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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 대학에서 본 것과 보지 못한 것

by 이방인 씨 2012. 11. 20.

오늘은 미국의 대학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네... 차고 문을 두번이나 들이박은 저도 일단 대학을 졸업하긴 했습니다. ㅠ_ㅠ
유학에 관심있는 많은 학생들이 제게 미국 대학 이야기를 묻곤 하시는데, 저는 반대로 한국의 대학생활이 참 궁금하네요. ^^
그러니 여러분들도 제게 댓글로 한국의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실 것을 믿으며 글을 시작합니다!
제가 미국 대학에서 본 것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미국 대학에서 본 것들

 

첫번째 - Blue Book

파란 책은 도대체 어떤 책일까 궁금하시죠?
사실 정확한 명칭은 Blue Book 이 아니라 Blue Notebook 이 되야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블루북은 공책이거든요.


 

Examination 이라고 쓴 것을 보시고 눈치채신 분들 계시겠죠?
블루북은 대학에서 시험을 볼 때 사용하는 전용 노트랍니다.
주관식이나 에쎄이 스타일 시험을 볼 때 교수님들이 선호하시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제각각 사용하는 종이보다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죠.
아시다시피 미국 대학의 시험은 객관식보다는 주관식이 많고, 걔 중에는 2시간 동안 에쎄이 한 편만 쓰는 시험도 있는데요.
그러다보면 필요한 종이의 매수가 많은데, 낱장보다 이렇게 노트로 묶은 것이 학생이나 교수님이나 더 편하겠죠.

또한 이 블루북은 부정행위를 방지하는데도 효과적이랍니다.
제가 경험한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시험 시작할 때까지 블루북에 이름을 먼저 쓰지 말라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시험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옆 자리나 앞, 뒤자리의 학생들과 블루북을 서로 교환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미리 노트에 무언가 적어오는 학생들이 있을까봐 완전히 백지상태의 블루북을 가져와서 남과 바꿔 쓰게 하는 것이죠.
이 때 제 블루북은 빳빳한 새 것인데 바꿔야하는 옆 친구의 블루북은 가방에서 구겨져서 후줄근해져 있으면 순간 짜증이 밀려올 때도 있답니다. ㅋㅋㅋ
왠지 시험 볼 때는 기분도 상쾌하게 빳빳하고 깨끗한 곳에 쓰고 싶잖아요.

다른 방법은 아예 학기 시작하자마 블루북을 교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경험했었는데, 새 학기 시작하자마자 교수님께서 이번 학기에는 총 3번의 블루북 시험을 칠 예정이니 다음주까지 각 학생마다 블루북 3권을 미리 교수님께 제출하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해서 학기 초에 엄청난 양의 블루북을 교수님 오피스에 쌓아두고 시험 때가 되면 교수님이 직접 가지고 오셔서 학생들에게 나눠주는거죠.
그렇게 블루북을 받아보면 겉 표지에 교수님의 싸인이 들어가 있는데 노트북안에 아무 것도 쓰지 않은 백지상태라는 것을 체크하셨다는 표식으로, 미리 준비된 부정행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장점은 노트를 교수님이 가져오시기 때문에 시험날 깜~빡 잊고 블루북을 못 챙겨와 당황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실제로 시험날 블루북을 잊고 와서 어쩔 줄 모르는 학생들 여럿 봤거든요. ㅋㅋㅋ
여러분 지금 혹시... 제가 바로 그런 학생이 아니었을까 의심하실지도 모르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저는 그런 적 없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블루북은 학교 서점에서 팔고 있는데, 각 학교의 문장이 들어가 있고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파란색인 것만은 모두 같았는데 제 사촌동생들 이야기를 전해들으니 요즘은 저는 본 적이 없었던 초록색으로도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초록색이라도 이름은 여전히 Blue Book 이라네요.


 

 

 

두번째 - 왼손잡이용 책걸

대학 강의실에 있는 책상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지 않나 예상됩니다.
기본적으로 책상과 걸상이 붙은 이런 모양 아닌가요??


이렇게 낱개로 떨어져 있거나 혹은 영화관처럼 좌석들이 줄 맞춰 붙어있거나 하죠?
한국에서도 이런 책걸상은 흔하게 봤지만 미국에서 처음 본 것이 있으니 바로 왼손잡이용입니다.


 


이 사진을 보시면 책상이 붙은 위치가 반대죠?
왼쪽에 노트를 두고 쓰는 왼손잡이들을 위한 책상인데요.
저는 미국에 와서 처음 보았답니다.

한국보다 외국에 왼손잡이가 더 흔하는 말,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생물학적인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때는 더 흔한 것이 아니라 그저 교정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 한국에서는 아이가 왼손잡이로 태어나면 오른손을 쓰도록 교정을 해주곤 했잖아요.
제 사촌동생도 왼손잡이로 태어났지만 오른손을 쓰도록 교육받아서 지금도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고 밥은 왼손으로 먹는 후천적 양손잡이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잘 된 일이죠. ^^)
그런데 미국인들은 아이가 왼손잡이로 태어나면 그렇게 태어난 것일뿐, 오른손을 쓰도록 교정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왼손잡이로 태어난 아이가 그대로 왼손잡이로 자라게 되는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미국에서 강의실의 왼쪽 끝에는 반드시 왼손잡이용 책걸상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었습니다.

 

역시... 다양함에 대한 배려가 있구나.

 

그런데 미국인들은 또 다른 불만이 있더라구요.

 

 

제가 들어가봤던 거의 모든 강의실에서 왼손잡이용 책걸상은 이렇게 왼쪽에 줄 지어 배치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미국의 왼손잡이들은 이게 불만이었나봐요.
왜 꼭 왼쪽에 줄을 세워놔서 자리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냐면서 싫어하네요.
사실 오른손잡이용 사이에 왼손잡이용을 놓으면 팔의 거리가 가까워서 양쪽 모두 불편할테니까 이렇게 따로 배치한 것인데, 왼손잡이들은 왠지 자신들이 격리된다고 느꼈나봐요.
그런데 아무래도 오른손잡이가 훨씬 더 많다보니 역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미안해요. 전 오른손잡이라... ^^;;)

 

미국 대학에서 보지 못한 것들

 

첫번째 - 재시험

가끔 한국 TV를 보면서 대학생들이 나와서 이렇게 한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아~ 나 어떻게 OO강의 재시험이야... ㅠ_ㅠ

 

시험 성적이 안 좋아서 재시험을 쳐야한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대학 다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낙제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재시험 칠 수 있게 해주는 교수님들도 간혹 있다는 얘기를 들었네요.
미국에서는 처음 치뤘던 시험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시험을 칠 수는 없습니다.
F를 받았건 0점을 받았건 절대 두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 시험 때문에 결국 낙제를 하게 된다고 해도 재시험을 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재시험이 주어지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첫째, 도저히 시험을 칠 몸 상태가 아니어서 시험날 결석했을 경우,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면 재시험을 칠 수 있습니다.

둘째, 가족에게 응급상황이 생긴 관계로 시험을 치지 못한 경우.

물론 학교마다 교수님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걸로 예상됩니다만, 이렇게 불가항력의 고난이 닥친 경우를 제외하면 재시험의 기회는 오지 않습니다.
새 학기에 강의를 듣게 되면 Syllabus 라고 해서 교수님들이 강의나 관리방침에 대한 안내문을 나눠주시잖아요.
거기 보면 위의 두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ABSOLUTELY NO MAKE UP EXAM (재시험 절대불가) 이라고 대문자로 꽝 박아놓으신 교수님들도 꽤 계신답니다.
저는 대학시절 동안 단 한번도 재시험을 친 적이 없었지만, 정말 너무나 다시 치고 싶었던 적은 많죠. ㅠ_ㅠ
아놔~ 지금 인생을 되돌아보며 울 일이 아니라 그 때 공부 좀 할 걸 그랬죠? ^^;;

 

두번째 - 미팅

제가 요즘 세대보단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에 있을 때 [대학입학 = 미팅] 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살벌한 이야기도 있었군요...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제 친구들은 1학년 때 미팅 꽤나 한 것 같더라구요. ^--^
그 당시 대학 신입생들 사이에 미팅이 자주 이루어졌던 것은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이성교제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친구들도 전부 여고를 나와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이성교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더 많았거든요.
그 아이들이 대학 입학하고 그제서야 해금(?) 이 되서 풋풋한 미팅을 즐겼던 것 같습니다. ㅋㅋㅋ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미국 학생들은 그럴 필요가 없죠.
"자유의 나라" 답게 고등학생들은 물론이고 중학생들 혹은 그 보다 더 어린 학생들도 언제든지 활발한 연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 들어갔다고 특별히 이성과의 만남을 추진할 일이 없는 겁니다.
멍석 깔아주지 않아도 잘들 만나고 다닌다고나 할까요. ㅋㅋㅋ

 

세번째 - 과대표와 MT

미국 대학에는 "우리는 같은 과 동기" 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물론 같은 전공을 택한 학생들은 아무래도 겹치는 강의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소속감을 가진다거나 같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진 않습니다.
과끼리 모이는 일이 없으니 과대표라는 것이 있을리가 없죠.
미국 대학의 감투라고는 전교 학생회의 임원들 뿐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MT 도 없습니다.
미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이란 걸 잘 해보지 않기 때문에 대학생이 되어도 단체로 으쌰으쌰 모여서 함께 행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클럽활동이나 운동부는 예외지만요.
그나마 여러명이 모일 때는 그룹과제를 할 때 뿐이랄까요. ^^;;

 

한국에는 이런 재밌는 MT 안내도 있던데, 미국 학생들에게 이런 공고를 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아마 이럴 것 같아요.

 

이게 당최 뭔 말이야? 혼자 놀면 왜 안되는거야??

 

제 한국 친구들이 종종 제게 미팅이나 엠티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에 저도 너무 해보고 싶고 부럽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다 같이 늙어서 부러울 것도 없게 되버렸답니다. ㅋㅋㅋ

오늘은 제가 미국 대학에서 본 것과 보지 못한 것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결론을 내자면 저는 대학에서 블루북과 왼손잡이용 책상은 실컷 봤지만, 미팅과 MT는 구경도 못해봤다는 그런 이야기네요. 끄응... -.-;;  

글을 한 편 다 완성했는데 느껴지는 이 갈 곳 없는 상실감은 뭐지..... 엉엉


여러분은 대학시절에 미팅 많이 하셨습니까? ^-^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면 제게도 들려주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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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대학생활 댓글들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느 분이시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시험지에 스승의 은혜 읇조리셨다는 분까지... 정말 빵빵 터졌습니다.
그런데 아니 왜!! 제가 기대하던 미팅의 아름답고 로맨틱한 추억을 가지신 분이 없는겁니까! ㅋㅋㅋ
미팅으로 대박치신 분, 어디 없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