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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이나 한국이나 부모는 다 똑같아서 듣게 되는 이야기

by 이방인 씨 2013. 7. 19.

여러분~ 상쾌한 아침입니다!
저는 오늘 이 곳 날씨가 쾌적해서 기분이 좋지만 요즘 한국 뉴스를 보니 장마 피해도 그렇고 노량진 사고도 그렇고 힘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부디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빕니다.


오늘은 제가 미국에서 은~근히 자주 듣고 있는 '어떤 이야기'에 관해 쓰려고 합니다.
그 '어떤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냐면 말이죠.
한국에 계신 분들도 질리도록 들어보셨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바로 때와 장소를 가지리 않는 부모님들의 자식 자랑 이야기죠.  안들려


여기까지만 듣고도 Oh No~ 하며 공감하는 분들 많으시죠?

 

(nytimes.com)

 

한국 문화에서 부모-자식의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자식 자랑을 참지 못하는 것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었는데 미국도 마찬가지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미국 부모'라 하면 자식의 인생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내 인생이 더 소중하고 자녀사랑과는 별개로 자식을 독립된 개체로 여긴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물론 자식이 뛰어나면 기쁘고 감사하겠지만 그걸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리라고는 생각 못했답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들으면 이거 은~근히 스트레스더라구요.

 

첫번째 이야기 - 과연 듣던대로구나!

제가 취미로 문화강좌 들을 때 저와 나이가 비슷한 여성 친구가 있었어요.
거칠 것 없고 화통한 성격 만큼이나 먹성도 좋아 얕볼 수 없는 체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린 딸 아이를 하나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었습니다.
본래 대학을 가지 않고 상점 점원직으로 일하며 살던 그 친구는 아이를 낳은 이후로 책임감이 강해져서 무거운 몸 때문에 힘들어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직업을 얻으려고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던 정말 기특한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틈만 나면 어린 딸아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낙이었는데 저랑 연배가 비슷한데 벌써 엄마로서 책임감을 자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해서 육아에 별 관심 없는 저도 하다못해 듣는 시늉이라도 해 주곤 했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나 자기 딸아이가 어찌나 예쁜지 크면 정말 눈부신 미인이 될 거라는 소리만 입이 닳도록 했었죠.
물론 "날 닮아서 예쁘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와 강좌 친구들이 실제로 그 딸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미안미안 제가 지옥에 한발짝 가까워질 각오를 하고 본대로 말한다면... 친구 말대로 커서 미인이 되려면 험난하거나 혹은 신비한 성장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저는 아이가 없어서 그 심정을 모르지만 사람들은 사랑에 빠질 때도 그렇고 아이를 낳고 나서도 콩깍지가 ♥♥ 씌이는 모양이예요.
"어머~ 정말 듣던대로 예쁜 아이구나!" 하는 한편 '난 왜 하필 오늘 쓸데없이 잘 보이는 안경을 끼고 온 걸까' 하고 제 자신을 원망했답니다.



두번째 이야기 - 그렇다면 학교 측의 실수?

이건 본격적 '성적 자랑' 에피소드랍니다.
제가 예전에 만난 미국 어머니 중에 본인 입이 닳도록 제 귀가 닳도록 아들의 우수한 학교 성적을 자랑하는 분이 계셨었어요.
보통 미국인들이 잠시 기분에 취해 자식 자랑을 하다가도 곧 정신줄 챙기곤 하는데 이 분은 근 3-4년을 꾸준하게 하시더라구요.
그 쯤되니 저도 은연 중에 '아, 이 분 아드님이 보통 수재가 아니구나' 싶었답니다.

그런데 작년엔가 입시철이었는데 아들이 지원한 8개 대학에서 모두 떨어졌다 하시지 뭡니까.
저는 당연히 IVY 리그쯤 되는 명문대학들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줄로 짐작하고 다른 학교에서는 연락 올 거라며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만요!

알고 보니 이 분의 아들은 명문대학은 커녕 이 지역과 근방의 보통 수준의 대학 여덟 곳에 지원하고도 다 떨어진 것이었어요.
남의 자식 일이라 함부로 물어볼 수도 없어서 그냥 어색한 얼굴로 듣고 있긴 했지만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데 왜 떨어졌을까 의아했습니다.
곧 이어진 아주머니의 말씀에 궁금증은 곧 풀렸죠.
고등학교 4년 내내 패스 못한 클래스가 없는데 대학에 못 간다는 건 말도 안돼. 흥4


패스... 패스라..? 패스라 함은 C 이상을 받아 통과했다는 뜻이지요.
모든 클래스에서 적어도 C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것이니 B와 A도 들어있겠죠.
물론 낙제하는 학생도 많으니 공부를 못 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어머니는 마치 아들이 빌 게이츠쯤은 되는 것처럼 자랑을 하셨답니다.

고등학교 4년 교육 과정을 모두 패스했는데 대학을 못 간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아주머니의 말씀이 정당하게 들리는 한편 차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그 아이의 SAT (미국 수능) 성적도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는 속내를 고백해 봅니다. ^^;;


조금은 배신감 마저 느껴지는 자식 자랑의 일화들은 제가 몇번 언급했었던 미국인들의 Low Standards에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평범한 아이 같지만 미국인 기준으로는 잘 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다가 본인 자식이니 더 뛰어나게 보여서 그런 거겠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아낌없는 사랑과 칭찬만을 줘야 한다고 믿는 미국인들도 아이에게 직접 하는 칭찬과는 별개로 부모의 자식 자랑은 달가워하지 않더라구요.
오죽하면 제가 이런 농담을 들어봤답니다.

 

Please continue bragging about your child so I can see how average he/she is.

자식 자랑 계속 해 주세요. 얼마나 평범한지 좀 들어보게요.

웃겨


아무리 부모 눈에 특출나 보여도 남이 들어보면 대부분은 그저 평범하다는 얘길 텐데요.
저도 부모 입장이 아니라 그런지 간혹 정도가 지나치게 자식 자랑을 하는 분들을 보면 좋게 들리지만은 않더라구요.
어느 날은 한인 교포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식사 내내 자식 자랑을 하시기에 너무 지쳐 버려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께 당부 드렸습니다.
엄마는 절대 NEVER EVER 자식 자랑 같은 건 입 밖에 내지 마세요.   no2

했더니 저희 어머니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셨습니다.

느낌표우리 애들은 자랑할 게 없는데 무슨 걱정이니?? 


아...! 어머니...
 
 우리 모녀의 얼굴이 놀랄 만큼 닮아 있어
친자확인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며 삽니다.


분노3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고 미국에서도 피할 수 없는 자식 자랑 이야기! 여러분 어떻게 보셨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