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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캘리포니아에서 느낀 진정한 주류(Mainstream)란?

by 이방인 씨 2013. 7. 17.

미국에서 한인 교포로 살다보면 현지 교민들이나 한인 신문/방송을 통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듣게 되는 소리가 있습니다.
'주류사회 (Mainstream) 진출'이라는 말이죠.
소수민족 이민자가 워낙 많은 미국이란 나라에서 주류사회 진출 혹은 입성은 모든 minority의 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열과 성공에 대한 기준이 높은 아시안계 중에는 주류사회로의 도약을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은 사람들도 있을 정도죠.
물론 한인 교포들도 늘 '우리 한인들도 주류사회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한답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말하는 '주류사회'라는 말이 도통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분명 아시안계가 편입하고 싶어하는 주류사회는 고학력, 고수입의 백인사회를 말하는 것이죠.
그리고 현재 진척상황을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Wikipedia.org.)

미국의 인종별 개인 수입과 가계 수입을 살펴보면
아시안이 히스패닉이나 흑인들의 두 배 이상이고 백인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죠.

 

가장 최근인 2012년의 가계 수입 통계를 보면 더 놀랍습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수입이 증가하는데
저소득층에는 미국인들의 비율이 높고 고소득으로 갈수록 아시안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집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 수입에 있어서는 아시안들이 진출하고 싶어하는 '미국 백인사회' 보다도 경제력이 훨씬 세다는 걸 알 수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Mainstream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돈은 많이 벌고 있으나 사회적 영향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Asian-American 사회에서는 학력과 수입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적극적인 사회·정치활동을 통해 영향력을 높히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만... 우리에게는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머릿수가 부족하다는 거죠.  윽2


현재 인구수와 인구증가율에 있어 아시안은 죽었다 깨어나도 히스패닉을 못 당합니다.
(히스패닉이란 라틴 아메리카계 이민자들 중 스패니쉬를 쓰는 사람들을 통칭합니다.)
그들의 번식력은... 그야말로 후덜덜!
제가 오래전에 쓴 글을 보면 이들의 놀라운 능력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2012/02/02 - [방인씨 이야기/미국 이야기] - 재미로 보는 미국 인종별 특성 (히스패닉, 아시안, 한국계)

2012년을 기점으로 드디어 히스패닉이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의 50%를 넘겼습니다.
거리에 나가면 2명 중 1명은 히스패닉이라는 말이죠.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50개 states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를 꾸려나가고 있으며 캘리포니아를 따로 떼내어 국가로 친다면 세계 5위의 경제국이라고 합니다.
50개 주는 모두 자치정부를 가지고 있고 정치적 영향력은 인구에 비례해 대등하다고 하지만 사회·경제·문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주라고도 할 수 있죠.
이런 캘리포니아의 인구 2명 중 1명이 히스패닉이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이미 많은 사회학자들이 예견한대로 2-30년 내의 가까운 미래에 미국에서 말하는 주류란 백인이 아니라 히스패닉계가 될 거라는 사실이죠.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스패니쉬는 이미 영어만큼이나 흔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관공서, 병원, 학교, 은행, 어디를 가도 스패니쉬 스피커는 있습니다.
영어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익 서비스가 아니라 당연히 있을 자리에 있는 것처럼 쓰인다는 것이죠.
반면 작년 대통령 선거 때 저희 부모님이 우편 투표를 하셨는데 분명 한국어 용지를 보내달라고 표시했는데도 이 선거구에 제공하는 아시안 언어라고는 중국어밖에 없는 관계로 무작정 중국어 용지를 보내줬더라구요.

아무리 아시안계가 히스패닉보다 돈을 두세배로 벌면 뭐하겠습니까.
인구수로 밀어부치는 히스패닉계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우리의 몇 배는 족히 되는데요.
저도 친구들과 농담으로 앞으로 계속 캘리포니아에서 살려면 이제부터라도 영어를 버리고 스패니쉬를 배워야 한다며 웃었답니다.
반면 히스패닉계 친구들은 공부를 잘 못해도, 직장이 별로여도 여유만만입니다.
그들이 여기서 뭘하든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앞으로는 과거 백인들이 그랬듯이 히스패닉도 히스패닉이라는 이유만으로 타인종에 우위를 점하겠죠.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아시안계, 그 중에서도 우리 한국계가 기를 쓰고 공부하고 좋은 직업을 얻고 돈을 많이 버는 게 과연 주류사회 입성에 얼마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중과부적이라고 결국 수가 많은 쪽을 당해내기 어려우니까요.
게다가 앞으로는 히스패닉계의 학력과 수입도 차차 높아져갈 텐데 그 때는 또 우리가 어떻게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히스패닉계의 번식력에 도전할 수도 없으니 미국에서 Asian-American은 슬프지만 영원히 minority에 머무는 운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의 긴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신은 백인에게는 백인중심주의 세계를 내려주셨고 흑인에게는 놀라운 신체능력을 선물하셨고 아시안에게는 명석함을 하사하셨으나 이 모든 것은 히스패닉 앞에 허무하게 무너졌으니 그들에게는 놀라운 인구증가율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좋은하루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