃으면서,

 

This is the first time a woman has given me a blow job. (여자가 블로우잡을 해준 건 처음이야!)

 

Blow 라는 단어는 "불다" 라는 뜻이라서, 드라이어에서 바람이 나오는 것을 blow 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blow job 이라고 하면 구강성교를 뜻하는 말이랍니다. ^^;;
그러니까 그 아저씨는 성적 말장난을 하신 셈인데, 보통 이성애자 남성이 연인 혹은 허물없는 친구 사이가 아닌 여성에게 이런 말을 했다면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죠.
그런데 이 아저씨는 게이니까! 여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를 모르더라구요.
저도 마찬가지로 '이것 참.. 그냥 넘어가자니 불쾌하고, 화내자니 그것도 이상하고...' 싶었죠

그 후로도 아저씨는 툭하면 여학생들에게 그런 농담을 하시곤 했는데 반대로 남학생들에게는 너무 매너를 잘 지키셔서 확실히 아저씨가 남학생들에게는 잘 보이고 싶어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그러니까 그런 농담들은 짖궂기는 하지만, 성적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여학생들이 더더욱 화를 낼 수가 없었죠.
저도 옆에 있다가 한번인가 들었는데 그냥 '이런 능글맞은 게이 아저씨 같으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주책맞은 게이 아저씨가 누구인가 하면요... 왜 일전에 제가 대박 연하남과 소개팅 제의를 받았다고 말씀드린 적 있잖아요?
학교에서 만난 아저씨가 조카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었던 그 에피소드 말이죠.

2012/07/12 - [I'm a stranger/캘리 이야기] - 미국에서 연하남과 소개팅 포기했던 이유

저한테는 이렇게 완전 어린 남자도 소개시켜주신다고 하는 등, 호의를 베풀어주신 분이라 그냥 '주책 바가지가 줄줄 새시는 분인데 어쩌랴...' 하고 친하게 지냈답니다.


오늘 제가 들려드린 세 가지 이야기, 한국에서라면 보통 눈쌀 찌푸릴 일이 아니죠??
아휴~ 제가 이런 곳에서 살고 있답니다.... ㅋㅋㅋㅋ
이제 제가 글 첫머리에서 말씀드린 문화충격의 "해방감""거부감" 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오시나요?
마지막으로, 미국인들 모두가 이렇다고 일반화할 수 없으니 그 점 오해 없으시길 바랄게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