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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California

미국에서 만난 독특한 사람 베스트 1,2,3

by 이방인 씨 2012. 8. 13.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매일 새로이 느끼게 되는 점이 바로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다양하다" 입니다.
압도적 단일민족 인구 5천만이 사는 한국에서도 간혹 "사람 참 가지가지야" 혹은 "세상에 희한한 사람 참 많아~" 하고 말하게 될 때가 있죠.
캘리포니아 교육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 언어가 무려 59가지라고 합니다.
이런 곳에 살고 있는 제가 상식을 뛰어넘는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겠죠.
그래서 소개합니다!
미국에서 제가 만난 독특한 사람 베스트 1,2,3

제 3위 - 참으로 친절한 문신 아저씨

한국분들도 요즘 문신을 참 많이들 하시죠?
미국에도 거리에 나가서 마주치는 사람들중 절반은 문신이 있는 것 같은데요.
예쁜 문신, 보기 싫은 문신, 괴기스러운 문신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거리에서 스쳐간 아저씨의 문신이 뇌리에 박혀 잊혀지질 않습니다.
전형적인 덩치 큰 오토바이족 백인 아저씨가 반바지를 입고 지나가는데 양쪽 종아리 부분이 문신이 있더라구요.
이미지가 아니라 글귀를 적어넣은 이런 레터링 타투였는데요.

대부분 레터링을 할 때는 본인의 좌우명이라던가, 가족의 이름이라던가 의미있는 글귀를 적기 마련이죠.
그런데 그 아저씨는 오른쪽 종아리에는 RIGHT, 왼쪽 종아리에는 LEFT 라고 대문짝만하게 새기셨더군요. -.-;;
그러니까 "이것은 오른쪽이고 이것은 왼쪽이다" 라고 친절히 가르쳐주는 셈이라고나 할까요.
아직까지 오른쪽 왼쪽 구분 못하는 미취학 아동들에겐 도움이 될만한 타투겠지요. ^^;;
아저씨가 지나가실 때 사진 한장 못 찍어놓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강렬한 문신이었답니다.

제 2위 - 공포의 이름, 단감!

이 분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던 40대 후반의 백인 남성 교수님인데요.
강의를 마치고 저를 비롯한 학생들 3-4명과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대학에서는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과 학생들이 식사를 하거나 토론을 하는 일이 드물지 않거든요.
그런데 학생들 중 아시안계와 흑인계 혼혈 학생이 한명 있었는데, 후식으로 단감을 가져왔더군요.

이렇게 탱탱하고 신선해 보이는 감을 깍지 않은 채로 가져와서 과도로 깎아먹더라구요.
저는 감을 좋아하는터라 친구가 먹고 있을 때 군침 흘리다가 한 조각 주길래 고맙다고 먹었죠.
그런데 그 감 덕분에 교수님의 약점을 알게 됐답니다. 후후훗~
감이 먹는 과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백인들이 미국에 있다는 것, 아시나요?
감을 싸온 친구가 모두에게 한조각씩 권하는데 그 백인 교수님이랑 학생들이 기겁을 하지 뭡니까.
감이 나무에서 열리는 줄은 알지만, 그걸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해봤다면서요.
그래서 생각해보니, 정말 감나무는 있지만 감을 먹는 미국인은 본 적이 없는겁니다!
물론 이것도 지역마다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만, 저희 지역에서는 타인종을 제외하면 네이티브 미국인들은 감을 안 먹습니다.
감을 싸온 친구가 막 웃으면서 교수님한테 이것도 사과나 배처럼 먹는 과일이라며 달고 맛있다고 하는데도 죽어도 못 먹겠다는거예요. ㅋㅋㅋ
친구는 이제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픈 지경인데도 끈질기게 교수에게 먹이려고 하더라구요.
아예 입에다 밀어넣을 지경이 되자 교수님이, 그 연세에, 그 대머리를 하고, 울상이 되셔서는 드디어 손에 받아 들고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거 백인이 먹으면 죽는다거나 뭐 그런거 아니겠지? ㅠ.ㅠ

가방끈도 긴 양반이 무슨 헛소리랍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거의 눈물을 흘려가며 한 조각을 맛도 모르고 그냥 씹어 삼키기만 하시고는 또 한마디 하셨네요.

다음 강의 시간에 내가 못 나오면 오늘 이걸 먹었기 때문일거야.

미국인들이 낯선 먹거리에 겁이 많다는 것은 예전에 한번 쓴 적이 있죠.
이 교수님도 우리가 보기에는 말도 안되는 호들갑으로 보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렇게 겁많은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답니다.
전에 제가 읽은 가장 웃긴 이야기는 키위보고 놀라 벌벌 떨었다는 백인가족의 일화였어요. ㅋㅋㅋ
키위는 겉껍질이 흙색이고 털 같은 것도 많이 나있는데다가, 속도 보통 과일과는 조금 틀리게 생겼잖아요.
키위를 난생 처음 본 백인 일가족이 전부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키위 깎아먹는 사람을 보고 공포에 질렸다는 한 한국인 유학생이 쓴 글을 보고 발작적으로 웃다가 생과 사를 오갔었습니다. ^^;;

제 1위 - 성령으로 잉태하시려구요?

우연히 문화강좌에서 알게 된 이 아저씨, 정말이지 제가 이제껏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독특한 성향(?)을 가지신 분입니다.
처음에는 뭘로 보나 아주 평범한 전형적인 미국 백인 중년 남성이셨습니다.
외모도 평범, 직업도 평범, 뭐 어디하나 튀는 구석이 없는 분이시죠.
그런데 어느 날 여럿이 모여 수다를 떨다가 교회다니시는 분들이셔서 그랬는지 찬송가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야 교회를 안다니니 찬송가를 알 리 없지만, 그 분들이 이 노래가 어떻고 저 노래가 어떻고 말씀들 하시더라구요.
그러다 어떤 노래 얘기가 나오자, 그 평범한 백인 아저씨가 그 자리의 모두를 당황스럽게 만든 한 마디를 하십니다.

오~ 우리 집사람과 나는 이 성스러운 노래를 틀어놓고 우리 아이들을 만들었지요.

.....음? ....엥? ....허? ....뭐라굽쇼??
아이들을 만들었다함은....음 부부관계를 하셨다는 말씀인데....성스러운 노래를 틀어놓고 하셨다고라고라?? 

그러니까 요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와중에......★▶▩♨◆♧↗↙▼→※☆  하셨단 말씀이지요.
아저씨의 말을 듣고 일동 얼음! 이 되서 입도 못 떼는 와중에 아저씨는 자꾸 불필요한 말씀을 덧붙이는게 아닙니까.

노래가 다섯번 정도 플레이될 때까지 집사람과 저는 바르고 고운 아이가 태어나길 기도하면서 울면서 ●◎♥♧↗⊙ 했어요. 첫 아이뿐만 아니라 둘째, 셋째도 모두 똑같이 했지요. 하느님의 우리 부부의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세 아이 모두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아아악~~ Would you please 그 입 다무시오!
귀가...내 귀가...내 고막은 이제 타락했어.... ㅠ.ㅠ

하아~ 이 때만큼 한숨과 함께 콩팥 한쪽이 딸려올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일찍이 없었습니다.
글쎄요...저는 독실한 신앙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아저씨와 그 아내분의 정신상태는 어딘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곳에 머물러있다는 인상을 받았답니다. ^^;; 
그렇게 느낀 건 저만은 아니었는지, 그 날의 모임은 어정쩡하게 끝나버리고 그 후로 저희는 그 아저씨와 교회나 찬송가 및 모든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피했답니다.
또 어디서 무슨 지뢰가 터질지 모르니까요. ㅋㅋㅋㅋ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미국인들, 어떻게 보셨나요?
사실 이 밖에 입에 담지 못할 황당한 이야기의 사람들도 많이 봤지만, 자체심의를 거쳐 이 분들만 소개합니다. ㅋㅋㅋ
활기찬 월요일 시작하세요~